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우穀雨
松竹 김철이
춘삼월 호시절을 떠나보려니
못내 아쉬운 듯
시절의 뒷문을 걸어 잠가놓고
농부들 한가한 손길 볏논으로 불러낸다.
대풍을 소망하는 농심을 채워주려는 듯
사부작사부작 비가 내리면
백곡은 토실토실 살이 오르고
점쳐질 한해 가을걷이 곡간을 배 불리네
분주한 농부의 손길 못자리 깔 적에
못자리 곤히 잠든 볍씨 잠 깨라고
봄비 내려 토닥토닥
느슨해진 황소 목에 멍에끈 졸라매지
조개에 살이 오르고
나무에 물이 오르니
봄철 밥상머리 밥도둑으로 입맛을 돋우고
곡우 물 몇 모금으로 불로장수 불러오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