松竹묵상글

충직한 천상 아버지상(像)|2023년 성 요셉 성월맞이 묵상글

松竹/김철이 2023. 3. 7. 10:20

충직한 천상 아버지상(像)

 

                                                                                   김철이 비안네

 

 

우리는 매년 삼월이면 성 요셉 성월을 맞이하는데 요셉 성인은 성모님의 배필이시고, 예수님의 양부(養父)이시다. 그분의 직업이 목수셨기에 노동자들의 수호성인(守護聖人)이실 뿐 아니라, 그분이 하느님 나라로 올라가실 때 성모님과 예수님께서 함께 계셨기에 임종자들의 수호성인이시기도 하다.

 

그분의 성화(聖畵)를 보면 노동자들의 수호성인이신데 망치나 톱 등을 지닌 것이 아니라, 꽃이 피어있는 나뭇가지를 들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그 이유는 이렇다.

 

성모님이 태어나셨을 때, 그분의 부모님이신 요아킴과 안나 성인은 하느님 은총으로 얻은 자식이었기에 성모님을 하느님께 봉헌(奉獻)하셨다. 그 덕분에 성모님은 유년 시절부터 성전에서 대사제에게 교육받으며 자란 깔끔하고 고왔을 뿐 아니라 차분하고 얌전한 처녀(處女)로 성장하게 되었다.

 

성모님께서 결혼할 나이가 되자 대사제는 성모님의 배필을 찾기 위해 마을 청년들을 불렀다. 참한 아가씨로 성장한 성모님을 짝사랑하던 청년들이 많았기에 마을의 거의 모든 청년이 성전으로 몰려들었다.

 

대사제는 그런 마을 청년들에게 나뭇가지를 하나씩 나누어주고, 하느님께 기도한 후에 제단에 나뭇가지를 내려놓으라고 했다. 성모님은 하느님께 봉헌된 이기에 하느님께서 그 짝을 찾아주시라는 이유에서였다.

 

마을 청년들이 대사제가 시키는 대로 하느님께 기도한 후 제단에 나뭇가지를 내려놓았으나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대사제가 마을 청년 중에 오지 않은 청년이 있는지 살펴보니 요셉 성인이 목수였기 때문에 오지 못한 것을 알게 되었고, 요셉 성인을 찾아 성전으로 데려왔다.

 

마을 청년 중에 마지막으로 요셉 성인이 기도한 후 제단에 나뭇가지를 봉헌하자 꽃이 피기 시작했다. 대사제는 이를 보고 요셉 성인이 성모님의 배필로 하느님께서 준비해 놓은 청년임을 알게 되었고, 마리아와의 혼인을 승낙하였다. 이러한 이유로 요셉 성인의 상본(像本)엔 꽃가지가 함께 있게 되었다.

 

하나의 전설 같은 이야기지만, 이는 요셉 성인이 하느님께서 준비해 놓은 성모님의 배필(配匹)이심을 알려준다는 것이다. 예언자들이 메시아가 유다 가문과 다윗 왕의 후손으로 메시아가 태어날 것이라고 알려주는 것도 요셉 성인이 예수님의 양부가 될 것을 가리킨다. 또한 약혼한 여인이 동정으로 아이를 가졌을 때도 하느님의 뜻에 응답하였고, 헤로데가 예수님을 죽이려 한다는 것을 알자 머나먼 이국 이집트로 자신 가족을 데리고 피신하셨다.

 

이렇게 하느님께서 준비하신 성모님의 배필, 구세주의 아버지 요셉 성인은 세상에 구원이 나타나도록 최선을 다하신 성인이시다. 삼월을 교회가 성 요셉 성월로 정한 것은 우리가 이러한 요셉 성인을 본받게 하려는 것이다. 요셉 성인은 하느님으로부터 선택되고 준비된 성인이셨다. 선택과 준비란 하느님의 구원을 세상이 보도록 하는 것이다.

 

하느님의 선택과 준비는 요셉 성인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금 우리에게도 이어지고 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가 복음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준비하셔서 당신께로 초대하셨고, 우리가 이 현재를 사는 또 다른 요셉 성인으로 구원을 보여주도록 우리를 초대하셨다. 요셉 성인을 본받는다는 것은 그 선택에 응답하고 구원을 세상에 보여주는 준비로 살아가는 것을 의미한다. 극심한 이기심이 날로 팽배해지는 이즈음 하느님의 선택과 준비로 요셉 성인을 닮아가는 이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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