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해(和解)하는 신앙

화해(和解)하는 신앙

 

                                                                     김철이 비안네

 

 

홀어머니를 모신 내외가 있었는데 날마다 고부간 갈등 탓에 가정의 평화라곤 없었다. 어머니 편을 들 수도 없고, 아내 편을 들 수도 없고 중간에 끼어 고뇌하는 이는 남편이었다. 어느 날 그는 좋은 꾀를 내어 밤 한 말을 사 와서는 아내에게 내밀며

"여보! 당신과 어머님이 다투는 걸 더는 볼 수가 없으니, 당신이 죽든지 어머니가 돌아가시든지 해줘야겠소. 그러나 청춘이 구만리 같은 당신이 죽어서야 되겠소? 해서 오늘 밤 어머니가 앓지도 않고 감쪽같이 돌아가시게 할 비약(秘藥)을 구해 왔으니 꼭 내 말대로 해야 하오."

 

"이건 밤이 아니에요?"

"음, 겉으로 보기엔 밤 같아 보이지만 이건 보통 밤이 아니니 부정 타게 잡말 말고 이 비약을 삶아서 매일 빠짐없이 드시게 하면 어머니는 뚱뚱하게 살이 쪄서 혈압이 높아져 쉬 돌아가실 거요. 그러니 돌아가실 분에게 공손히 잘 대하구려."

"네. 그럼, 당장 내일 아침부터 해보겠어요."

며느리는 좋아하며 매일 아침 밤을 삶아서 안방으로 들고 들어가 전에 없이 공손한 말씨로 시모에게 말했다.

"어머님! 안녕히 주무셨어요? 시장하실 텐데 이 밤을 잡수세요."

시모는 뜻밖의 일이라 침묵 중에 삶은 밤을 받아먹었다. 이튿날도 또 그다음 날도 매일 공손한 문안 인사와 함께 며느리에게서 밤을 받아먹은 시모 마음에 후회하는 생각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저다지도 착한 며느리를 괜히 내가 심히 굴었지! 이런 생각이 들자 시모는 며느리를 끔찍이도 아끼고 사랑하게 되었다. 그 후 다툼이 끊일 줄 모르던 이 가정엔 나날이 화목의 꽃이 피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내가 남편에게 말했다.

"나 이제 저 밤 내다 버릴래요."

"아니 왜?"

"어머님이 돌아가실까 봐 겁이 나요. 저다지도 인자하신 어머니를 죽이려고 한 내가 나쁜 년이었어요."

그러면서 흐느껴 우는 것이었다. 남편은 흐느끼는 아내의 등을 어루만지며,

"여보, 어머닌 벌써 돌아가셨다오."

"네? 거짓말? 조금 전까지만 해도 정정하셨는데."

"하하하 여보, 그 밤이 며느리를 미워하는 시어머니를 죽이고 며느리를 사랑하는 시어머니로 되살렸다오. 그 비약 참 효과 만점인데!"

"난 몰라요! 그렇게 감쪽같이 사람을 속이고"

아내는 눈을 흘겼다.

 

어느 동네에 두 집이 이웃에 살고 있었다. 한 집은 시부모를 모시고 사는 대가족이었고, 다른 한 집은 젊은 부부만 사는 단란한 가정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대가족을 이룬 가정은 항상 화목하여 웃음꽃이 피었는데, 부부만 사는 가정은 항상 부부싸움이 잦았다. 부부는 이웃집의 화목한 모습을 보고 크나큰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었다. 왜 우리는 둘만 사는데도 매일 싸워야 하고, 이웃집은 여럿이 함께 모여 사는데도 저토록 화목한 것일까? 어느 날 젊은 부부는 과일 한 상자를 사 들고 이웃집을 찾아갔다. 다과를 나누며 그 이유를 물어보았다.

"댁의 가정은 대가족인데도 웃음이 떠날 줄 모르고 우리는 둘이 사는데도 매일 다툼만 잦는데, 선생님 댁이 이토록 화목하게 지내시는 비결이 있으면 말씀해 주세요."

 

이웃집 주인은 대답했다.

"아! 네~ 그건 당신네 두 분은 모두 훌륭하시고, 우리 가족은 모두 바보들이기 때문이죠!"

그 말을 들은 젊은 부부가 되물었다.

"아니 그 말씀이 무슨 뜻입니까?"

그러자 그 집주인은 말하길

"오늘 아침에 있었던 일입니다. 내가 출근 시간에 서두르다 실수로 식탁에 놓인 컵의 물을 엎질렀고 그 즉시 나는 아내에게 내 부주의로 물을 엎질러 미안하다고 하며 용서를 청했지요. 그랬더니 내 아내는 자신이 생각이 모자라 물그릇을 그곳에 놓아두었으니 자기 잘못이라고 하며, 오히려 나에게 용서를 청했었죠. 그러자 옆에 계시던 저의 어머니께선 '아니다. 나잇살이나 먹은 내가 그것을 보고도 그대로 두었으니 내 잘못이다.' 하셨습니다. 이렇게 서로를 위해 바보가 되려고 하니 다툼이 일 수가 없겠지요."

라고 말했다. 그 후 젊은 부부는 이웃집의 화목한 일상을 전해 듣고 크게 깨달아 화목하게 살았다고 한다.

 

하느님 섬기는 일도 이와 같다. 구세주이신 예수님께서 성모님과 성 요셉께 순명(順命)하셨듯 누구나 몸소 순종하는 마음가짐으로 하느님을 섬길 때 하느님과 화해하고 화목할 수 있고, 또한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주시는 축복을 받아 누릴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