松竹묵상글

신앙 쇄신 | 2024년 1월 묵상글

松竹/김철이 2024. 1. 9. 09:43

신앙 쇄신 

 

                                                                               김철이 비안네

 

 

어느 도심지 의사의 신앙 체험담인데 그는 개인병원을 개업하게 되었다. 그는 저녁 늦은 시간 병원 문을 닫으면 직원들을 퇴근시키고 금고 앞에 앉아 그날 번 돈을 세면서 하루의 피곤을 씻곤 하였다. 매 순간의 관심사는 오직 돈이었다. 어느 날 늦은 저녁 책상 위에 돈을 쌓아 놓고 열심히 세던 그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만약 하느님 앞에 가면 무엇이라 보고를 드릴 것인가? 환자들을 고치고 돈만 세다 왔다고 보고하면 하느님이 기뻐하실 것인가?"

이런저런 생각을 하니 부끄러워 얼굴이 뜨거워짐을 느꼈다. 그는 하느님이 가장 기뻐하시는 일이 무엇인가를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의사는 그 후부터는 환자들이 찾아오면 가장 약할 때를 이용하여 사랑으로 다독여 주고 정성을 다하여 치료하여 주는 한편 그이의 영혼 구원을 위해 주님께로 인도하였다. 병과 죽음과 내세에 관하여 대화의 주제로 잡아가며 밤이 되면 돈을 세기보다 그날 다녀간 환자의 명단을 놓고 기도하기 시작하였다. 그 후부터 하느님께서 영광 받으실 일만 골라 하니 그렇게 일이 보람되고 기쁠 수가 없었다. 봉사와 선행은 주님의 마음을 가장 기쁘시게 하는 길이다.

 

신앙심으로 뜨겁게 생활하는 한 자매가 있었는데 예수를 믿고 성당엘 다닌다는 이유로 남편에게 수없이 폭행당해야 했으며 여러 번 집에서 쫓겨나기도 했다. 그녀는 그럴 때마다 성경과 성가로 상처 입은 육신과 영혼을 불살랐다. 그러나 그녀는 자기 남편의 영혼 구원을 위해 계속 눈물로 기도했다. 어느 날 술에 취한 채 집에 들어온 그녀의 남편은 성령 기도회에 참석하러 간 아내를 찾아 성당으로 갔다. 어두컴컴한 실내에서 자기 아내라고 생각된 여자의 머리채를 잡고 밖으로 나와 마구 매질을 했다. 비명을 지르며 쓰러진 뒤에 보니, 그 여자는 자기 아내가 아니고 자기 아내와 생김새가 닮은 앞집 부인이었다. 얼굴을 비롯해 몸 이곳저곳 적지 않은 상처를 입은 채 쓰러진 앞집 부인을 보고 겁에 질린 그는 살려 달라고 애원했다. 앞집 부인은 두 가지 약속만 하면 옥살이시키지 않겠다고 했다. 앞으론 절대 아내에게 폭행하지 않을 것과 성당에 나와 세례를 받고 하느님의 자녀로 거듭나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 후 그는 교리를 받고 세례를 받은 후 열열한 신앙인으로 변신하였다. 이러하듯 헌신적인 기도는 반드시 응답받는 것이고 숱한 세월 죄 없는 매 맞음으로 남편을 구원받게 한 그 가정이야말로 신앙 쇄신의 성가정이라 할 수 있겠다.

 

옛날에 기찻길 주변의 개구쟁이들이 별생각 없이 무심코 던지는 돌멩이로 인해 숱한 사람들이 머리가 터지고 상처를 입기도 했다. 이 탓에 학교 선생님들은 기차가 지나갈 때 돌멩이를 던지지 말라고 주의 주기가 일쑤였다. 그런데도 아이들의 그 습관이 고쳐지지 않았다. 그러다 어느 한 초등학교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기차가 지나갈 때 손을 흔들어주라고 가르쳤다. 아이들이 손을 흔드니까 기차 안의 사람들도 손을 흔들어주었다. 이때부터 아이들은 기차 안의 사람들이 손을 흔들어주는 것에 재미가 들어서 기차가 지나갈 때 돌멩이 던지는 버릇이 없어졌다. 무조건 돌멩이를 던지지 말라고 하면 근본적인 해결이 안 되니 돌멩이를 던지던 손으로 흔들어 사랑을 표현할 때 참으로 아름다운 기쁨이 넘친다는 인사 법을 가르쳐 준 거였다.

 

아이들이 즐겨 읽는 동화책 중에 이런 이야기가 있다. 어느 맑은 날에 엄마와 어린 딸이 넓은 들판으로 소풍을 갔는데 아이가 꽃 사이로 날아다니는 나비를 보고 잡으려고 쫓아가자, 어머니는 딸에게 급하게 소리 질렀다.

"안돼!, 거기로 가면 안 된다."

엄마는 아이가 나비만 쫓느라고 바로 앞에 있는 절벽을 보지 못한 것을 알고 소리 지른 거였다. 우리가 추구하고 바라보는 권력과 성공의 바로 건너편에는 어쩌면 인격의 파멸과 영혼의 파멸이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 이런 환상을 좇다가 정말 중요한 것을 잃을 수가 있다.

 

우리의 신앙생활에 열정이 없고 힘이 없는 이유는 어느 정도는 스스로 해보려고 하는 데서 시들해지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자신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포기의 영성과 온전히 삼위일체 하느님께 의탁하는 신앙인이야말로 쇄신된 신앙이라 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