松竹묵상글

2022년 위령 성월 맞이 묵상글|사죄수의 삶

松竹/김철이 2022. 11. 1. 10:30

사죄수의 삶

 

                                                         김철이 비안네

 

 

사형 제도(死刑 制度)가 폐지되기 전의 사죄수(死罪囚)들은 여느 재감자(在監者)들보다 좀 더 이른 시간에 기상(起床)하고 좀 더 늦은 시간에 취침(就寢)한다고 한다. 사형집행 일자를 본인들에게 미리 알려주지 않았던 터라 눈 떠서 맞이하는 매일(每日)이 생애 마지막 하루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잠자는 시간을 줄인 사 죄수 들은 그 시간에 다른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는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다고 한다. 아울러 사 죄수 들은 늘 단정한 몸가짐을 유지하고 산다고 한다. 이러한 생활 태도는 언제일지 모르는 죽음을 늘 준비하는 사죄수의 마음가짐을 대변해 준다는 모습일 것이다. 더불어 죽음은 공포의 대상이지만, 동시에 오늘 하루의 삶을 진지하게 쟁이고 삶의 참 의미를 성찰하는 동기의 시간으로 삼기도 한다.

 

1945년 발표된 바 있는 이건영(李建榮)의 '차가운 강'이라는 소설(小說)에서 뇌종양으로 육 개월 시한부 선고를 받은 여학생 주인공은 담당 주치의(主治醫)에게 진심을 담은 고백을 한다. "저는 그 여섯 달을 후회 없이 보낼 수 있도록 계획을 세울 작정이에요. 저는 그 여섯 달의 시간을 충분히 알차게 보낼 수 있을 것 같아요. 저는 자신을 비관하거나 죽음이 무서운 것이라곤 생각하지 않아요.”

 

우리 역시, 시한부 죽음을 눈앞에 맞이하고 있다면 남은 생애 동안 살아낼 하루하루가 너무도 귀중하게 느껴질 뿐 아니라, 흘러가는 일초 일초의 시간에 삶의 살점이 흐르는 시간만큼 뜯겨 나가는 듯할 것이다. 그러므로 인간은 죽음이란 생애 과정을 통해서 비로소 삶에 성실해지고 진지해진다는 것이다. 반대로 신앙인의 죽음은 그 죽음을 영원한 허무로 여기지 않고, 자기 존재를 변화시켜 완성해 나아가며 또 다른 부활의 시기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신앙인은 언제 올지 모를 죽음을 항상 삶 안에 받아 들 수 있는 몸가짐으로 준비함으로써 부활의 영원한 삶에 이미 참여하는 것이다.

 

2021년 10월 31일 새벽꿈에 고종 누님과 형님이 제매에게 24만 원짜리 옷을 맞춰주겠다며 죽은 이의 시체를 입관하는 관처럼 생긴 새하얀 옷 틀에 누우라는 것이었다. 이에 제매가 그 옷 틀 속에 누우며 조금 언짢은 말투로 “관 같다.”라는 말을 하니 옆에 계시던 어머니께서 “쓸데없는 소리 한다.”라며 꾸짖고는 일어나라고 하셨는데 모든 성인의 대축일인 11일 오후 누이동생에게 다급히 전화가 걸려 와 제주도 교육 중이던 제매가 뇌출혈로 쓰러져 급히 병원으로 이송되었다며 기도를 부탁했다.

 

제매의 평생 미사가 봉헌돼 있던 수녀원에 기도 부탁 전화를 한 뒤 제매 쾌유를 지향으로 묵주기도 이십 단을 바쳤다. 기도 중 “일어나라. 두려워하지 마라”(마태오 17, 7)라는 응답을 받았다. 그 후 위급했던 제매의 병세는 호전되어 중환자실에서 입원실로 옮기기에 이르렀다. 이후 죽음을 준비하라는 병원 측의 말과는 달리 호전 속도가 빨라 열흘 후 응급 후송 차량에 실려 입원했던 제주 병원에서 자가 치료를 해도 무관하다는 진단이 내려 자신의 두 발로 걸어서 비행기에 올라 부산으로 왔고 병원 처방 약으로 자가 치료 중이며 일상에 복귀한 상황인데 이는 위령 성월을 맞아 신앙 자체를 인정하지 못하는 제매에게 누구나 죽을 수도 부활할 수도 있음을 꿈과 생시에 접목하여 일러주신 듯싶다.

 

우리는 매년 십일월이면 위령 성월을 맞이하는데 우리보다 앞서 세상을 떠난 이들을 위해 기억하고 그들을 위하여 특별히 기도하는 시기다. 이즈음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성인 반열에 오르지 못한 평범한 영혼에도 부활하신 그리스도의 승리를 말미암은 몫이 부여되기를 희망하면서 기도해야 한다. 하느님 앞에 나아가려면 정화되어야 할 부분이 많은데 죽은 다음에 치러야 할 정화의 과정을 그치는 곳이 연옥이다.

 

우리는 연옥에서 단련의 과정을 받는 영혼들을 기억하고 천국의 성인들과 함께 그들을 위하여 기도와 희생과 선행으로 도움을 줄 수 있다. 우리의 기도는 하느님께 바쳐지는 것이고 또한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전능을 산 사람이나 죽은 사람, 누구에게나 베풀 수 있는 터라 연옥 영혼들뿐만 아니라 많은 이들의 기억에서 지워진 영혼들을 위해 기도하는 한편 우리의 죽음 또한 절절히 묵상해야 할 것이다. 죽음을 앞둔 사죄수의 마음가짐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