松竹묵상글

2022년 묵주기도 성월 맞이 묵상글|영혼을 묻는 신앙

松竹/김철이 2022. 10. 4. 10:53

영혼을 묻는 신앙

 

                                                               김철이 비안네

 

 

묵주기도는 성모님께 바치는 기도가 아니라 성모님과 더불어 삼위 하느님께 바치는 기도이다. 묵주기도의 모든 묵상은 주님을 향해야 한다. 묵주기도의 중요한 특징 가운데 하나는 일정한 문장으로 정해진 기도문과 문장으로 정해지지 않은 내심(內心)의 기도이므로 가장 아름답고 조화롭다는 점이다. 성모송과 주님의 기도, 영광송 등의 기도문을 외우며 침묵 가운데 주님 구원의 신비를 묵상하는 기도라는 것이다.

 

묵주기도는 모든 복음 메시지의 핵심을 한데 모아 간추려놓았으므로 '복음의 요약'과 같다. 묵주기도의 환희의 신비, 빛의 신비, 고통의 신비, 영광의 신비 등 각 신비는 복음서에서 영감을 받았던 것이라 각 신비에는 예수님의 탄생 예고부터 시작해서 유년 시절, 공생활, 수난과 부활, 천상(天上)에서 받으신 영광까지 복음서에 기록돼 있거나 일부 복음서 내용이 함축적으로 포함되어 있다. 기도 중에 묵상해야 할 내용은 네 종의 신비에 접목(椄木)돼 있으며 예수 그리스도의 강생, 수난, 부활 등 구원사를 요약한 각 신비는 각각 다섯 개의 묵상 주제로 구성돼 있다.

 

환희의 신비는 예수 그리스도님의 탄생 예고와 더불어 강생과 유년 시절을 묵상하도록 인도하는데 빛의 신비에는 예수님의 공생활 중 다섯 가지 주요 사건이 등장한다. 고통의 신비에서는 예수님의 수난과 고통과 죽음을 묵상한다. 영광의 신비에서는 예수님의 부활과 승천, 성령 강림과 성모승천을 비롯해 구세주의 모친이신 성모님의 대관(戴冠)을 묵상할 수 있다. 묵주기도를 할 때 각 신비 내용을 온전하게 묵상하는 것이 가장 중요할 것이다.

 

매년 시월은 묵주기도의 성월(星月)이다. 많은 신자를 비롯해 레지오 단원들이 습관처럼 자주 바치는 기도인 묵주기도에서 주어지는 은총의 뜻을 특별히 묵상해야 하는 시월을 묵주기도 성월(默珠祈禱聖月)로 정하고 있다. 이를 통해서 우리는 주님의 신비를 더욱 깊이 묵상하고, 우리의 모든 기도를 전구(轉求) 해 주시는 성모님의 신심을 떠올릴 계기로 삼아야 한다.

 

환희의 신비, 빛의 신비, 고통의 신비, 영광의 신비 이 네 가지 신비를 깊이 묵상함으로써 하느님 구원 사업의 섭리를 자세히 살펴볼 수가 있다. 특히 세상에 인간의 모습으로 오신 성자 예수 그리스도께서 보여주신 하느님 나라의 신비와 은총을 순서대로 묵상할 수 있는 은혜로운 시기다.

 

교회 내에는 수많은 기도가 있지만, 가톨릭 기도서를 볼 양이면 시간에 따라, 상황에 따라, 지향에 따라 바치는 기도들이 많다는 현황을 기도문 제목만 보더라도 능히 알 수 있다. 이와 더불어 묵상을 통해서 자유로이 주님과 대화하며, 우리의 삶과 세상의 모습 안에 계시는 주님을 느낄 수 있음이다.

 

다양한 기도 가운데에서도 묵주기도는 반복적으로 되뇌는 기도문 안에 오롯이 쟁여져 있는 네 가지 신비의 인도에 따라 주님께서 걸어가신 길을 따라나설 수 있다. 각 신비를 통해 묵주기도를 바치는 가운데 하느님께서 계획하시고 주님께서 몸소 보여주신 모범을 하나하나 깊이 묵상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묵주기도의 각 단을 바치면서 개인적인 지향을 기억하거나, 주님께서 베풀어주시길 바라는 은총을 함께 봉헌하며 바칠 수 있는 아름다운 기도이다.

 

때로는 단순하게 반복적인 기도가 분심(分心)의 원인이 되기도 하고, 입으로만 바치는 기도로 느껴지는 불심(不審)도 온전히 떨쳐버릴 순 없지만, 이 묵주기도에 영적으로 집중하고 묵상할 수 있다면, 하느님의 섭리와 주님의 말씀, 성령의 은혜를 깊이 묵상할 수 있는 기도임을 생각해야 할 것이다. 묵주기도의 성월(聖月)인 시월을 맞이하여 삼위 하느님과 성모 성심이 기뻐하실 지향(志向)으로 가톨릭 역사가 오롯이 쟁여진 묵주기도를 지속적(持續的)으로 바치도록 하자. 습관처럼 입으로만 되풀이하는 것이 아니라 이십 단, 기도 속에 우리의 영혼을 파묻는 몸가짐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