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에 또 다른 예수 그리스도를
김철이 비안네
누군가에게 빅매치(big match) 중에 빅매치인 세인트 피터스와 올 세인트 두 팀이 갖는 축구 라이벌전 경기를 현지(現地) 경기장 관람석에서 직관(直觀)할 수 있는 입장권과 왕복 비행기 탑승 티켓뿐만 아니라 호텔 투숙권까지 보내와 초대한다면, 이 얼마나 큰 행운이고 기쁨이겠는가? 누구나 이럴 처지에 놓이면 뛸 듯이 기뻐하며 설레는 마음으로 여행 가방부터 준비할 것이다.
이천 년 전 아기 예수님께서 탄생하실 거룩한 밤에 주님의 천사는 몇몇 사람들에게 탄생하신 예수님의 거룩한 모습을 직관할 수 있는 초대장을 보내는데 구세주(救世主) 탄생을 현장에서 직관할 수 있는 영광이 주어진다면 이보다 더 큰 은혜와 축복은 두 번 다시 없을 것이다.
그 시대 배경을 적용한다면 마땅히 그 값진 티켓은 로마 황제나 황비, 유다 왕이나 왕비, 수석 사제나 율법 학교 교장에게 주어져야 하지 않을까? 그런데도 불구하고 놀랍게도 학벌은 전무하고, 가문도 비천하며 온종일 양들과 붙어 다니는 일이 전부인 허허 들판의 목자들에게 주어졌다는 것이다.
당시 유다 사회 구성원 안에서 목자들은 하위 그룹에 속하는 아주 천한 신분이었다. 당시 사람들은 목자 하면 별 볼 일 없는 사람들, 말도 섞고 싶지 않은 사람들이었다. 목자들 역시 자신들의 처지가 그렇다 보니 어떠한 혜택도 바라지 않고 자포자기하며 살아가던 이들이었다.
그런데 그 어디에도 비교할 수 없이 드높으신 하느님, 그 어떤 존재에도 비할 수 없을 만큼 존귀하신 그분의 외아들이신 예수 그리스도님께서 가장 낮은 곳에 탄생하시며, 요셉과 마리아 외에 최초로 목격을 허락하신 신분층(身分層)이 가장 낮은 곳에서 생활하던 가장 비천(卑賤)한 삶의 소유자인 목자들이었다.
탄생 때부터 나사렛(Nazareth)의 숨은 사생활(私生活), 그리고 활기 넘치던 공생활(公生活), 마침내 골고타 언덕 위에서의 마지막 순간까지 예수님께서 일관되게 보여주신 모습은 지극히 낮은 자의 모습, 지극히 작은 자의 모습, 지극히 겸손하신 모습이었다.
언제나 한결같이 작고 낮은 모습을 우리에게 보여주신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바라시는 바는 명료(明瞭)한데 우리도 당신의 모범을 따라 작아지고 낮아지는 것이다. 구원과 영원한 생명의 은총은 또한 작은 자들, 낮은 곳에 서 있는 사람들에게 주어지는 선물이다.
이다지도 은혜로운 성탄의 밤에 하느님의 천사가 목자들에게 전하는 말씀 또한 얼마나 은혜로운지 모른다. “두려워하지 마라. 보라, 나는 온 백성에게 큰 기쁨이 될 소식을 너희에게 전한다. 오늘 너희를 위하여 다윗 고을에서 구원자가 태어나셨으니, 주 그리스도이시다. 너희는 포대기에 싸여 구유에 누워 있는 아기를 보게 될 터인데, 그것이 너희를 위한 표징이다.”(루카 2,10 - 12)
“너희를 위하여!” 주님께선 드높은 세력가(勢力家)들이나 가진 것 많은 갑부(甲富)가 아니라 바로 목자들을 위하여 그리고 동시에 오늘 갖은 세상의 고통과 상처로 고생하는 또 다른 작은 자들인 우리를 위하여 탄생하신다는 것이고 바로 나 자신을 위하여 탄생하신다는 것이다.
이 경이롭고 축복된 성탄의 신비 앞에 천사들과 한목소리로 감사와 찬미, 영광의 노래를 힘차게 불러야겠다. 구세주께선 바로 나를 위해 탄생하신다니, 코로나 끝이 불투명한 이즈음 내 안에서도 또 다른 예수 그리스도님을 거듭 탄생시켜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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