松竹묵상글

2021년 순교자 성월 맞이 묵상글|코로나 시대의 순교란

松竹/김철이 2021. 9. 8. 01:30

코로나 시대의 순교란

 

                                                                  김철이 비안네

 

 

 코로나19 극성은 잦아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 이즈음 우리는 오래된 습관처럼 구월의 동행 순교자 성월을 맞이했다. 예년에 맞이했던 순교자 성월에 비해 올해 맞이한 순교자 성월은 삼십여 년 자유로이 이어왔던 신앙생활에 대한 그리움이 절절해진다. 일 년 반 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이 국내외에서 극성의 조짐을 보일 때만 해도 저러다 말겠지 했는데 나날이 심각해지는 확산세를 보아 그 심각함이 심상찮음을 깨닫는 한편 줄곧 해오던 신앙생활의 진로를 우회한 바 있다.

 

 중증의 장애를 지닌 탓에 모든 일상이 어둔하고 어눌했지만 주어진 환경의 둘레 내에서 해오던 신앙생활에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규제가 코로나19 병마로 인해 연속 이어지니 우리의 육신은 예수 그리스도님의 성체가 모셔질 작은 감실(龕室)이므로 각자의 몸이라 하여 아무렇게나 무분별하게 사용해서도 안 되고 누구나 자신의 몸을 가장 소중하게 여기며 사랑해야 한다고 하셨던 고 김수환 추기경님의 말씀을 되새기며 나 자신을 지키지 못하고 훼손하는 행위는 작은 감실을 훼손하는 것이고 예수 그리스도 구원 사업에 역주행하는 것이라는 판단하에 코로나19 병마의 극성이 조금 잦아들 때까지 당분간 미사 봉헌을 쉬기로 했었다.

 

 곧이어 나날이 번져가는 코로나 확진자 탓에 6, 25 한국 전쟁 동안에도 중단되지 않았던 대면 미사가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였고 각종 대면 심신 활동을 자제해 달라는 교구의 당부를 들은 척도 하지 않고 해외 단체 성지순례를 다녀와 적지 않은 확진자를 발생시키는가 하면 심신 단체 회합 후 식사 모임을 가져 여러 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다는 전산망 보도를 통해 접한 바 있는데 개탄스러운 건 이러한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신앙인이라는 명칭이 들먹여지고 그 가운데 계신 주님이 자연스레 오르내린다는 것이다. 이뿐인가? 숱하게 쏟아지는 따가운 시선과 손가락질은 어찌 감당할 것이며 몇몇 무분별한 신앙인들 탓에 예수쟁이 운운하는 타인들 입질에 오르내릴 예수님의 거룩하신 이름을 욕보인 대죄는 벗을 수 없을 것이다.

 

 누구는 미사 봉헌의 중요성도 모르고 신자로서 지켜야 할 도리를 몰라 눌러앉아 있는 줄 아는가?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이지. 어느 누가 어딜 다녀왔는지도 모를 상황에서 간사한 마음이 시키는 대로 성전을 찾았고 만에 하나 감염이 되어 코로나 확진자가 된다면 가장 먼저 어디서 감염된 것인지를 물을 것이고 답할 자는 분명 원망 섞인 말투로 성전을 입에 올릴 것이다. 그렇다면 신앙인의 도리와 의무를 알리 없는 비신자들이라면 숨도 고르지 않고 입으로 뱉어낼 첫마디는 이 난리판에 성당엔 왜 가서 다른 사람들에게도 전염시킬 요소를 만드냐!”라고 꾸짖을 것이고 반면에 신앙인 중 누군가는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냐?”라는 반박도 나올 수 있을 것이다. 이 두 분류의 입장 사이에 오가는 삿대질 끝엔 삼위 하느님이 계신다는 것을 우리 신앙인들은 가슴 깊이 묵상 거리로 새겨야 할 것이다.

 

 한국 가톨릭 신앙은 해외 선교사들로부터 전해지고 전해 받은 것이 아니라 자생 교회로부터 뿌리내려진 것이며 우리 신앙의 선조 순교자들은 영혼에서 우러나는 참 신앙심으로 매 순간 득달같이 달려드는 갖가지 유혹의 잔재와 치열한 사투를 벌이는 한편 노도에 무너지는 모래성처럼 시시때때로 흩어지려는 신앙심을 서로 독려하며 모질고 소름 끼치는 위협과 회유를 견디며 끝내 배교하지 않고 순교의 월계관을 쓰셨으므로 교회사 학자들이 연구 발표하기를 기해 병인 두 차례 박해 중 순교했던 한국교회 순교자 수에 대해 흔히 “1만 명이 순교했다.” 혹은 “1만 명이 넘을 수 있다.”라고 하는데 1만이 됐던 1만이 넘던 이분들이야말로 하나같이 하느님의 크나큰 은총을 받지 않았다 그 누가 부인하겠는가?

 

 코로나19 탓에 발생한 신앙 기근 시대의 순교란 오래 참고 오래 견디는 것임에 지금에 우리는 코로나19 시대를 허락하신 하느님의 큰 뜻을 묵상하는 한편 자생 교회서부터 신앙의 뿌리를 내려 키워오셨던 순교 성인들처럼 자칫 나태해질 우리 자신을 독려하며 새로운 참 평화의 시대를 허락해 주십사 간절히 원하며 하나의 마음으로 일치된 기도와 희생을 봉헌해야 할 것이다.

 

 형리가 허벅지 살을 뜯어내는 고문에도 굴하지 않았고, 시뻘건 숯덩이를 입에 넣으려는 협박을 받으면서도 오히려 그것을 집어넣으라며 입을 크게 벌리며 배교의 협박과 회유에 맞서 당당히 거부했던 유대철(베드로) 순교성인처럼 새남터에서 신앙을 고백하고 군문효수형으로 처형되었는데 목이 베어질 위기에서도 자신의 목을 칠 형리가 거북하게 여길까 자세를 물어볼 정도로 대담히 순교의 월계관을 쓰신 김대건(대건 안드레아) 순교성인과 같은 순교의 은혜가 우리에게 주어진다면 우리는 과연 어떤 형태의 신앙을 증거 할까를 묵상하는 순교자 성월을 맞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