松竹묵상글

자생 신앙

松竹/김철이 2022. 1. 5. 01:28

자생 신앙

 

                                                                         김철이 비안네

 

 

 코로나19 여파가 여전히 고개를 숙일 줄 모른 채 세상 사람들이 방심한 틈을 타서 오히려 극심해질 기미를 보이며 날로 콧대를 높이고 있다. 이즈음 우리 교회 내 사정은 타의 적 냉담자가 늘어가는 실정이다. 보여주기 위한 신앙생활을 이어오던 이들은 보여줄 대상자가 줄어들 거니까, 남이 하니까 나도 한다는 식의 곁다리 신앙생활을 해오던 이들은 이참에 좀 쉬다 가야지. 절박함이 용솟음치지만 주변의 여러 환경 탓에 간절한 발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어서 핑계는 다양하지만 밀과 가라지의 비유처럼 판단은 누구의 걸음이 참 걸음이고 누구의 걸음이 헛걸음인지는 주님께서 판단하실 몫이니 우리는 주어진 달란트로 신앙의 획을 그어 나아갔으면 좋겠다.

 

 우리는 이러한 주변 환경과 인식으로 인해 신앙생활의 본질에서 멀어지는 경향이 늘어나는 실정이다. 갑작스레 음습해 온 코로나19 여파 탓에 주변 환경이 달라지다 보면 참된 복음의 가치(價値)와 중요성(重要性)을 놓치기가 쉽다. 이천 년 전 예수 그리스도 십자가 은총으로 얻어진 복음의 참된 가치와 중요성을 되찾으려는 열성(熱誠)이나 간절(懇切)함도 우러나지 않을 뿐 아니라 신앙에 대한 종교의식(宗敎意識)마저 감소하여 자생한 신앙의 형태가 바로 오늘날 코로나 시대의 냉담자일 것이다.

 

 이즈음 하나 더 덧붙여진 교회 정책이 있었는데 일부 교구에서 허용한 일괄고해(一括告解)와 일괄사죄(一括赦罪) 예식이 바로 그것이다. 오랜 시간 동안 미사 봉헌도 이루어지지 않았고 부활판공(復活判功)도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못했으므로 미사가 재개되면서 이 예식을 공동체에 거행하도록 허용한 것이다. 단지 안타깝게 지나쳐간 부활이지만, 판공성사(判功聖事)를 바르고 떳떳하게 진행되지 못했다는 점, 미사를 재개하지만, 미사에 여느 때처럼 참례하지 못하고 궐한 상황 때문에 영성체(領聖體)하기에 부적절(不適切)하다는 점, 이러한 이유로 이 예식을 잠정적으로 거행하도록 허용한 것으로 보인다. 법적, 교리적 관점에서 고해성사(告解聖事)의 드높은 뜻을 이해하고 지키기 위해 허용한 교회의 신자들에 대한 배려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배려에 뒤이은 현상이 일부 신자들이 고해성사 의무의 기피 현상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신앙생활을 쟁여가는 과정에 있어 겸허히 받아들여야 할 의무를 코로나 사태에 예비해 손쉬운 방도가 교구 내 신자 전체를 대상으로 일괄 허용되던 배려가 지금은 고해성사를 기피해도 무방하겠구나.라는 방심과 기대심을 심어준 결과로 드러난 것이다. 신앙생활에 있어 정답이 없다고들 하지만, 오답도 없으니만큼 오히려 이럴 때일수록 보수적으로 대응했어야 원활하지 않았을까 싶다.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되고 진행이 더디더라도 개별 고해성사를 드리도록 인도하는 한편 주일미사를 봉헌하지 못한 행위는 고해를 드리는 데 있어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아도 무방한 것임을 인지시키는 반면 가까운 시한 내 고해성사를 드릴 수 있게 유도하고 영성체를 허용해 주는 사목 정책이 더 유익하지 않을까 싶다.

 

 핑계 없는 무덤이 없다고 했듯 우리 각자의 영혼에 신앙에 대한 열정만 살아있다면 아무리 코로나 위세가 하늘을 찌른다 한들 우리 영혼의 구원자 예수님은 1365일 늘 우리와 동고동락하시며 우리의 일거수일투족(一擧手一投足)을 꿰뚫어 보고 계심을 믿고 의탁하며 신앙 순교자 시대의 삶을 추구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우리 신앙의 선조들이 추구해 오셨던 신앙생활은 어느 선교사에 의해 말미암은 것이 아니라 신앙을 향한 극심한 갈증으로 자생 신앙을 이어왔다는 것이다.

 

코로나19 위세가 언제 수그러들지 모르는 이즈음 우리 역시 순교자 시대 신앙의 선조들이 추구했던 자생 신앙의 삶을 사는 행위가 옳지 않을까 싶다. 세례 후 봉사자가 없어 주일미사에 참례하지 못하고 삼 년여에 걸쳐 영성체에 향한 갈증을 해소하지 못해 신영성체(神領聖體) 기도를 하루도 빠짐없이 바쳤던 결과 영성체 은혜에 버금가는 은총과 더불어 주일미사 참례의 은총을 받은 바 있기에 가톨릭 신앙을 고백하는 모든 이에게 권하니 이 시점에서 순교자 시대로 돌아가 자생 신앙(自生 信仰)의 개념을 골똘히 묵상하는 한편 깊은 자기성찰과 자기 쇄신의 삶을 살아 코로나 시대 냉담자가 아닌 코로나 시대 순교자로 거듭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