松竹묵상글

기도의 못줄 | 2023년 위령성월 맞이 묵상글

松竹/김철이 2023. 11. 7. 08:59

기도의 못줄

 

                                                       김철이 비안네

 

 

사람은 누구나 언젠간 세상을 떠나게 되어 있다. 만약 우리가 세상을 떠난다면 그다음에는 어디로 가게 될까? 알고 있는 교회 상식처럼 천국, 즉 하느님 나라로 향한다. 그런데 곧바로 하느님 나라에 들어갈 수 있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연옥에 머무르게 된다. 우리가 살아생전 잘못을 저지르면 뉘우치고, 고해성사를 통해 주님께 용서를 청하는데 우리가 생활하다 보면 미처 깨닫지 못한 사이에 죄를 저지를 때도 있다. 세상을 떠난 영혼들은 미처 뉘우치지 못한 잘못을 뉘우치고, 하느님 나라에 들어갈 수 있는 깨끗한 마음이 될 때까지 기다리며 연옥에 머물게 된다. 그런데 연옥 영혼들은 자신을 위해 기도할 수 없다고 한다. 그 때문에 세속에 사는 우리가 기도를 통해 연옥에 있는 영혼들이 하루빨리 하느님 나라에 들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아울러 하느님 나라에 들어간 영혼들도 우리가 훗날 하느님 나라에 빨리 들어갈 수 있도록 기도해 준다는 것이다. 살아 있는 사람과 세상을 떠난 사람들이 서로를 위해 기도하면 하느님께서는 그 기도를 기쁘게 받아 주시는데 이것을 전문 용어로 통공(通功)이라고 한다.

 

사랑하는 사람이 세상을 떠나면 우리는 마음이 아프다. 하지만 사람은 누구나 죽음을 맞게 되고 아무리 가까운 사람이라 할지라도 붙잡을 수 없다. 그렇지만 우리는 기도를 통해 죽은 이들을 도울 수 있다는 것에 위로를 받는다. 더불어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면서 세상을 떠난 모든 이들을 위해 착한 마음으로 기도한다면, 연옥 영혼들은 더욱 빨리 하느님 품에 들게 될 것이다. 세상을 떠난 사람들을 위해 기도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 수 없다. 막상 기도하려고 보면 우리 자신을 위해 기도하는 게 더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고민이 생길 때도 숱한데 성녀 제르트루다(Gertrudis) 역시 우리와 같은 고민을 하셨다고 한다. 예수님께서 제르트루다 성녀에게 어떤 말씀을 해 주셨는지 귀 기울여 보기로 하자

 

제르트루다는 시간이 있을 때마다 연옥에 있는 영혼들을 위하여 아주 열심히 기도하였다.

“주님! 세상을 떠난 영혼들이 얼른 하늘나라에 들어갈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하지만 너무 열심히 기도하다 보니, 막상 자신을 위해 기도할 시간이 부족한 것을 깨닫고 불안해졌다.

“오늘도 나는 잘못을 저질렀는데, 주님께 용서를 청하고 보속(補贖)을 하지 못했어. 이래도 괜찮은 걸까? 이러다가 막상 내가 하늘나라에 가지 못하면 어쩌지?”

그런데 깊은 고민에 빠진 제르트루다에게 예수님께서 나타나 말씀하셨다.

“나의 딸아! 무엇 때문에 그렇게 고민하고 있느냐? 너 자신에 대한 걱정이라면 마음을 놓아도 된단다. 너는 연옥 영혼의 구원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였고, 나는 그 기도를 매우 기쁘게 받았단다. 세상을 떠난 이들을 위해 기도하는 착한 마음에 대한 상으로 너는 하늘나라의 영광을 얻을 것이다. 너의 기도로 연옥에서 구원받은 영혼들은 네가 죽을 때 함께 기뻐하며 하늘나라에 오를 것이다.”

 

매년 십일월이면 우리가 맞이하는 위령성월(慰靈聖月)은 세상을 떠난 이들의 영혼을 특별히 기억하며 기도하는 달이자, 나 자신의, 죽음에 대해서도 묵상해 보는 달이다. 위령성월의 신학적 근거는 두 가지가 있는데, 첫 번째는 산 이와 죽은 이의 통교(通交)다. 교회는 살아 있는 이들이 죽은 이를 위해 기도할 수 있으며 그 기도가 죽은 이에게 도움이 된다고 가르쳐 왔다. 두 번째는 연옥에 대한 교회의 가르침이다. 세례를 통하여 하느님의 자녀가 된 사람들이 죄를 지었을 때, 그 죄를 뉘우치고 고해성사를 받으면 죄는 용서받을 수 있다. 그러나 잠 벌(暫罰)이 남게 되며, 이 잠 벌은 보속을 통해 탕감(蕩減)받는데 세상에서 행해야 하는 보속이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하느님 나라를 위해 치러야 할 보속도 있는데 그 보속은 연옥에서 치르게 된다. 또한 사람은 자신도 의식하지 못한 채 죄를 짓기도 하고 지은 죄를 뉘우치거나 사죄받지 못한 채 죽기도 한다. 이때 그의 영혼은 하느님 나라에 바로 들어갈 수 없으며 죄를 씻는 정화의 장소가 필요한데, 그곳이 바로 연옥(煉獄)이다. 연옥 영혼들은 속죄를 위해 기다리고 있으며 우리는 이러한 연옥 영혼을 기도와 자선 행위, 미사 봉헌 등을 해서 도울 수 있다.

 

사도 바오로는 당시의 교우들을 위로하면서

“그대들은 부활의 의미를 모르는 외교인(外敎人)들처럼 행동하지 마시오. 슬픈 것은 분명하지만, 우리가 훗날 부활한다면 다시 만나게 될 것이니 이를 그대들의 위안으로 삼으시오.”

라고 하였다.

 

이러한 말씀이 세상을 떠난 이들을 위해 기도하는 생각에 포함되어 있고, 여기에 열심과 비통함과 애정이 보태어진다면, 우리는 그 기도의 기묘(奇妙)한 효험(效驗)을 마음으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서 비통(悲痛)한 마음은 세상을 떠난 이들을 위한 기도를 불러일으킬 것이며, 기도 중에 존경하는 마음은 하느님의 드높고 드넓은 자비(慈悲)하심을 움직여 연옥 영혼의 고통을 덜어 주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