松竹묵상글

순종의 비결

松竹/김철이 2023. 4. 18. 21:14

순종의 비결

                                                           김철이 비안네

 

 

평소 말을 잘 안 듣는 소년이 산속에서 길을 잃었다. 그날도 그 소년은 부모의 당부와는 반대로 혼자 깊은 곳으로 갔던 것이다. 해가 지고 어두워졌지만, 소년은 마을로 내려가는 길을 찾을 수 없었다. 두려움과 후회가 소년을 덮쳐 있을 때 지나가던 사람이 그 소년을 발견했다. 그이는 같은 마을에 사는 아저씨였다. 아저씨는 소년에게 집까지 데려다줄 테니 잘 따라오라고 말했다. 소년은 아저씨를 따라 산에서 내려왔다. 순종보다 하느님을 더 기쁘게 하는 방법은 없다. 하지만 실제로 하느님께 순종하며 사는 사람들은 지극히 소수다. 우리는 순종이 너무 어렵고 힘들다고 핑계를 대곤 한다. 하지만 전적으로 의지하는 마음을 소유한 사람들에게 순종만큼 쉽고 좋은 일도 없다. 결국 문제는 순종의 어려움이 아니라 우리에게 전적인 의존의 마음이 없는 데 있는 것이다.

 

외국의 어떤 며느리가 친정 때문에 고민이 많았다 자기가 보기엔 친정 가족들이 신앙생활도 더 열심히 하고 부지런해 보이는데 이상하게도 시댁이 더 잘되더라는 것이었다. 시댁은 한 번은 다른 종교를 믿기도 했고 신앙생활도 그다지 열심히 하는 것 같지도 않은데 오히려 시댁은 하느님께 더 많은 축복을 받더라면서 어찌 된 영문인지 영성 상담사로 유명한 신부님을 찾아뵙고 상담했다. 신부님께서 하시는 말씀이

“제가 시댁과 친정 가족들을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아마도 시댁 식구들은 누군가가 본인들에게 잘못했을 때 즉시 마음에서 우러나는 참 용서하고 하느님이 이게 아니다 하시면 재빨리 태도를 바꾸는 거 같다. 반면에 친정 식구들은 신앙생활은 열심히들 하시지만 무언가 마음에 미움이 있을 때 그 쌓아둔 미움을 제때 풀어버리지 않고 하느님 말씀이 들려올 때도 생활 태도를 빨리 바꾸지 않는 거 같습니다.”라고 하셨다.

 

그 말을 들은 며느리는 신부님의 말씀이 전부 옳으신 것 같다고 고백했다. 성경에 “미움은 싸움을 일으키지만 사랑은 모든 허물을 덮어준다.”라고 하신 바와 같이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는 행위도 하느님께서 기뻐하시고 귀하게 보시지만 더 중요한 것은, 순종하려는 마음일 것이다. 사울 왕은 제사를 지내려고 소를 죽이지 않고 산 채로 데려왔지만, 하느님은 순종이 제사보다 낫다고 하시지 않았는가!

 

임금이 한 신하를 불러 이상한 명령을 내렸다. “이 우물물을 길어 저기 밑 빠진 독에 가득히 채우시오.” 밑 빠진 독에 물이 채워질 리가 없었다. 그렇지만 충성스러운 신하는 오직 임금의 명령만 생각하면서 밤을 낮 삼아 물을 길어 날랐다. 결국 우물 바닥이 드러나고 말았다. 그런데 우물 바닥에 무엇인가 번쩍이는 것이 보였다. 그것은 엄청나게 큰 금덩어리였다. 신하는 임금 앞에 무릎을 꿇었다. “임금님! 용서하소서. 독에 물을 채우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우물 바닥에서 이 금덩이를 건졌나이다.” 임금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밑 빠진 독에 물을 채우겠다고 우물이 바닥나도록 수고했구려. 그대는 참으로 충성스러운 신하요. 그 금덩이는 그렇게 순종하는 신하를 위해 준비된 것이라오.” 세상에는 꾀를 내세우며 똑똑한 채 하다가 망하는 사람이 많이 있듯이 만물의 주인이신 하느님께서는 충성된 사람의 성실을 기억하신다는 것이다.

 

항구에 정박한 한 상선에서 선장의 아들이 원숭이와 어울려 놀고 있었다. 그런데 잠시 한눈을 파는 사이 원숭이가 소년의 모자를 낚아채 돛대 위로 올라갔다. 소년은 모자를 빼앗기 위해 정신없이 원숭이를 뒤쫓았다. 소년이 문득 정신을 차렸을 땐 너무 높은 곳까지 올라가 있었다. 발아래를 내려다본 소년은 겁에 질려 더는 움직일 수가 없었다. 소년은 공포에 몸을 떨며 밧줄을 잡은 채 울음을 터뜨렸다. 매우 위험한 상황이었다. 그때 선장이 돛대 위에서 울고 있는 아들을 향해 권총을 겨누었다. "아들아! 밧줄을 놓고 빨리 바다로 뛰어들어라. 그렇지 않으면 당장 내게 총을 쏘겠다." 다급해진 소년은 두 눈을 감고 파도가 넘실대는 바다로 뛰어들었다. 아버지의 말만 믿고 뛰어내린 것이다. 그러나 물속에서 솟구쳐 올랐을 때는 아버지의 아늑한 품에 안겨 보트에 태워져 있었다.

 

신앙이란 얼기설기 얽힌 세상의 밧줄을 놓고 그분의 명령에 순종하는 것이다. 그러한 행위가 바로 편안하고 아늑한 하느님 은총의 품에 안기는 것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