松竹일반시 700

입하(立夏)

입하(立夏)                        松竹 김철이  시절의 앞문을 살포시 열어놓으니청보리 절로 익고갖가지 여름꽃 제멋에 겨운 듯이산에 들에 울긋불긋 지천으로 만개하지 청개구리 울음주머니 논두렁 풀어놓으니땅속 지렁이 땅 위로 기고못자리 누운 모포기모노래 곡조 파릇이 익어가네 봄 뜨락에 태어나초여름 뜨락에 무성한 쑥이아낙네 손맛 따라 멥쌀가루 분칠하고떡시루 올라 쑥버무리로 재탄생하더군 분명 옥에 티는 존재하는 법누구 하나 기르지 않아도누구 하나 가꾸지 않아도잡초 해충이 왕성하니 대자연 은혜 공평하다.

松竹일반시 2024.05.02

해녀

해녀                    松竹 김철이  망망대해 테왁 하나 의지하고눈에다 더 큰 눈을 덧씌워어미 젖가슴 파고드는 새끼처럼대자연 젖가슴을 단숨에 파고든다. 허락하지 않으려는 숨결과떼 내려는 손길이몇 순간 빗장의 놀림으로천칠백 년 묵은 바위틈 다툼이 일더라. 밀물 썰물 이름표 달고들고 나는 물살의 성화에꾹꾹 눌러 참았던 숨을 몰아쉬며가슴 맺힌 한을 길게 토해내리 산초(山草) 캐는 산처녀 어디로 가고해초(海草) 캐는 물처녀 물 호미질로너른 바다 통째얼기설기 엉성한 망사리에 담으려 네

松竹일반시 2024.04.28

세월은 가도

세월은 가도                  松竹 김철이  부평초 같은 세월이 흘러그대들 이름은 잊혀 가겠지만귀군들 아랫사랑도이녁들 치사랑도내 숨 쉬는 가슴속에 영영 읊어졌네 강풍이 일고소나기 무수히 몰아칠 때도나날이 지저귀듯 왔다가 사라지는 회상나는 되살아날 추억의 날을 잊질 못하지 인연은 가도 과거는 살아남는 법봄날의 민들레 가을날의 들국화추억 쌓아 놀던 그 장의자 위에꽃잎은 떨어지고낙엽이 한없이 쌓인다 한들가슴 내준 자네들 우정만은 하겠는가, 봄날 아지랑이인가당신들 함자는 멀어지지만따스했던 그 우정만은내 비어갈 가슴속에 영영 읊어졌네

松竹일반시 2024.04.25

거짓말

거짓말 松竹 김철이 하루의 세 끼니 밥은 굶어도 단 하루도 하지 않고는 못 사는 세상 숱한 말 중에 참말은 몇 마디일까! 모양도 색깔도 없는 말, 말, 말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인생사 달리지 못할 말꼬리에 꼬리를 물고 거짓말 타고 채찍질 달리는 인생아 드넓은 세상사 입 둘 달고 사는 자 하나 없는데 세 치 혀로 내뱉는 말 중 거짓이 진실보다 독판 치더라 둥근 세상 두루 돌 듯 입 섞어 사는 사이 참말과 거짓말이 뒤죽박죽 세상 끝날까지 동고동락 이어가겠지

松竹일반시 2024.04.21

인연

인연 松竹 김철이 연줄도 없이 빈 지게 하나 덜렁 메고 홀로 왔던 세상 소풍 길에 가슴 내주고 품어준 이들 걸음마다 가시밭길 고비마다 인생 고초일 적에 인연이란 두 글자로 손 내밀어 토닥여준 이들 한 생을 다 살고 내 본향 돌아가는 날 남길 건 이름 석 자뿐이지만 따뜻했던 그대들 사랑 영영 잊진 않으오리다 혼자 왔던 소풍 살이 행복했다 천명하고 벗 되어 놀아준 그네들 마음 빈 지게 하나 가득 담아가니 천상 영복永福죄다 내 것일세

松竹일반시 2024.04.18

수정(修正)

수정(修正) 松竹 김철이 누구나 한번 왔다, 한 번은 가야 할 길이기에 아무리 잘 살아도 아쉬움은 늦가을 길섶에 낙엽인 걸 물도 쏟으면, 못 담는데 세 치 혀 잘못 놀려 맺은 말 한마디 비수가 되어 돌고 돌다 내 가슴 가운데 꽂히는 법 몸가짐 늘 조신이 가지라는 조상님 말씀 엿 바꿔 먹었던지 경거망동 한순간 행실이 타인들 인생에 아픈 상처 되기에 인생이 문서라면 생각과 말과 경거망동 행실로 그르친 인생사 몇 방울 먹물 먹여 고쳐놓을 텐데

松竹일반시 2024.04.14

곡우穀雨

곡우穀雨 松竹 김철이 춘삼월 호시절을 떠나보려니 못내 아쉬운 듯 시절의 뒷문을 걸어 잠가놓고 농부들 한가한 손길 볏논으로 불러낸다. 대풍을 소망하는 농심을 채워주려는 듯 사부작사부작 비가 내리면 백곡은 토실토실 살이 오르고 점쳐질 한해 가을걷이 곡간을 배 불리네 분주한 농부의 손길 못자리 깔 적에 못자리 곤히 잠든 볍씨 잠 깨라고 봄비 내려 토닥토닥 느슨해진 황소 목에 멍에끈 졸라매지 조개에 살이 오르고 나무에 물이 오르니 봄철 밥상머리 밥도둑으로 입맛을 돋우고 곡우 물 몇 모금으로 불로장수 불러오리

松竹일반시 2024.04.11

회초리

회초리 松竹 김철이 천둥벌거숭이 철부지 유년 시절 세상 진리 가르치며 아버지 드높은 은혜로 내리시던 내리 외사랑이어라 삶의 사리 분별 못 할 어린 자식 어머니 드넓은 모정으로 치며 속울음 몰래 쏟으셨던 내리 짝사랑이어라 맞았을 땐 철부지 소갈머리 애먼 매 맞은 듯이 서럽고 억울했지만 부모님 속마음이야 퉁퉁 부어올랐을 터 부모님 죄다 떠나시고 나만 홀로 남았으니 종아리 뉘 앞에 걷어놓고 보약 같은 회초리 뉘에게 맞아보리

松竹일반시 2024.04.07

청명淸明

청명淸明 松竹 김철이 잘 영근 봄볕은 따사로우니 농한기 몇 달을 쉬던 황소걸음 바쁘고 가래질하는 농부들 걸쭉한 입질 못줄 삼아 가래소리 심누나 버드나무 느릅나무 비벼 일으킨 새 불 나라님 고을마다 하사하니 묵은 불 죄다 끄고 새 불 기다리던 민가 굴뚝마다 밥 냄새 폴폴 네 나무가 아닌 내 나무 심는 풍습 따라 산마다 들마다 내 나무 정성스레 심고 슬하 자식 출가할 적 혼수 장을 꾸리네 박토에 부지깽이 꽂아도 새싹이 트고 산에 들에 봄나물이 지천이니 주꾸미 안주 삼아 두견주 한 잔에 꽃놀이 어절씨구 어깨춤 절로 난다.

松竹일반시 2024.04.01

돌풍

돌풍 松竹 김철이 코로나19 탓에 임인년 고운 가을도 즐겨보지 못한 채 떠나보내는 심정 시려만 오는데 기세등등 천지를 호령하누나 가지와 이별하고 갈 길 잃은 넋으로 헤매는 낙엽들 천도재라도 올려줄 심사인가, 드높은 창공 아스라이 들어 올린다. 솔잎 창 높이 세운 소나무 가지 사이 허락 없이 들락날락 거친 호흡을 하며 드넓은 세상을 통째 삼키려 하네 어디서 왔다 어디로 가든지 세상천지 순풍 되어 천지를 제 것인 양 지배하려는 전염병 고이 업어다가 천 길 만 길 바닷속에 수장시켜 주게나

松竹일반시 2024.03.31

세월여류

세월여류 松竹 김철이 동작 그만 그 선만은 넘질 말아라. 너는 그만 거기 멈춰서 편히 쉬려 마 철모르고 너랑 동고동락 달려왔건만 더는 속질 않으리 영원불변할 줄만 알았던 우정이란 네놈 세월이란 네놈 내 인생사 출입 금지다. 너랑 더는 못 불러 앞서 끌어당겨도 내 청춘가 따로 부를래. 행동 그만 그곳에서 다가서질 말아라. 이젠 너는 나 갈림길 떨어져 가리 철모른 체 너의 손목 잡고 따라왔건만 더는 속질 않겠네 동상이몽 꿍꿍이 품었던 연정이란 네놈 시절이란 네놈 내 청춘 길 간섭 금지다. 너랑 더는 못 산다. 뒤서 등 떠밀어도 내 인생길 따로 가리라

松竹일반시 2024.03.24

아! 옛날이여

아! 옛날이여 松竹 김철이 드맑던 금수강산 널린 게 정이고 나눔이라 귀한 줄 몰랐는데 물 한 모금 밥 한 공기 나누기 두렵더라 매몰찬 사회적 거리두기 야박한 시대를 아궁이 부채질하듯 하는데 꿈길에 만난 듯 피붙이 모습이 봄날 아지랑일세 만나면 반갑고 헤어지면 애틋하고 아쉬운 게 인생 산 데 만나기 두렵고 손잡기 두려우니 이기심이 절로 춤추겠네 병마에 시달리며 살아온 삼 년여 잃은 건 정이요 얻은 건 애끓는 사무침이라 못내 그리워 몇 소절 옛 노래 가사로 허전한 가슴에 흐른다.

松竹일반시 2024.03.17

숨결

숨결 松竹 김철이 세상은 드넓어도 물 흐르듯 흘러가는 인생사 오늘이 있기에 내일이 오리라 여기지 마라 봄이 오고 꽃이 피고 벌 나비 날아도 봄맞이 그리워할 숨결은 그 어디에 피려나 인생의 색깔 노란색인지 파란색인지, 색칠할 인생 노트 모양은 네모일까, 세모일까, 알 수가 없네 모양도 색깔도 모를 인생사지만 인생살이 새겨갈 노트엔 노랗게 파랗게 살아갈 백년지기 숱한 사연 적어 보리라

松竹일반시 2024.03.10

독백

독백 松竹 김철이 변화 없는 일상 지루함이 오뉴월 엿가락이라도 마음 풀어놓을 곳 하나 없으니 전깃줄 참새떼가 부럽더라 금수강산 거리마다 움직이는 전염병 도사리니 공기 맑고 물 맑았던 옛 시절이 못내 그립네 보고 싶고 손잡고 싶어도 보지 말고 손잡지 말라니 시대의 운명 참으로 얄궂지 둘도 아닌 하나인데 쏟아내 놓은 말썽거리 산을 이루고 천 한 조각 입을 가리라니 입속엔 구린내 진동하겠네

松竹일반시 2024.03.03

정(情)

정(情) 松竹 김철이 부모님 자식 향한 사랑 허수아비 홀로 외로운 가을걷이 들녘 오곡백과 익어가듯 하더라 아비 뼈를 타고 어미 배를 빌려 세상 소풍 온 동기간 우애 저승 갈 길동무 같아라. 흙먼지 폴폴 일으키며 쌓아온 우정 험한 세상 징검다리 밀고 당겨서 건너고도 남으리 영혼 육신 하나 되어 백년해로하쟀으니 부부간 애정 설익은 삶 익혀갈 동무라 하겠네

松竹일반시 2024.0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