松竹묵상글

주(主) 바라기 삶

松竹/김철이 2022. 7. 13. 01:14

() 바라기 삶

 

                                                                                                  김철이 비안네

 

 

 조선 후기 광해군 시대에 광대와 관련된 이야기다. 얼어붙은 겨울 한강, 양화진 앞 강 얼음판에서 광대들이 광대놀음판을 펼쳐놓고 춤을 추고 있었다. 강변에는 불을 피워 놓고 광대들의 놀이를 구경하고 있는 사람들이 숱하게 많았다. 몇 사람의 광대가 한데 어울려 춤을 추고 있을 때 순식간에 얼음판이 깨져 내려앉아 버렸다. 이 난장판에 한 광대의 아내가 손쓸 겨를도 없이 그만 강물 속에 빠지고 말았다.

 

 그 아낙의 남편인 광대는 자기 아내를 구하려고 허둥지둥하며, 울고불고 야단이 났었다. 그러나 강변에서 구경하던 사람들은 내자를 구하려는 광대의 노력이 죄다 광대놀이인 줄 알고 웃어 대기만 했다. 광대가 안절부절못할수록 구경꾼들은 박장대소를 하며 더욱 웃어 댔다는 이야긴데 광대는 평소에 광대놀이에 충실했고 타인의 시선엔 오롯이 광대로만 비추어졌다는 것이다. 광대가 아무리 고상한 학춤을 춘다고 할지라도 구경꾼들의 시야엔 광대춤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 이야기 속 구경꾼들의 모습과 반대되는 모습이 성경 속에 있어 평상시 우리 삶의 태도에 접목해 묵상의 토양으로 삼았으면 한다.

 

 호수 한가운데서 작은 배에 타고 있던 제자들은 세찬 바람이 불어 대자 몹시 불안해졌다. 그들 중에 어부 출신인 베드로는 호수 양편에서 불어 대던 맞바람이 점차 거세진다면 자신들 신변에 어떠한 위험이 닥칠지를 너무나 잘 알고 있었던 터라 예수님마저 배에 함께 계시지 않으니 불안한 마음은 갈팡질팡 종잡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즈음 제자들이 타고 있는 배를 향해 저 멀리 어둠 속에서 누군가 다가오고 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떨칠 수 없는 겁에 질려있던 판에 이 광경을 본 제자들은 한층 더 큰 두려움에 영과 육이 온통 사로잡혀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 유령이다!” 하고 고함을 지르고 말았다. 그러자 예수님께서 나다. 두려워하지 마라.” 하고 말씀하셨다.

 

 베드로는 귀가 번쩍 열렸을 것이고 멀리서 물 위로 걸어오시는 분이 예수님이심을 알아차리고는 물불 가릴 사이 없이 엉겁결에 예수님께로 달려갔다. 그 시점엔 예수님만 물 위를 걸으신 것이 아니라 예수님 곁으로 허겁지겁 달려가던 베드로도 물 위를 걷고 있는 것이었다.

 

 어느 순간 극심한 긴장감에 휩싸여 물 위를 걷던 베드로가 점차 긴장이 풀리면서 제정신으로 돌아보았다. 아무런 생각도 계산도 없이 예수님만 바라보며 걸을 때는 몰랐는데, 무심결에 자신이 거센 바람이 부는 호수 위에 있다는 생각이 들자 갑자기 두려워졌고 베드로는 곧바로 거센 풍랑이 들쑥날쑥해 대는 호수 물속으로 빠지고 만다. 예수님께서 물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베드로를 건져 올리시고 배 위로 오르시자 풍랑은 언제 나댔냐는 듯 금세 잠잠해졌다.

 

 한평생의 우리 삶 중에 어떤 위기에 봉착했을 때 우리의 시선을 어디에 두어야 하는지에 대한 답인데 베드로가 예수님께만 시선을 두고 있을 때는 거대한 풍랑도 두려워하지 않고 거뜬히 물 위를 한 걸음 한 걸음 걸어 나갈 수 있었듯 우리 역시 창조주 하느님께서 허락하신 세속의 한 생을 살면서 매 순간 예고 없이 들이닥치는 숱한 희로애락을 당면했을 때 진종일 해만 따라 돌고 돌며 피는 해바라기꽃의 생을 닮아 주님만 바라보며 생활한다면 어디 물 위뿐이겠는가, 천방지축 춤추는 꽃불 위인 듯 맨발로 걷지 못할까?

 

 우리가 한 생을 살면서 생활 태도가 느슨해질 때도 본의 아니게 방심할 때도 생기는 것인데 순간적으로 예수님께 두던 시선을 놓치고 자기에게 들이닥친 유혹의 풍랑을 바라보는 순간 다시금 풍랑이 제멋대로 들쑥날쑥할 세속 물속으로 빠져들고 만다는 것이다. 우리 삶에 어려움과 위기가 닥칠 때 삶의 문제만 바라보면 결국 더욱 혼란에 빠지고 말며 어려울수록 주님만을 우러러보며 나아가면 갖은 유혹의 풍랑은 잦아들고 다시 평화가 찾아옴은 당연지사 매 순간 주님께 시선을 두고 사는 것이 신앙인 본연의 삶이고 주() 바라기 생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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