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꽃
松竹 김철이
칠팔월 푸르름은
세상천지 푸른 물 들일 것 같은데
실눈 뜨고 잠시 둘러보니
세상은 온통 먹구름 빛이다.
덜 가진 자
먹고살려 숨 쉴 틈 없이 허덕대고
더 가진 자
더 가지려 잠잘 새 없이 억억대니
사계절 가슴팍엔 먹물이 들더라
그 누가 기워 갚으리
나날이 커져만 가고
매 순간 자라만 가는
이 악순환을
나부터 내려놓고
나부터 벗어놓는 세상사 그리워서
텅 빈 채 버려질
내 넋의 빈터에
한 송이 붓꽃 심어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