松竹묵상글 83

기다림 속에 | 2024년 12월 성탄 맞이 묵상 글

기다림 속에                                                         김철이 비안네  한 꼬마가 닭장 앞에 턱을 고인 채 쪼그리고 앉아 있었다. 닭장 안에서는 암탉이 병아리를 까기 위해서 알을 품고 있었다. 하루 이틀 시간이 갈수록 꼬마는 초조해졌다. 언제쯤이면 병아리가 나올까, 그것만 기다리며 학수고대하고 있던 어느 날, 꼬마는 암탉이 품고 있던 알을 빼앗았다. 그리곤 알을 깨뜨려 버렸다. 알에서 병아리가 나올 줄 알았던 꼬마는 깜짝 놀랐다. 계란 속에서는 채 모습을 갖추지 못한 병아리가 죽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제주시에서 성산포로 가는 길목에는 눈이 오나 비가 오나 항상 떠나간 자기의 아들이 돌아오기를 기다리던 어느 늙은 아버지의 그림자가 드리운다. 천구백오..

松竹묵상글 2024.12.03

죽음의 문 | 2024년 11월 위령성월 묵상글

죽음의 문                                                 김철이 비안네  명의라고 소문난 크리스천 의사의 병원에 중병에 걸린 한 환자를 찾아갔다. 환자는"의사 선생님!, 제가 회복할 수 있을까요?"라고 물었고. 의사는"글쎄요, 아마 어려울 겁니다"하고 답했다. 환자가 재차 말하길"저는 죽음이 몹시 두려워요. 무덤 저편에 무엇이 있는지 선생님은 아세요?"의사는 솔직히 답했다."아니요, 죽음 저 건너편에 있는 모든 것을 누구도 알 수는 없습니다."그때 원장실 문이 열리더니 의사의 가정에서 기르는 개가 뛰어 들어와 주인에게 뛰어올라 꼬리를 치면서 좋아했다. 그때 의사는 환자를 돌아보며 말했다."보셨지요?. 이 개가 우리 집에서만 줄곧 지내다 이 방엔 한 번도 들어와 본 ..

松竹묵상글 2024.11.05

기도 꾸러미 | 2024년 10월 묵주기도 성월 묵상글

기도 꾸러미                                                      김철이 비안네  공사판에서 사고로 노동력을 잃으신 아버지를 대신해 국화빵을 구워 파는 어머니 옆에서 뻥튀기를 팔던 한 고등학생이 독립을 선언하고 극장 앞에서 과일 장사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늦여름 밤이었다. 이날은 온종일 비가 구질구질하게 내려 장사가 잘되질 않았다. 밖에선 궂은비가 내리고 있었으며 마지막 회를 관람하고 극장 밖으로 몰려나오는 사람들에게 한 가닥 희망을 걸고 극장 입구를 바라보고 있을 때, 자동차 한 대가 후진하다 그만 학생의 손수레를 받아버렸다. 갖가지 과일들이 땅바닥으로 우르르 쏟아졌고 수박은 박살이 나버렸다. 굴러다니는 과일을 줍기 위해 땅바닥을 엉금썰썰 기고 있던 그의..

松竹묵상글 2024.10.08

발자취 | 2024년 9월 순교자 성월 묵상글

발자취                                                    김철이 비안네우리는 매년 구월이면 반복해서 더없이 은혜로운 순교자 성월을 맞이한다. 그러나 구월 한 달만은 신앙의 선조인 순교 성인들의 발자취를 따라 좀 더 성숙한 신앙으로 키워나가 보리라는 야무진 결심을 해보지만 순교자 성월이 다 가기도 전에 흩어진 우리의 몸과 마음을 확인하곤 자기 자신에게 적지 않은 실망도 곁들이곤 한다. 우리는 신이 아니기에 당연한 행위들이다. 이 당연한 행위에 실망만 늘어놓지 말고 거듭 신앙의 불을 붙여 신앙 선조들의 발자취를 따라가 보기로 하는데 올해는 성 김성우 안토니오 순교자의 발자취를 따라가 보기로 하자성 김성우 안토니오는 경기도 광주 고을 구산 출생으로 그의 가문은 부유하였..

松竹묵상글 2024.09.10

무르익은 곡식은 고개를 숙인다 | 2024년 8월 묵상글

무르익은 곡식은 고개를 숙인다                                                                      김철이 비안네   삼십여 년 전 경상북도 경산에 살았던 이십 대 초반의 한 처녀는 희귀 피부병인 '열성 이영양성 수포성 표피박리증'이라는 병명도 생소한 이름의 병을 앓고 있는 처녀였다. 그녀는 어렸을 때 온몸에 물집이 생기고 피부가 짓무르면서 거의 성장을 멈추었다. 현재 그녀의 나이 쉰 살이 넘었겠지만, 당시 이십 대 초반이었던 그녀의 몸무게는 10Kg 밖에 나가지 않아 겉으로 보기에는 서너 살 난 아이와 같았다. 그녀의 어머니는 막노동으로 이십여 년간 그녀의 병시중을 들었으며 이웃 주민들의 따스한 온정으로 귀한 성금을 전달받기도 했다. 세상 사람들은 ..

松竹묵상글 2024.08.06

영그는 곡식처럼 | 2024년 7월 묵상글

영그는 곡식처럼                                                              김철이 비안네  그리스도라는 농기구로 하늘나라 농사를 짓는 우리는 늘 겸손한 성품으로 영적 농토를 가꾸어 나아가야 한다. 까닭은 순간만 방심해도 교만이라는 잡초가 무성하게 자라나기 때문이다. 모든 잡초가 그렇듯 소중하게 여기는 나무나 귀히 파종한 씨앗들을 쉽게 해치거나 넝쿨 줄기로 식물들의 숨통을 조여버린다. 겸손은 만개하기 어려운 꽃이요, 영글기 힘든 열매와 같다. 그러므로 성을 다하여 겸손이란 성품을 가꾸어 나아가야 한다. 상대를 먼저 배려하고 자신을 낮추므로 겸손이 만개하고 영글 수 있다. 겸손은 우리들의 긴 인생 여정 속에서 삶을 기름지게 하며 풍성한 열매를 맺게 한다. 어..

松竹묵상글 2024.07.09

가정생활에 충실하신 예수님 | 2024년 6월 예수성심성월 묵상글

가정생활에 충실하신 예수님                                                                    김철이 비안네  어느 부부가 처가와 친정에 다녀와 털어놓기를 시골에 혼자 사시는 어머니 집에 갔을 때 오랜만에 온 자식이 뭐가 그리 예쁘다고 집안 여기저기에 숨겨 놓은 곡식이며 물건들을 막 꺼내놓으시며 다 가져가라고 한다. 아내의 고향 처가에 갔더니 장모님께서 쌀, 김치, 과일, 떡 어디 뭐 없나 두리번대며 죄다 찾아내 바퀴가 내려앉도록 자동차에 가득 실어주셨지. 에구 다들 퍼주느라 제정신이 아니셔. 아깝지도 않나 들, 전에는 주는 것 거절하느라 진땀을 빼곤 했는데 지금은"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잘 먹을게요."라며 기쁘게 챙겨주시는 대로 받아오기도 하지. 우..

松竹묵상글 2024.06.06

어머니란 이름은 | 2024년 5월 성모 성월 묵상글

어머니란 이름은                                                              김철이 비안네  매우 가난한 어머니가 있었다. 고등학생인 아들이 책을 사달라고 졸랐다. 소년을 극진히 사랑했던 어머니는 서점으로 달려가 아들이 원하는 책을 사다 주었다. 그 날밤, 어머니는 머리에 수건을 두른 채 잠자리에 들었다. 소년이 밤중에 어머니의 머리를 풀어보니 머리카락이 몽땅 잘려져 있었다. 어머니는 머리카락을 팔아 아들의 책을 사다 준 것이다. 소년은 삭발 모정에 목 놓아 통곡했다. 소년은 어머니의 사랑을 평생 가슴에 품고 타인에게 봉사하는 삶을 살기 위해 열심히 공부해 신학대학을 입학하여 서품식을 거쳐 사제가 되었다. 어머니의 사랑은 환경을 초월한다는 것이다. 한 소년..

松竹묵상글 2024.05.07

소망 | 2024년 4월 묵상글

소망 김철이 비안네 옛날에 어떤 부자가 돈은 많이 있었으나 자식도 없고 별로 웃어볼 만한 일이 없어 하루는 말을 타고 여행을 가는 도중에 앞을 바라보니 한쪽 다리를 저는 걸인이 행색은 남루하고 미래는 드높은 산에 안개를 두른 듯했는데 즐거운 듯이 성한 한쪽 다리로 지탱하며 춤을 추는 것이었다. 그래서 가까이 가서 “그대는 무엇이 그렇게 기뻐서 춤을 추는가?” 걸인이 답하길 “첫째, 하느님께서 나를 지으실 때 하등동물로 짓지 않고 사람으로 지은 것이요, 둘째 내가 다행히 한쪽 다리만 절므로 동서남북을 어디든 마음대로 다닐 수 있기 때문이요, 셋째 현세에서 나를 부러워하는 사람 하나 없으나 가난한 사람이 진 복 자라 하셨으니 내 죽으면 하느님 품에 안길 것이니 어찌 기쁘지 않겠소.” 아주 돈이 많은 미망인이..

松竹묵상글 2024.04.02

드높은 은혜 | 2024년 3월 성요셉 성월 묵상글

드높은 은혜 김철이 비안네 어느 아버지의 슬하에 다섯 명의 아들이 있었다. 그중 한 아들은 유난히 몸이 약하고 소극적이어서 늘 아버지의 마음에 근심거리로 머물렀다. 하루는 아버지가 다섯 그루의 작은 묘목을 사 왔다. 아버지는 아들들에게 하나씩 나누어주고 일 년간 잘들 길러보라고 하였다. 아울러 나무를 가장 잘 기른 아들에게는 특별한 선물을 주겠다는 약속도 덧붙였다. 아들들은 제각각의 노력으로 정성껏 나무를 길렀다. 일 년이 조금 지나 아버지는 아들들의 나무를 비교해 보았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가장 몸도 약하고 자신감이 없어 보이던 아들의 나무가 가장 크고 아름답게 성장해 있었다. 아버지는 크게 기뻐하며 허약한 아들을 칭찬했다. “너는 분명히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식물학자가 될 거야.” 아들은 아버지..

松竹묵상글 2024.03.05

신앙의 깊이 | 2024년 2월 묵상글

신앙의 깊이 김철이 비안네 우리 주위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사건은 만남이 드물었기 때문에 생기는 사단일 것이다. 과거엔 친분의 관계로 왕래가 있었지만, 만남이 드물다 보니 해서는 안 될 일까지 서슴없이 하게 되는 것이다. 만날 일이 없는 순간부터 배려도 없어진다. 이런 관점으로 본다면 신앙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신앙은 하느님과의 만남에서부터 시작된다. 미사는 하느님과의 만남 속에서 이웃을 만나는 일이다. 찾아가야 할 이웃이 누구인지 깨닫는 것이다. 아울러 찾아간 이웃 속에서 다시 하느님을 뵙게 된다. 하느님은 미사 가운데 머물러 생활하시지만, 이웃 가운데도 머물러 생활하신다. 미사를 통해 이웃을 통해 하느님을 만나 뵙는 역사가 일어난다. 만남에는 변화를 이끄는 능력과 힘이 있다. 미사 가운데 만난..

松竹묵상글 2024.02.06

신앙 쇄신 | 2024년 1월 묵상글

신앙 쇄신 김철이 비안네 어느 도심지 의사의 신앙 체험담인데 그는 개인병원을 개업하게 되었다. 그는 저녁 늦은 시간 병원 문을 닫으면 직원들을 퇴근시키고 금고 앞에 앉아 그날 번 돈을 세면서 하루의 피곤을 씻곤 하였다. 매 순간의 관심사는 오직 돈이었다. 어느 날 늦은 저녁 책상 위에 돈을 쌓아 놓고 열심히 세던 그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만약 하느님 앞에 가면 무엇이라 보고를 드릴 것인가? 환자들을 고치고 돈만 세다 왔다고 보고하면 하느님이 기뻐하실 것인가?" 이런저런 생각을 하니 부끄러워 얼굴이 뜨거워짐을 느꼈다. 그는 하느님이 가장 기뻐하시는 일이 무엇인가를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의사는 그 후부터는 환자들이 찾아오면 가장 약할 때를 이용하여 사랑으로 다독여 주고 정성을 다하여 치료하여..

松竹묵상글 2024.01.09

진정한 주인공 | 2023년 성탄 맞이 묵상글

진정한 주인공 김철이 비안네 보리 이삭에 낱알이 많이 열리면 한 포기에 사백오십 알까지 열리는데 처음 돋아난 줄기를 그냥 자라게 하면 겨우 팔십 알에서 구십 알 정도밖에 열리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농부는 보리 싹이 나오면 발로 밟는다. 이때 처음 나오는 약한 싹은 꺾이고 밟혀서 더는 자라지 못한다. 그 후 다시 새싹이 나오는데 이것은 전보다 더 강한 줄기로 자라게 되어 사백 알 이상이 열리는 튼실한 보리로 탄생한다. 해서 무지막지할 정도로 보리밟기를 하는 것이다. 하느님께서는 보리밟기하듯이 피조물에 숱한 고난을 주신다. 고난을 잘 견디어 낸 피조물은 큰 신앙으로는 많은 열매를 맺게 된다. 고난이 올 때면 하느님께서 보리밟기하시는 중이라고 믿고 기뻐해야 할 것이다. 그리스와 이집트 페르시아 인도 등 당..

松竹묵상글 2023.12.05

기도의 못줄 | 2023년 위령성월 맞이 묵상글

기도의 못줄 김철이 비안네 사람은 누구나 언젠간 세상을 떠나게 되어 있다. 만약 우리가 세상을 떠난다면 그다음에는 어디로 가게 될까? 알고 있는 교회 상식처럼 천국, 즉 하느님 나라로 향한다. 그런데 곧바로 하느님 나라에 들어갈 수 있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연옥에 머무르게 된다. 우리가 살아생전 잘못을 저지르면 뉘우치고, 고해성사를 통해 주님께 용서를 청하는데 우리가 생활하다 보면 미처 깨닫지 못한 사이에 죄를 저지를 때도 있다. 세상을 떠난 영혼들은 미처 뉘우치지 못한 잘못을 뉘우치고, 하느님 나라에 들어갈 수 있는 깨끗한 마음이 될 때까지 기다리며 연옥에 머물게 된다. 그런데 연옥 영혼들은 자신을 위해 기도할 수 없다고 한다. 그 때문에 세속에 사는 우리가 기도를 통해 연옥..

松竹묵상글 2023.11.07

장미 송이 | 2023년 묵주기도성월 맞이 묵상글

장미 송이 김철이 비안네 한 순박하고 선한 이가 항상 성모님의 성화 앞에 바치기 위해 계절에 따라 장미나 들꽃, 파란 나뭇가지 등으로 꽃다발을 만들었다. 동정 마리아께서는 이 이의 마음에서 우러나는 참된 사랑을 보셨다. 성모님께서는 그를 축복해 주시고 수도원 입회로 인도하셨다. 그는 수도 생활하면서 순종을 잘하였으므로 수사에게 많은 일들이 맡겨졌다. 너무 바빴던 나머지 수사는 성모님께 꽃다발을 만들어 바칠 시간이 없었다. 때문에 마음이 늘 괴로웠고 그는 그 수도원을 나올 생각까지 하게 되었다. 한 수사신부님이 그의 고충을 알아차리고 수사에게 꽃다발 대신 매일 성모송을 오십 번을 바치라고 조언을 해 주었다. 그렇게 하는 것이 오히려 지금까지 바쳐온 모든 장미꽃다발보다 성모님께서는 더 좋아하실 것이라고 일러..

松竹묵상글 2023.1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