松竹묵상글

2021년 위령성월 맞이 묵상글|코로나 시대 위령성월에 즈음하여

松竹/김철이 2021. 11. 2. 09:12

코로나 시대 위령성월에 즈음하여

 

                                                             김철이 비안네

 

 

 매년 11월이면 우리는 위령성월을 맞이하는데 11월의 첫날은 모든 성인 대축일이며 이날 교회는 전례력에 수록되지 않은 모든 성인 성녀를 기리는 날이다. 바로 다음 날인 이일은 위령(慰靈)의 날이다. 이날은 연옥(煉獄) 영혼들을 위해 기도하고 그들을 위한 위령미사를 봉헌 권고한다.

 

 교회가 죽은 이들을 위해 기도하는 근본적 이유는 모든 성인의 통공(通功) 교리연옥 교리에 기인한다. ‘연옥은 죽은 이들이 살아생전 세속에 살면서 지은 죄로 인해 남아있는 잠벌(暫罰)에 대한 보속(補贖)을 치르는 곳이다. 지상에서 거룩하게 살다 간 성인은 죽음과 동시에 하느님 나라에서 끝없는 행복과 영원한 안식을 누리지만, 죄에 따른 잠벌이 남아있는 이들은 정화(淨化)의 과정을 거쳐야만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 영원한 안식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통공 교리는 천상의 성인들과 지상의 우리, 그리고 연옥의 영혼들이 그리스도 안에서 한 교회를 이루며 기도를 통해 서로의 공로(功勞)를 나누고 영적(靈的) 도움을 주고받는다는 교회 기본 이론이다. 모든 성인 대축일 다음 날 죽은 모든 사람을 위해 미사를 올리고 기도하는 위령(慰靈)의 날이 이어지는 것 역시 이러한 기본 이론과 무관하지 않다.

 

 이 두 가지의 기본 교리를 근거로 현세에 사는 우리는 연옥의 영혼들을 위한 미사와 기도, 선행 등을 통해 그들을 도울 수 있다. 특별히 한국교회는 111부터 8일까지 열성과 정성을 다한 마음으로 묘지를 방문하고, 세상을 떠난 이들을 위해 기도하면 연옥에 있는 이들에게만 양도할 수 있는 전대사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현세에 사는 우리가 죽은 영혼들과 뭔가 나눌 수 있음이 얼마나 뿌듯한 일인가.

 

 교회는 사람이 죽음에 이르는 사건으로 삶의 끝이 아님을 능히 인지하기에, 그만큼 세상을 떠난 이들을 잊지 않고 기억하자는 것이다. 특히 위령성월에 연옥 영혼들을 위해 더 열심히 기도하지만, 사실 교회는 위령성월뿐만 아니라 성찬례를 거행할 때마다 세상을 떠난 이들을 기억하는데 성찬의 전례에 집중해 봤다면 부활의 희망 속에 고이 잠든 교우들과 세상을 떠난 다른 이들도 모두 생각하시어, 그들이 주님의 빛나는 얼굴을 뵈옵게 하소서기도의 내용을 쉽게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식사 후 기도를 바칠 때도 마찬가지다. “세상을 떠난 모든 이가 하느님의 자비로 평화의 안식을 얻게 하소서.”라고 기도하는 건 당장은 죽은 영혼들을 위한 행위라고 생각할 수 있으나 그들이 우리의 기도를 디딤돌 삼아 잠벌에서 벗어나 하느님 나라에 들어간다면 우리의 작은 공로를 잊지는 않을 거라는 것이다.

 

 신앙생활을 자유로이 이어가지 못한지 햇수로 어느새 3년여째 접어들었다. 여니 전염병들처럼 잠시 기성을 부리다 말겠지 했던 코로나19 확산세에 1365일 이어져야 할 신앙생활에 제약과 규제가 주어지는 사태에 이르렀다. 이즈음 나름대로 신앙생활을 이어오던 신앙인들이 세 분류로 나누어짐이 엿보인다. 열심히 했던 이들은 수많은 제약과 규제에도 무릅쓰고 신앙의 걸음을 한층 더 재촉하는가 하면 갖가지 개인 사생활의 장애 요소에 코로나19 제약과 규제까지 겹치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해 신앙에 목이 말라 발만 동동 구르다 울며 겨자 먹기로 TV 미사 봉헌에 덧붙여 각종 유튜브 신앙 프로그램에 목을 매는 이들도 있을 것이고 넘어진 김에 쉬어 간다는 격으로 이참에 쉬어 가는 것도 나쁘진 않겠다는 생각을 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신앙생활에 정답과 오답이 없으니만큼 코로나 시대를 살면서 신앙생활의 걸음은 자유롭지 못해 묘지를 찾아 기도하는 행위조차 망설여지겠지만 위령성월이 지닌 깊은 뜻만은 오롯이 기억하자는 것이다. 영원한 삶을 위해 불로초를 찾아 전전긍긍하던 진시황제도 영원히 살아볼 욕심으로 갖은 잔꾀를 다 부리던 삼천갑자 동방삭도 죽음을 거스르지 못했듯 우리 역시 세상 소풍 끝나는 날 왔던 걸음 되돌려야 하기에 그때를 대비하여 작은 공로 세워 돌아가야 할 발걸음 가벼이 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