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목(德目)
김철이
우리는 매년 삼월이면 '성 요셉 성월'을 지내고 있다. 성 요셉 성월은 성모 마리아의 배필이며 예수 그리스도의 양아버지이신 요셉 성인을 특별히 공경하고 그분의 삶을 묵상하는 달이다. 요셉 성인은 성령으로 예수님을 잉태하여 약혼자 마리아를 주님 천사의 명령에 따라 아내로 맞아들이면서 하느님의 구원 사업의 조력자로 등장한다. 요셉 성인은 성모님에 비교해서 그다지 드러나지 않는다. 성경에도 그분에 관한 구절이 많지 않다. 그러나 우리는 인류 구원 사업에 있어 공헌하신 그분의 공로를 절대 잊진 않아야겠다.
현대인들 사이에 농담처럼 오가는 말 중에 산부인과 의사가 제일 싫어하는 사람은 ‘무자식이 상팔자’라는 사람이다. 그렇다면 변호사가 제일 싫어하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법 없이도 살 사람’이다. 이즈음 우리가 묵상 중에 기억해야 할 요셉 성인은
“법대로 사는 사람”
“의로운 사람”
이었다.
우리는 일상 중에 언짢은 일이 발생할 때마다 흔히
“화가 난다.”
또는
“화병이 난다.”
라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하곤 하는데 그 화(火)의 본질은 불이다. 모든 사물을 태워 없앨 정도로 아주 뜨거운 불이다. 하지만 그 불로는 방을 따뜻하게 덥힐 수도 없고 밥을 지을 수도 없을 뿐 아니라 더더욱 잡초도 태울 수도, 쇠를 달굴 수도 없을 것이다. 태울 거라곤 오로지 자신의 속만 새까맣게 태울 뿐이다. 그러니 생병이 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따라서 화를 다스리는 법을 터득하면 자신의 속에 모든 언짢음 한데 모아 화톳불을 지르지 않아도 될 것이다. 화가 날 때마다 무작정 참는다는 것은 용수철을 눌러놓는 것과 같다. 무조건 누르지 말고 하늘을 보면서 잘 풀어야 한다.
우리가 묵상 중에 기억해야 할 요셉 성인은 참으로 화를 지혜로이 다스릴 줄 아는 분이셨다. 요셉은 자신과 약혼한 마리아가 결혼하기도 전에 임신한 사실이 드러났다. 그런데 그것을 바라보는 요셉의 모습은 참으로 놀라울 정도다. 신명기 22장 20절~21절에 간음에 관한 규정의 구절이 있는데
“젊은 여자의 처녀성이 증명되지 않으면 그 여자를 제 아버지의 집 대문으로 끌어내어 그 성읍의 남자들이 그 여자에게 돌을 던져 죽여야 한다.”
라고 명시되어 있다. 법대로 사는 요셉이 이러한 규정을 너무나 잘 알지만
“마리아의 일을 세상에 드러내고 싶지 않았으므로 남모르게 파혼하기로 작정하였다.”
감정을 지닌 한 보통 사람이 어떻게 이런 판단을 내릴 수 있었을까? 결혼을 준비하며 숱한 꿈에 부풀었을 텐데 너무나 황당한 사실을 접하게 된 것이니 실망과 좌절감에 마리아에게 망신을 주고 서운함을 되갚아 주어도 시원찮을 것인데 그런 성인군자 같은 마음은 어디서 왔겠는가!
요셉 성인은 아주 소소하고 사소한 일에도 마음 상해하고 서운함을 오래도록 기억하는 우리들의 큰 스승이시다. 의로운 사람이란 하느님께 온 마음을 두고 하느님의 뜻에 따라 생활하며 기쁘고 진실 된 마음으로 사는 사람이다. 이천 년 전의 요셉은 자신이 겪고 있는 일을 온전히 이해할 수 없었지만 당연코 그 적지 않은 사건에 대해 알려고 하거나 해명하려 들지 않았고 그저 받아들이고 살았을 뿐이었다. 어떠한 처지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의로움을 간직한 성인의 마음을 본받았으면 좋겠다.
“믿는 이에게는 질문이 있을 리 없고, 믿지 않는 이에게는 대답이 있을 리 없다.”
라고 하는데 우리도 사랑과 믿음으로 화를 다스리는 연습에 게을리하지 않아야겠다.
요셉 성인의 침묵과 겸손 절대적인 신앙이 있었기에 하느님께서는 요셉을 통해 당신의 뜻을 온전히 이루실 수 있으셨다. 우리도 하느님께 완전히 내맡겨 드린다면 그분은 우리 안에서 당신의 일을 충분히 이루실 수 있을 것이다. 현실은 자기 자식조차 헌신짝 버리듯 하지만 우리가 기러기 아빠, 뻐꾸기 아빠의 덕목이 아니라 예수님을 온전히 하느님의 외아들로 길러내신 요셉 성인의 덕목(德目)을 본받는다면 한 사람의 신앙인으로도 자식을 기르는 아버지로도 훌륭한 표본(標本)이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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