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주기도 성월을 맞이한 특별한 체험담 4부작 제3부 기도의 끈
김철이 비안네
개신교 타 교파들과 성공회를 제외하고 전통 그리스도교인 전 세계 가톨릭 신자의 수가 13억을 능가하여 세계 인구의 17.7%에 도달했다고 하는데 과연 세례 때 모든 사탄의 요소를 끊어버리고 기도하며 주님의 길만 닦겠다고 고백했던 전 세계 가톨릭인들 중에 오롯이 주 예수 그리스도의 뜻을 받들어 매 순간 기도의 끈을 놓지 않는 신앙인이 몇이나 될까를 묵상하며 종말적 삶 속에서 최소한 세례 때의 초심만은 잃지 않으며 기도의 끈은 놓치지 않으려 노력했다.
결혼 생활 초창기 아내와 더불어 산책 겸, 문학적 스케치를 겸해 매일 몇 시간씩 나들이하곤 했었는데 등 뒤에서 휠체어를 밀던 아내가 내게 대화를 건너며 한참 말을 이어가다 조용해서 고개를 빼서 앞을 보면 내가 혼잣말로 구시렁대고 있어 뭐하냐고 물어보면 계면쩍게 웃으며 주님과 대화하며 기도 중이라고 하니 이에 뒤질세라 그다음 산책 때부터 내게 한순간도 쉴 새 없이 말을 해대는 것이었다. 오죽했으면 등 뒤에서 쉴 새 없이 조잘대던 아내에게 어미 새에게 한시도 쉬지 않고 조잘대는 참새 새끼와 같다.는 의미로 “참새 새끼”라는 애칭을 붙여준 바 있다.
그렇다. 주님을 성전에만 고이 모셔놓는 것은 세상을 두루 다니시며 할 일 많으신 주님을 뒷방 늙은이로 만드는 행위일 것이다. 사람은 아무리 잘 나고 능력이 특출하다 해도 타고난 본성이 나약하므로 어떤 난관에 봉착했을 때 좌절하기 쉬운데 이럴 때 내가 처한 처지를 위해 기도해 주시는 성모님과 세상 만물을 창조하시고 세상 최고의 능력자이신 삼위 하느님이 함께해 주신다면 화산이 폭파하고 쓰나미가 밀려온다 한들 무슨 걱정이겠는가.
나는 이러한 신앙적 개념으로 세례 후 줄곧 기도해 왔고 삼위일체 하느님은 물론 성모님이 매 순간 나와 함께 하시며 나의 일거수일투족을 늘 보호하시며 기도해 주신다는 믿음으로 삼위일체 하느님과 성모님을 마냥 귀찮게 해 드렸다. 예를 들어 바깥출입을 할 때면 5단 묵주를 남들 눈에 띄지 않게 손안에 움켜쥐고 “삼위 하느님! 성모 어머님! 이 죄인과 함께 해 주세요.” 해 묶은 변비 탓에 뒤보기가 버거울 때면 “아버지! 어머니! 이 못난 아들 돌봐주세요.”라며 기도했다. 삼위 하느님과 성모 마리아님의 한이 없고 값이 없는 사랑을 경험해 보지 못한 이들이 이 글을 접한다면 “제 볼일 보러 가는데 왜 하느님과 성모님을 귀찮게, 해들인 담? 더욱이 더럽기 그지없는 뒤를 보면서 거룩하시고 티 없으신 이름을 함부로 부르다니”라며 경박스럽고 불충스럽다고 나무랄지 몰라도 삼위 하느님과 성모 마리아님은 우리의 영적 어버이시고 티 한 점 없이 우리의 일상을 꿰뚫어 보고 계시므로 한순간 숨김없이 기도로 소통해야 신앙인의 도리가 아닌가 싶어 삼위 하느님과 성모님의 은총을 동시에 간구(懇求)할 수 있는 묵주기도에 더욱 매달렸다.
나약한 인간이 험하디험한 세상을 살아내려면 매 순간 부대끼는 장애물이 얼마나 많은가? 더욱이 몸도 성치 못한 중증 장애인이 가족 중 네 명의 가족이 함께 세례를 받았다 해도 어머니를 재외 하곤 죄다 걸림돌 역할밖에 못하는 상황에서 정상적인 신앙생활을 해내기란 태산준령(泰山峻嶺)을 넘기보다 더 힘겨운 일이었다. 그러다 보니 “청하여라, 너희에게 주실 것이다. 찾아라, 너희가 얻을 것이다. 문을 두드려라, 너희에게 열릴 것이다. 누구든지 청하는 이는 받고, 찾는 이는 얻고, 문을 두드리는 이에게는 열릴 것이다. 너희 가운데 아들이 빵을 청하는데 돌을 줄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 생선을 청하는데 뱀을 줄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 너희가 악해도 자녀들에게는 좋은 것을 줄 줄 알거든,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께서야 당신께 청하는 이들에게 좋은 것을 얼마나 더 많이 주시겠느냐?”(마태오 7, 7 - 11)라는 성경 말씀을 영혼에 되새기며 묵주 알이 닳고 또 닳도록 손에서 묵주를 놓지 않았다. 그만큼 힘들고 어려울 때일수록 갖가지 은총의 꾸러미인 묵주를 분신보다 더 가까이 더 소중히 여기며 삼위 하느님과 성모님을 두려운 존재로만 여기지 말고 육 적 부모를 대하듯 친숙하게 대하라는 것이다.
결혼 초 워낙 없는 바탕에서 시작했던 신혼생활이라 부족함이 충분함보다 9대 1 정도로 우위를 차지했던 시절이라 된장 떨어지면 고추장 떨어지고 소금 떨어지면 깨소금 떨어졌던 살림살이였으므로 양념 한 가지 떨어질 양이면 아내는 내색도 못 한 채 내 눈치만 살폈고 굳이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가정형편을 능히 알고 있었던 나는 우리의 영적 부모님이신 삼위 하느님과 성모님을 졸라 될 수밖에...
아내에게 예수 성심과 성모 성심에 바로 꽂히는 화살기도를 일러준 이후부턴 아내는 내가 아닌 예수 성심과 성모 성심에 재롱을 부리는 시끄러운 참새가 되어 갔다. 양념 한 가지 떨어질 때마다 “아버지!” “어머니!”를 찾으니 어느 부모가 자녀의 부르짖음을 외면하겠는가, 사랑이고 자비이신 하느님은 어떤 경로를 통해서라도 아내가 청한 청원 거리를 즉시 채워주셨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텔레비전은커녕 라디오 한 대 없이 시작한 결혼 생활은 무료했다. 그러던 하루는 아내가 내게 “비안네씨! 우리 집에 라디오라도 한 대 있으면 좋겠죠?” 하는 것이었다. 아내의 마음을 알아차린 나는 그 즉시 “아버지! 라디오 한 대만 주소서.” 하고 하느님께 청원의 화살기도를 쏘아 올렸더니 두어 시간 후 부산 가톨릭 지체장애인 복지회 회원이 놀러 온다며 부엌문을 들어서면서 “비안네씨! 이거 필요하죠? 이 카세트 비안네씨 가지세요.”라며 본인 집에 있던 카세트를 가져온 것이었다.
우리가 기도의 끈만 놓지 않는다면 우리의 영적 어버이이신 삼위 하느님께선 "너희가 악해도 자녀들에게는 좋은 것을 줄 줄 알거든,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께서야 당신께 청하는 이들에게 좋은 것을 얼마나 더 많이 주시겠느냐?”(11절)라는 말씀처럼 우리가 부질없는 욕심만 지나치게 부리지 않는다면 우리가 청한 청원을 결코, 외면하시지 않을 것이므로 성체와 성혈을 영하는 전 세계 우리 형제자매들만이라도 성모님께서 이천 년 동안 피눈물로 엮어주신 묵주기도 기도의 끈을 놓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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