松竹묵상글

신앙의 깊이 | 2024년 2월 묵상글

松竹/김철이 2024. 2. 6. 09:07

신앙의 깊이

 

                                                             김철이 비안네

 

 

우리 주위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사건은 만남이 드물었기 때문에 생기는 사단일 것이다. 과거엔 친분의 관계로 왕래가 있었지만, 만남이 드물다 보니 해서는 안 될 일까지 서슴없이 하게 되는 것이다. 만날 일이 없는 순간부터 배려도 없어진다. 이런 관점으로 본다면 신앙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신앙은 하느님과의 만남에서부터 시작된다. 미사는 하느님과의 만남 속에서 이웃을 만나는 일이다. 찾아가야 할 이웃이 누구인지 깨닫는 것이다. 아울러 찾아간 이웃 속에서 다시 하느님을 뵙게 된다.

 

하느님은 미사 가운데 머물러 생활하시지만, 이웃 가운데도 머물러 생활하신다. 미사를 통해 이웃을 통해 하느님을 만나 뵙는 역사가 일어난다. 만남에는 변화를 이끄는 능력과 힘이 있다. 미사 가운데 만난 이웃은 섬김의 깊이가 다르다. 아울러 이웃 안에서 만난 하느님으로 인해 신앙의 깊이가 달라진다. 어떠한 형태의 만남이라도 사람과 사람의 만남은 모름지기 '축복'이다.

 

시골에 살던 열여섯 살 된 한 소년이 가슴에 큰 꿈을 안고 뉴욕 도시로 올라왔다. 그는 뉴욕의 바닷가를 거닐다가 한 그리스도인을 만나게 되었다. 그 그리스도인은 소년에게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했다. 아울러 의미 있는 삶을 사는 방법까지도 가르쳐 주었다.

 

"너는 무슨 재주가 있니?"

"저는 시골에서 아버지와 함께 비누나 양초를 만들었던 경험이 있어요."

"그러면 비누 만드는 공장에 취직하면 좋겠구나. 일해서 돈을 벌게 되면 하느님께서 너에게 복을 주시는 대로 십일조를 드리거라. 만일 하느님이 너에게 계속 더 큰 복을 주시거든 십일조만 드리지 말고 십의 이조, 십의 삼조, 십의 사조, 그 이상까지 드려서 하느님을 위해 멋있는 삶을 살아보렴."

"아저씨, 고맙습니다. 그렇게 해볼게요."

그 그리스도인은 소년에게 축복 기도를 해 주고 떠났다.

 

그 후 소년은 비누공장에서 일하면서 돈을 벌기 시작했다. 더불어 그 그리스도인의 말대로 꼬박꼬박 하느님께 정성껏 십일조를 드렸다. 그가 하는 일은 조금씩 잘 풀려나가게 되어 조그만 비누공장을 인수하게 되었고 하느님의 계속 적인 축복으로 그의 사업은 날로 번창했다. 그래서 그의 사업은 비누공장뿐 아니라 양초와 치약까지 만드는 공장으로까지 확장했다. 이 소년이 바로 '콜게이트 치약'을 만든 윌리엄 콜게이트다.

 

재래시장에서 오랜 세월 장사를 해오신 할머니가 계셨는데 그분은 일찍이 홀로 되셔서 콩나물 장사하면서 자녀들을 모두 잘 기르셨다. 자녀들이 장성하여 나름대로 세상에서 인정받고 잘 사는데도 할머니는 자녀들과 같이 살지 않고 작은 오두막집에 혼자 검소하게 사셨다. 자녀들은 혼자 사시는 어머니를 보며

"어머니, 이제 우리도 모두 나름 잘 사니 어머니를 호강시켜 드리며 살 수 있어요. 이런 보잘것없는 집에서 혼자 살지 마시고 저희랑 좋은 집에서 사세요"

라고, 애원했다.

 

할머니는 자녀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너희들이 애원하니 나도 어쩔 수가 없구나. 그렇다면 나를 위해 이런 집을 지어다오. 집 바닥은 온통 유리로 하되 기둥은 열두 개로 하고 그 기둥 밑바닥에는 반드시 보석을 박아라. 보석은 각기 다른 색깔로 하고 문은 열두 개가 되어야 한다."

어머니의 말을 들은 자녀들은 하나같이

"어머니, 농담이죠. 세상에 그런 집이 어디 있으며, 그런 집을 어떻게 짓나요?"

라며 기가 막힌다는 듯이 되물었다. 그들의 반응에 대한 어머니의 말은 더 걸작이었다.

"그런 집이 어디 있냐고? 왜 없냐? 나는 그런 집을 하늘나라에 분양받았는데 그래서 곧 그곳에 살게 될 테니 나보고 더 좋은 집으로 가서 살자고 하지 말려무나."

 

일제강점기 때 목숨을 걸고 예수님을 전한 선교사가 계셨는데 그분이 전하는 메시지는 오로지 "예수 천당!"이었다. 하루는 일본 경찰이 길을 지나가는데 선교사가 큰 소리로 "예수 천당"이라고 외쳤다가 경찰서로 잡혀가게 되었다.

"당신은 도대체 뭐 하는 사람이기에 이상한 소리를 외치고 다니는 거요?"

라고 일본 경찰이 묻자, 선교사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다시 "예수 천당"이라고 외쳤다. 그러자 일본 경찰이 약간의 호기심이 담긴 어투로 선교사께 이렇게 물었다.

"당신은 예수 천당이라고만 외치는데, 진짜 천당이라는 곳이 있기는 하는 거요? 만일 있다면 예수를 보여주던지, 천당을 보여주든지 하시오?"

그때 선교사는 자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지금 당장 천당 본점은 보여 줄 수 없어도 천당 지점은 언제든지 보여줄 수 있소. 바로 내 마음이 천당 지점이라오."

우리도 이러한 신앙의 깊이를 본받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