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산 가을 산 松竹 김철이 행여 물들까 몸을 움츠린 지 어저께인데 온 산은 가을물 얼룩이 진다. 어디서 왔을까 세상 제일의 화가 붓도 들지 않고 온통 환칠을 한다. 고추잠자리 시절에 취해 맴을 돈다. 온 산이 불타는 줄도 모른 채 가을 산 깊은 경치에 빠진다. 계곡마다 기슭마다 거센 불길로 타는데 산등성이 들국화 자리 깔고 느긋함이 온몸에 배어 간다. 松竹♡동시 2021.10.20
송편 송편 松竹 김철이 분단장 곱게 하고 시집가는 새색시처럼 온 밥상을 구른다. 뜨겁지도 않을까! 펄펄 끓는 가마솥 속에 알몸으로 눕는다. 솔 향기에 취했을까! 활활 타는 장작불 속에 진초록 물이 든다. 松竹♡동시 2021.09.22
숨바꼭질 숨바꼭질 松竹 김철이 쏴~아 철썩! 밀물과 썰물이 순례가 되어 바닷속 가족들을 찾는데 어디 어디 숨었을까?… 미역도 빼죽 파래도 빼죽 숨기에 바쁘네 멍게와 성게는 어디에 숨었는지 파도만 숨이 턱에 차니 누가 누가 잘 숨나 내기라도 해볼까… 거북도 쏘~옥 집게도 쏘~옥 들고 나는 바닷물 어깨를 걸고 걸어 숨은 가족 찾기에 하루가 다 간다. 松竹♡동시 2021.08.11
방학 방학 松竹 김철이 야! 방학이다. 오버! 학교 운동장 한가운데 뽀얀 흙먼지가 피어오른다. 한 달 동안 놀아볼 심사에 신발주머니 머리 위 뱅글뱅글 프로펠러로 돈다. 두 발 헬리콥터 바퀴가 되고 신명 나는 동심 달랠 길 없어 하늘을 향해 떴다 앉았다, 떴다 앉았다. 두두두두, 두두두두 어떻게 놀아볼까… 방학 동안 놀 생각에 빙글빙글 큰 하늘을 날아오른다. 松竹♡동시 2021.07.28
엄마 오리 꽥꽥 새끼오리 꽥꽥 엄마 오리 꽥꽥 새끼오리 꽥꽥 松竹 김철이 엄마 오리 새끼오리 한나절 한가로이 물가를 거닐다 엄마 오리 버럭 화를 낸다. 얘들아! 너희들… 엄마가 그렇게 가르쳐 줘도 모르겠니…? 이렇게 똑바로 걸으란 말야… 뒤뚱뒤뚱 글구… 목소리가 그게 뭐니…? 이렇게 고운 목소리로 말해 보렴. 꽥꽥 새끼오리 뒤뚱뒤뚱 꽥꽥 온종일 엄마 따라 배워도 제자리걸음 새끼오리 뒤뚱뒤뚱 꽥꽥 심통이 난다. 松竹♡동시 2021.06.09
아기 아기 松竹 김철이 시큼한 젖 냄새 뭐가 그리도 좋아서 고사리손 엄마 젖가슴 움켜쥔다. 알 수 없는 말은 어디서 배웠을까 앵두 같은 입술 쫑긋쫑긋 나팔꽃 피고 달맞이꽃 필 때까지 옹알이한다. 앞집 개도 짖지 말고 뒷집 개도 짖지 마라. 우리 엄마 구성진 자장가에 칭얼대던 우리 아기 꿈나라 여행하네 우리 아기 선잠 깰까 생쥐도 몰래몰래 고양이도 살금살금 까치발 딛고 숨바꼭질한다. 하늘나라 천사라도 만났을까 고운 꿈길 사뿐사뿐 꼭 다문 입가에 앙증맞은 미소 곱게도 번지네 松竹♡동시 2021.05.05
진달래 진달래 松竹 김철이 춘삼월 작은 가지에 꽃보다 앞서 맺는 잎의 사연 정말 알고 싶구나 겨우내 옷 벗은 산과 들 추울세라 붉은 꽃잎 옷을 지어 따뜻하게 입혀놓고 어긋나는 잎의 이야기 알고 싶어서 가지마다 앙증맞게 기어오르다 더 깊은 뜻 깨달으려 앙증맞은 걸음으로 계곡마다 기슭마다 붉은 물 곱게 들이며 아장아장 기어오른다. 松竹♡동시 2021.04.21
초록 아기 초록 아기 松竹 김철이 손이 시려 숨었을까 몇 달 며칠 땅속에 잠자더니 어느새 깊은 산기슭에 초록 물감을 풀어놓는다. 계절에 옷 빼앗겨 부끄러워 떨고 섰던 나뭇가지 가지마다 고사리손 곱게 다듬어 푸른 새 옷을 입힌다. 시절도 돌아오는 메아리 수줍듯 녹색 옷 갈아입고 덜 트인 목소리 가다듬어 온 들녘에 봄의 노래를 부른다. 松竹♡동시 2021.03.31
보름달 보름달 松竹 김철이 작은 동그라미 속에 큰 세상이 다 들어간다. 소복하게 그 옛날 떡방아 찧던 달 토끼 지금은 어딜 갔을까 퍽도 궁금하다. 밤새 온 하늘 두루 다니려면 무척이나 배도 고플 텐데 달 토끼 빚어놓은 떡이라도 먹었으면 일 년이면 열두 번 가끔 다녀가는 길손처럼 아쉬움만 남겨놓고 서쪽 하늘로 흘러만 간다. 松竹♡동시 2021.02.24
까치밥 하나 까치밥 하나 松竹 김철이 동지섣달 긴긴밤 춥지도 않나 봐 칼바람 몸소 맞으며 발그레 웃는다. 혼자 외롭지 않을까 친구들 사이좋게 내리는 눈보라 속에서도 늘 밝게 산다 마음씨도 고와라 부족한 시절 배고픈 길손 먹고 가라 온통 다 내어준다. 松竹♡동시 2021.01.20
까치밥 까치밥 松竹 김철이 시절은 변하는 것이라 잎도 지고 형제도 떠났는데 가지에 홀로 앉아 웁니다 살점을 파고드는 까치 부리 원망스러워 서럽게 웁니다. 계절은 돌아온다지만, 이미 잘려나간 생은 돌아올 길 없으니 눈물로 하소연합니다 살을 에는 찬바람 심장까지 얼게 하니 붉은 눈물로 하소연합니다. 松竹♡동시 2020.12.16
추억 추억 松竹/김철이 작년 이맘때 먼 학교 전학 간 반 짝꿍 활짝 웃는 모습이 그립다. 늘 다정한 표정 늘 반듯한 태도 운동장에 함께 뛰논다. 등굣길이나 하굣길에도 늘 함께 재잘대던 그 얼굴 다가왔다 멀리 사라진다. 가만히 앉아 턱 고이면 반 짝꿍같이 했던 시간들 나이도 먹지 않고 모습도 그대로 기억 속 되새김질을 한다. 松竹♡동시 2020.11.11
허수아비(1) 허수아비(1) 松竹 김철이 다리도 아플 텐데 한 마디 불평도 없네 온종일 찾아와 봐야 참새떼 극성뿐 버려져 가는 저 심정 어디다 말할까 꽃피고 새우는 그날까지 외로워 어떻게 살 까나 松竹♡동시 2020.10.22
석류 석류 松竹김철이 누구 하나 반겨주는 이 없는데 온 가을 한 아름 밝게 웃는다. 늘 크게 웃다 보니 다물지 못한 입가로 후두두 이가 쏟아질까 얼굴을 붉힌다. 그 누가 이렇게도 수줍게 했을까 막 시집온 색시처럼 부끄러워 고개를 숙인다. 겉모습 붉으니 속마음도 붉을까 물어보는 이 없지만, 대답하듯 하얀 이 드러낸다. 松竹♡동시 2020.09.12
나팔꽃 나팔꽃 松竹 김철이 아침 햇살 방긋 웃는 이른 아침 잠꾸러기 우리 동생 깨우려 음표 없는 음률로 나팔 불지요 뚜뚜 따다 불다 보니 잎에 졸던 이슬방울 깜짝 놀라 허둥지둥 눈 비비며 앞다투어 미끄럼 타지요 온 동네 나팔 소리 울려 퍼지고 신이 난 꽃잎 철부지 개구쟁이처럼 하늘 향한 외줄을 오르죠 松竹♡동시 2020.08.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