松竹♡동시 66

가을 산

가을 산 松竹 김철이 행여 물들까 몸을 움츠린 지 어저께인데 온 산은 가을물 얼룩이 진다. 어디서 왔을까 세상 제일의 화가 붓도 들지 않고 온통 환칠을 한다. 고추잠자리 시절에 취해 맴을 돈다. 온 산이 불타는 줄도 모른 채 가을 산 깊은 경치에 빠진다. 계곡마다 기슭마다 거센 불길로 타는데 산등성이 들국화 자리 깔고 느긋함이 온몸에 배어 간다.

松竹♡동시 2021.10.20

방학

방학 松竹 김철이 야! 방학이다. 오버! 학교 운동장 한가운데 뽀얀 흙먼지가 피어오른다. 한 달 동안 놀아볼 심사에 신발주머니 머리 위 뱅글뱅글 프로펠러로 돈다. 두 발 헬리콥터 바퀴가 되고 신명 나는 동심 달랠 길 없어 하늘을 향해 떴다 앉았다, 떴다 앉았다. 두두두두, 두두두두 어떻게 놀아볼까… 방학 동안 놀 생각에 빙글빙글 큰 하늘을 날아오른다.

松竹♡동시 2021.07.28

엄마 오리 꽥꽥 새끼오리 꽥꽥

엄마 오리 꽥꽥 새끼오리 꽥꽥 松竹 김철이 엄마 오리 새끼오리 한나절 한가로이 물가를 거닐다 엄마 오리 버럭 화를 낸다. 얘들아! 너희들… 엄마가 그렇게 가르쳐 줘도 모르겠니…? 이렇게 똑바로 걸으란 말야… 뒤뚱뒤뚱 글구… 목소리가 그게 뭐니…? 이렇게 고운 목소리로 말해 보렴. 꽥꽥 새끼오리 뒤뚱뒤뚱 꽥꽥 온종일 엄마 따라 배워도 제자리걸음 새끼오리 뒤뚱뒤뚱 꽥꽥 심통이 난다.

松竹♡동시 2021.06.09

아기

아기 松竹 김철이 시큼한 젖 냄새 뭐가 그리도 좋아서 고사리손 엄마 젖가슴 움켜쥔다. 알 수 없는 말은 어디서 배웠을까 앵두 같은 입술 쫑긋쫑긋 나팔꽃 피고 달맞이꽃 필 때까지 옹알이한다. 앞집 개도 짖지 말고 뒷집 개도 짖지 마라. 우리 엄마 구성진 자장가에 칭얼대던 우리 아기 꿈나라 여행하네 우리 아기 선잠 깰까 생쥐도 몰래몰래 고양이도 살금살금 까치발 딛고 숨바꼭질한다. 하늘나라 천사라도 만났을까 고운 꿈길 사뿐사뿐 꼭 다문 입가에 앙증맞은 미소 곱게도 번지네

松竹♡동시 2021.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