松竹묵상글 83

유월이 오면

유월이 오면 김철이 비안네 우리는 매년 유월이면 예수 성심을 묵상하는데, 마치 유월 푸르른 하늘에 뜨겁게 타오르는 태양을 마주하듯 강렬하고 뜨거운 예수님의 성심을 마주하게 된다. 본래 예수님의 성심은 그렇게 강렬하고 뜨거운 사랑으로 가득하시다. 하지만 들쑥날쑥하며 전 세계를 병 들여가는 코로나19 탓인지 요사이엔 왠지 그러한 느낌보다는 지치고 병들고 아파서 허덕이는 예수님의 성심이 자주 떠오른다. 사랑에 굶주리고 목말라 맥없이 쳐져 가시는 예수님의 슬픈 성심이 때로는 선을 넘어 한없이 죄스러운 심정에 감히 그분의 성심을 우러러보지 못할 지경이다. 숱한 세월 우리의 갖은 욕심으로 맺은 온갖 시기와 질투, 분노와 적개심, 경쟁과 다툼, 분열과 대립, 무관심과 불성실의 열매들로 예수 성심에 가했던 무지한 폭력..

松竹묵상글 2022.06.08

엄마

엄마 김철이 비안네 세례 후 한참 불타오르는 열성으로 기도와 묵상에 빠져있을 이십여 년 전의 체험담인데 오전 기도 후 성경을 읽고 있을 때였다. 평소 그다지 가깝게 지낸 이웃이 아닌 옆집 아낙이 현관문을 삐죽이 열고 고개를 문 안으로 들이밀며 “삼촌! 우리 애들 잠시 돌봐주실래요? 급히 어딜 다녀와야 하는데 애들을 돌봐줄 사람이 없었어요.” 거절하기엔 아낙의 표정이 난감해 보여 유치원생 전후의 고만고만한 아이 셋을 맡았는데 제 신변처리조차 간신히 해낼 처지의 내가 아이 셋을 혼자 돌보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물론 기도와 묵상은 죄다 포기한 채 동심으로 돌아가 아이들과 함께 놀아주어야 했다. 아이들은 엄마가 안겨주고 간 인형과 막대 사탕을 소일감 삼아 때론 칭얼거리기도 하고 엄마의 존재를 잠시 잊기도 하..

松竹묵상글 2022.05.18

영적 무기

영적 무기 김철이 비안네 한 세상 살아가면서 누구나 예외 없이 짊어져야 할 십자가 감당해내야 할 십자가 가운데 가장 큰 십자가는 어떤 것일까! 그것은 아무래도 나이를 먹어가고 노화가 진행됨에 따라 인력으로 정지시킬 수 없는 세월의 흐름에 의해 세상 무대 뒤로 사라져가고 점차 세상의 주역에서 조연으로 세상 중심의 외곽으로 밀려나야 하는 현실, 더불어 필연적으로 느끼게 되는 고독이나 소외감이 아닐까 생각한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충만했던 삶의 일선에서 물러나고 기력이 쇠하고 병들어 친숙히 지내며 사랑하던 이들이 하나둘 세상을 떠나고, 언젠가 온종일 기다려도 아무도 찾아줄 사람 없는 상황이 되었을 때 느낄 소외감이란 참으로 큰 십자가일 것이다. 더 한 현실은 노환에 시달리며 사회적으로도 가정 내에서도 아무런..

松竹묵상글 2022.04.27

덕목(德目)

덕목(德目) 김철이 우리는 매년 삼월이면 '성 요셉 성월'을 지내고 있다. 성 요셉 성월은 성모 마리아의 배필이며 예수 그리스도의 양아버지이신 요셉 성인을 특별히 공경하고 그분의 삶을 묵상하는 달이다. 요셉 성인은 성령으로 예수님을 잉태하여 약혼자 마리아를 주님 천사의 명령에 따라 아내로 맞아들이면서 하느님의 구원 사업의 조력자로 등장한다. 요셉 성인은 성모님에 비교해서 그다지 드러나지 않는다. 성경에도 그분에 관한 구절이 많지 않다. 그러나 우리는 인류 구원 사업에 있어 공헌하신 그분의 공로를 절대 잊진 않아야겠다. 현대인들 사이에 농담처럼 오가는 말 중에 산부인과 의사가 제일 싫어하는 사람은 ‘무자식이 상팔자’라는 사람이다. 그렇다면 변호사가 제일 싫어하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법 없이도 살 사람..

松竹묵상글 2022.03.01

육적 삶과 영적 삶

육적 삶과 영적 삶 김철이 비안네 바리새인(고대 그리스어: Φαρισαῖος 파리사이오스)은 예수님이 활동하셨던 시대에 존재했던 유대교의 경건주의 분파, 중간계급 평신도 경건주의를 가리킨다. 그들은 본디 정치적 목적의 집단이 아니라 주로 학자와 경건한 신자들로 구성된 집단이었다. 그들은 스스로 자신들을 가리켜 세상으로부터 더러운 존재들로부터 분리돼 아주 청결하고 깨끗한 존재로 격상시키며 큰 자부심을 지니고 살았다. 그들은 당시 대중적 지지를 크게 받은 바 있다. 기원전 100년경 바리새인들은 유다 교를 민주화(民主化)로 이끌고 이를 통해 성전 대사제들의 지배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길고 오랜 투쟁에 돌입했었다. 율법학자(律法學者)들은 잘나가던 시절 당시 유다 사회에서 최고의 권위를 지녔던 입권기관(立券期間)..

松竹묵상글 2022.02.23

자생 신앙

자생 신앙 김철이 비안네 코로나19 여파가 여전히 고개를 숙일 줄 모른 채 세상 사람들이 방심한 틈을 타서 오히려 극심해질 기미를 보이며 날로 콧대를 높이고 있다. 이즈음 우리 교회 내 사정은 타의 적 냉담자가 늘어가는 실정이다. 보여주기 위한 신앙생활을 이어오던 이들은 보여줄 대상자가 줄어들 거니까, 남이 하니까 나도 한다는 식의 곁다리 신앙생활을 해오던 이들은 이참에 좀 쉬다 가야지. 절박함이 용솟음치지만 주변의 여러 환경 탓에 간절한 발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어서 핑계는 다양하지만 밀과 가라지의 비유처럼 판단은 누구의 걸음이 참 걸음이고 누구의 걸음이 헛걸음인지는 주님께서 판단하실 몫이니 우리는 주어진 달란트로 신앙의 획을 그어 나아갔으면 좋겠다. 우리는 이러한 주변 환경과 인식으로 인해 신앙생활의 ..

松竹묵상글 2022.01.05

2021년 성탄 맞이 묵상글_바보의 영성, 걸레의 영성

바보의 영성, 걸레의 영성 김철이 비안네 성탄은 올해도 우리 한가운데 다가와 있지만, 우리가 당면해 겪고 있는 슬프고 고통스러운 현실 속에서도 성탄 전례는 반복해서 시작된다. 감당하기 어려운 고통과 시련의 길고 긴 터널을 지나고 있는 우리지만, 올해도 어김없이 성탄 전례를 맞이해야 한다. 연이어 엄청난 고통과 상실의 시간을 보내야만 했다. 코로나 19 바이러스 팬데믹 시대를 살아가면서 가정적, 사회 경제적으로 큰 어려움을 감수해야만 했다. 그리고 언제까지 계속될지 기약조차 없는 실정이다. 이토록 어려운 시기에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아기 예수님의 성탄 앞에서 무슨 표현을 할 수 있을까? 장차 수천 대의 매질을 당하고 모멸스러운 십자가형으로 돌아가실 것을 뻔히 알면서도 난감하고 곤혹스러움에도 불구하고 세상 죄..

松竹묵상글 2021.12.08

2021년 위령성월 맞이 묵상글|코로나 시대 위령성월에 즈음하여

코로나 시대 위령성월에 즈음하여 김철이 비안네 매년 11월이면 우리는 위령성월을 맞이하는데 11월의 첫날은 ‘모든 성인 대축일’이며 이날 교회는 전례력에 수록되지 않은 모든 성인 성녀를 기리는 날이다. 바로 다음 날인 이일은 ‘위령(慰靈)의 날’이다. 이날은 연옥(煉獄) 영혼들을 위해 기도하고 그들을 위한 위령미사를 봉헌 권고한다. 교회가 죽은 이들을 위해 기도하는 근본적 이유는 ‘모든 성인의 통공(通功) 교리’와 ‘연옥 교리’에 기인한다. ‘연옥’은 죽은 이들이 살아생전 세속에 살면서 지은 죄로 인해 남아있는 잠벌(暫罰)에 대한 보속(補贖)을 치르는 곳이다. 지상에서 거룩하게 살다 간 성인은 죽음과 동시에 하느님 나라에서 끝없는 행복과 영원한 안식을 누리지만, 죄에 따른 잠벌이 남아있는 이들은 정화(淨..

松竹묵상글 2021.11.02

2021년 묵주기도 성월 맞이 묵상글|묵주기도의 은혜

묵주기도의 은혜 김철이 비안네 묵주기도 성월을 맞아 묵주기도의 중요성을 다시금 곱씹어 보기로 하자. 묵주기도란 단순히 성모님께 바치는 기도가 아니라 성모님과 함께 삼위일체 하느님께 바치는 기도이다. 그러므로 묵주기도의 은혜는 그 어떤 기도보다도 드높다. 생각지도 못했던 코로나 시대에 살면서 반복해서 미사 봉헌과 더불어 성체를 영해야 하는 신앙인이라면 누구나 신앙생활이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자유롭지 못한 신앙생활 탓에 그동안 열심히 신앙생활을 해오던 신자들은 일상의 전부를 잃은 듯이 가슴이 허전할 것이고 남이 장에 간다고 하니 거름 지고 나선다는 속담처럼 어쩌다 어영부영 세례를 받았고 보는 눈이 무서워 신심도 없이 시계추처럼 왔다 갔다 하며 간신히 주일만 지켜오던 종교인들은 이참에 좀 쉬는 것도 나쁘지 ..

松竹묵상글 2021.10.06

2021년 순교자 성월 맞이 묵상글|코로나 시대의 순교란

코로나 시대의 순교란 김철이 비안네 코로나19 극성은 잦아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 이즈음 우리는 오래된 습관처럼 구월의 동행 순교자 성월을 맞이했다. 예년에 맞이했던 순교자 성월에 비해 올해 맞이한 순교자 성월은 삼십여 년 자유로이 이어왔던 신앙생활에 대한 그리움이 절절해진다. 일 년 반 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이 국내외에서 극성의 조짐을 보일 때만 해도 저러다 말겠지 했는데 나날이 심각해지는 확산세를 보아 그 심각함이 심상찮음을 깨닫는 한편 줄곧 해오던 신앙생활의 진로를 우회한 바 있다. 중증의 장애를 지닌 탓에 모든 일상이 어둔하고 어눌했지만 주어진 환경의 둘레 내에서 해오던 신앙생활에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규제가 코로나19 병마로 인해 연속 이어지니 우리의 육신은 예수 그리스도님..

松竹묵상글 2021.09.08

2020년 위령성월 맞이 묵상 글 공수래공수거(空手來空手去)

2020년 위령성월 맞이 묵상 글 공수래공수거(空手來空手去) 김철이 비안네 아주 지독한 구두쇠 부자 노인이 계셨는데 돈을 모으는 걸 삶의 목적으로 살았다. 일가친척들은 물론 다른 사람 눈에 피눈물 나게 하면서 돈을 모았다. 그 결과 이제는 거액이 예치된 통장도 여럿 되고, 서울 강남에 빌딩을 하나 가지고 있어 매달 나오는 월세만 해도 한 달에 몇천만 원씩 되고, 강릉 쪽에 몇천 평 되는 땅도 있었다, 노인의 삶의 유일한 재미가 통장 들여다보고 돈 불어나는 것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배가 쥐어뜯을 듯이 아팠다. 이 구두쇠 노인은 아프면 절대 병원엘 가지 않았다. 병원에 갈 돈이 아까워서였다. 심하게 배가 아프니 평소처럼 어디가 아파도 쉽게 발랐던 유일한 약인 아까징끼(머큐로크롬)를 거의 한 병을 쏟..

松竹묵상글 2020.11.01

묵주기도 성월을 맞이한 특별한 체험담 4부작 제4부 주님과 나만의 대화법

묵주기도 성월을 맞이한 특별한 체험담 4부작 제4부 주님과 나만의 대화법 김철이 비안네 가끔 전 세계 13억 가톨릭 신자들은 시각적으로 볼 수도 언어적으로 직접 대화를 나눌 수도 없는 삼위 하느님과 어떤 방식으로 대화를 할까 하는 궁금증이 생긴다. 성경을 묵상해도 이천 년 전 예수님도 하느님 아버지와 맞대면하여 주고받은 대화를 나누셨다는 구절이 단 한 구절도 없질 않은가, 나는 비록 꿈속이었지만, 예수 성심을 뵌 적도 있고 기도에 빠진 채 비몽사몽간에 성모 성심의 음성도 들은 바 있으며 가정 제대 보에 내린 영적 표징도 접했지만, 우리가 삼위 하느님과 대화의 장을 열려면 우리 모든 기도는 기도의 중재자이신 성모님을 통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최소한의 잠자는 시간만 재외 하곤 주님과 나만의 대화를 시도하기 위..

松竹묵상글 2020.10.26

묵주기도 성월을 맞이한 특별한 체험담 4부작 제3부 기도의 끈

묵주기도 성월을 맞이한 특별한 체험담 4부작 제3부 기도의 끈 김철이 비안네 개신교 타 교파들과 성공회를 제외하고 전통 그리스도교인 전 세계 가톨릭 신자의 수가 13억을 능가하여 세계 인구의 17.7%에 도달했다고 하는데 과연 세례 때 모든 사탄의 요소를 끊어버리고 기도하며 주님의 길만 닦겠다고 고백했던 전 세계 가톨릭인들 중에 오롯이 주 예수 그리스도의 뜻을 받들어 매 순간 기도의 끈을 놓지 않는 신앙인이 몇이나 될까를 묵상하며 종말적 삶 속에서 최소한 세례 때의 초심만은 잃지 않으며 기도의 끈은 놓치지 않으려 노력했다. 결혼 생활 초창기 아내와 더불어 산책 겸, 문학적 스케치를 겸해 매일 몇 시간씩 나들이하곤 했었는데 등 뒤에서 휠체어를 밀던 아내가 내게 대화를 건너며 한참 말을 이어가다 조용해서 고..

松竹묵상글 2020.10.19

묵주기도 성월을 맞이한 특별한 체험담 4부작 제2부 꼴찌가 일등 된댔지

묵주기도 성월을 맞이한 특별한 체험담 4부작 제2부 꼴찌가 일등 된댔지 김철이 비안네 우리나라 일의 순서를 무시하고 급하게 서두를 때 빗대어 쓰는 교훈으로 “우물에 가 숭늉 찾는다”라는 가르침이 있는데 마치 나 같은 사람을 두고 탄생한 꾸지람 같다. 그동안 숱한 세월을 두고 하느님의 창조물인 사람을 시켜 애타도록 부르셨고 성모님은 이 죄 많은 영혼을 위해 무릎이 까이고 피멍이 들도록 빌고 또 빌어 오셨다는 것도 모른 채 세속 놀음에 푹 빠져 살아놓고 삼위 하느님 친히 모습을 드러내시어 인간의 상상력으로는 감히 상상이 불가능한 기적을 보여주시니 그제야 똥줄이 탄 듯 기도에 목을 매는 나의 모습이 가증스럽고 한심스럽기 짝이 없었다. 성모 어머님이 이 죄 많은 아들을 위해 밤낮으로 꿇은 무릎이 터져 피가 흐르..

松竹묵상글 2020.10.12

묵주기도 성월을 맞이한 특별한 체험담 4부작 제1부 영적 부활

묵주기도 성월을 맞이한 특별한 체험담 4부작 제1부 영적 부활 김철이 비안네 인간사 모든 삶은 단 하나의 동체(同體)처럼 필 때가 있으면 시들 때가 있다. 사람들이 생사고락(生死苦樂)을 이어가는 동안 세상 사람들이 반복해서 태어나고 죽어가듯 자유의지대로 지닐 법한 신앙생활도 때가 돼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어떤 이는 본인이 간절히 원하고 그토록 하고 싶어 해도 주변의 갖은 방해꾼, 유혹 꾼들 탓에 애가 타도록 하고 싶어 하던 신앙생활에 관해 입 밖에도 내지 못하고 주변의 눈치만 살피던 중 그동안 본인의 신앙생활에 걸림돌 역할을 하던 이가 명을 다해 세상을 떠났거나 가정 형편상 떨어져 생활해야 할 처지의 틈을 타서 세상 모든 삶의 주관자(主管者)이신 삼위 하느님의 성전을 찾아 대성통곡을 하며 평생 주님을..

松竹묵상글 2020.1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