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겨울 松竹 김철이 코흘리개 아이들 절로 신이 난다. 꽁꽁 언 빙판에 팽이치기할 부푼 꿈에 처마 밑 고드름 현기증 절로 난다. 짧지 않은 한 시절 거꾸로 매달려있을 걱정에 진눈깨비 춤 맵시 곱기도 하지 추운 계절 훨훨 날며 따뜻한 나라 찾아갈 거라고 온 동네 개구쟁이 몹시도 즐겁다. 길고 긴 겨울방학 함박눈 친구 삼아 한껏 뛰놀 거라고 松竹♡동시 2023.01.03
눈사람 눈사람 松竹 김철이 나비도 아니지만 허공을 날아 이 땅으로 내려왔지요 금수강산 삶터 삼아 살고파서 팔랑팔랑 내려왔지요. 온갖 소음 다 씻어내고 이 세상 새하얀 마음 전하고파 이 땅에 살고 싶어요 세상 사람 하얀 마음 일러주고파 소복소복 이 땅 위에 쌓였어요. 눈도 코도 삐뚤지만, 마음 하나 바르게 살고파서 이 땅속 젖어 들래요 성난 사람 모난 사람 모두 손잡고 천년만년 스며들래요. 松竹♡동시 2022.12.14
감 감 松竹/김철이 비어 가는 가지 사이 구멍 뚫린 마음으로 붉게 웃지요 까치밥 몇 알로 남겠지만, 늘 그렇게 웃지요. 시들어 가는 떡잎을 보며 애처로운 심정 가눌 길 없어서 슬피 울지요. 붉은 눈물 몸에 배도록 늘 그렇게 울지요. 松竹♡동시 2022.11.08
고슴도치 고슴도치 松竹/김철이 제 자식 귀한 줄 누가 모를까 등창에 가시 창 소복이 심어 세상천지 천적들 눈감고도 막아낼 수 있음이 누구 하나 쉬 넘보지 못하고 얕보지 못하니 하늘 아래 너른 땅 의젓하게 굴러간다. 松竹♡동시 2022.10.25
추석 추석 松竹 김철이 1년 한가운데 다소곳이 앉아 햅쌀 고이 찧어 송편을 빚는다. 삼복더위 열대야 속에 몸에 입었던 옷 고이 접어 뒤로 미뤄놓고 추석 빔을 입는다. 온 동네 장정들 한마음 한뜻으로 후년의 대풍을 위하여 굵은 외줄을 당긴다. 온 마을 처녀들 대보름 달밤을 기리며 손에 손 마주 잡고 덩실덩실 춤을 춘다. 松竹♡동시 2022.09.07
봉선화 봉선화 松竹 김철이 울 밑에 홀로 선 붉은 꽃 타는 햇살 뜨거워 고개 숙였나 속사정 모르시는 해님은 붉은 꽃 더 붉게 태우는데 붉게 물든 꽃잎은 한해살이 서러움에 더욱 붉은 봉선화 꽃물을 들인다. 松竹♡동시 2022.08.24
부들(1) 부들(1) 松竹 김철이 연꽃만 꽃인가 연못에 피는 나도 꽃인데 그 이름 쉽지 않아 찾는 이 드물다. 기세부려봐야 솜털인데 솜털 창 곧게 세워 너른 연못 홀로 지킨다. 황소개구리 울음 거창하나 원기둥 꽃이삭 곱게 피워 청개구리 울음 솜 가슴 품어 안는다. 너른 대지 고운 자리 널려있는데 하필이면 물에 피냐고 물어본다면 어딜 가나 대자연 슬하 물이 좋아 늘 물에 산단다. 松竹♡동시 2022.07.06
반딧불 반딧불 松竹 김철이 하늘에 별이 땅으로 내려왔나 봐 여름 냇가 총총걸음 어디로 갈까 갈 곳도 없이 고향으로 갈 테지 여름밤 불 밝혀 하늘로 오른다. 松竹♡동시 2022.06.29
봄 소풍 봄 소풍 松竹 김철이 달래 냉이 나물 캐서 진달래 붉은 찬 통에 담고 아직 덜 녹은 먼 산 눈송이 수선화 수통에 담아 강남 갔던 제비 뒷산 아지랑이 아롱대며 불러 모으니 깜짝 놀란 개구리 양 볼에 도시락 챙겨 들고서 개골개골 소풍을 가죠 松竹♡동시 2022.05.04
봄비 봄비 松竹/김철이 후드득 툭! 툭! 누구세요…? 창문을 두들기는 소리 이 밤중에 누가 오신 걸까… 혹시… 빈 들녘 봄씨를 심으러 오신 봄비라도… 아이의 동심은 어느 사이 몇 줄기 비로 온 들판 새봄을 심는다. 松竹♡동시 2022.04.20
봄나물 봄나물 松竹 김철이 긴 겨울 얼마나 추웠을까 칼바람 무서워 새파랗게 질렸겠지 숨마저 제대로 편히 쉴 수 없었던 모양 꽃샘추위 친구 하자 손 내미는 걸 보면 松竹♡동시 2022.03.09
설날 설날 松竹 김철이 밤 대추 배 사과 때때옷 차려입고 차례차례 떡국차례 지내요. 돼지 개 양 소 말이 앞다투어 파릇파릇 새봄 윷 밭갈이하지요. 방패연 가오리연 드높은 하늘 까불까불 차고 올라 해님께 세배하네요. 널빤지 하나 놓고 영희도 순희도 오르락내리락 멍멍이도 덩달아 뛰지요. 松竹♡동시 2022.02.01
안경 안경 松竹 김철이 울 할배 안경은 돋보기안경 울 할배 닮았지요. 울 엄마 안경은 금도금 안경 울 엄마 닮았고요. 눈사람 안경은 수수깡 안경 눈사람 얼굴에 제격이지요. 松竹♡동시 2022.01.26
소쩍새 소쩍새 松竹 김철이 캄캄한 숲속 마을 잠든 줄 알았더니 엄마 새 아가 새가 끊어진 밤 이야기 떠듬떠듬 속삭속삭 목쉰 울음으로 잇지요 메아리 잠든 사이 계곡물 몰래 흘러 밤마실 떠날 적에 아빠 새 아가 새가 봄소식 그리운 듯 목멘 건울음을 울지요 松竹♡동시 2021.12.01
겨울 허수아비 겨울 허수아비 松竹/김철이 얼마나 추울까 논두렁 저 허수아비 참새마저 떠난 벌판 외로워 어떡하나 기워입은 누더기 칼바람이 숭숭 한숨이 절로 난다. 松竹♡동시 2021.1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