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 송이
김철이 비안네
한 순박하고 선한 이가 항상 성모님의 성화 앞에 바치기 위해 계절에 따라 장미나 들꽃, 파란 나뭇가지 등으로 꽃다발을 만들었다. 동정 마리아께서는 이 이의 마음에서 우러나는 참된 사랑을 보셨다. 성모님께서는 그를 축복해 주시고 수도원 입회로 인도하셨다. 그는 수도 생활하면서 순종을 잘하였으므로 수사에게 많은 일들이 맡겨졌다. 너무 바빴던 나머지 수사는 성모님께 꽃다발을 만들어 바칠 시간이 없었다. 때문에 마음이 늘 괴로웠고 그는 그 수도원을 나올 생각까지 하게 되었다. 한 수사신부님이 그의 고충을 알아차리고 수사에게 꽃다발 대신 매일 성모송을 오십 번을 바치라고 조언을 해 주었다. 그렇게 하는 것이 오히려 지금까지 바쳐온 모든 장미꽃다발보다 성모님께서는 더 좋아하실 것이라고 일러주었다. 이후 수사는 이 조언을 온전히 받아들여 살았다.
어느 날 수사가 시내에 가게 되었는데 말을 타고 어느 한 숲을 지나가야 했다. 한 쉼터에 이르러 말을 나무에 매어놓고, 꿇어앉아 성모송을 바치기 시작했다. 이때 숲속에 숨어있던 도적들이 말과 돈을 빼앗으려 하였다. 그런데 이 도적들은 이 수사에게 오는 동안 그 수사 옆에 너무나 아름다운 여인이 서 있는 것을 보았다. 그 여인은 수사의 입으로부터 장미 꽃송이를 차례차례 받아내어 꽃다발을 만들고 있었다. 그 여인은 꽃다발이 완성되자 그 꽃다발을 자신의 목에 걸고 하늘로 올라가는 것이었다. 이것을 본 도적들은 깜짝 놀라 수사에게로 달려가 그가 무엇을 했으며 옆에 서 있던 아름다운 여인은 누구냐고 물었다. 수사는
“내 옆에는 여인이 없습니다. 나는 여왕이신 성모님께 한 다발의 장미꽃다발 대신 내가 해 오던 대로 성모송 오십 번을 바쳤을 뿐. 나는 그 이상 더 아는 것이 없습니다.”
라고, 말했다. 그러자 도적들은 자기들이 본 것을 이야기해 주었다. 도적들과 수사는 그 여인이 공경 하 올 하느님의 어머니이셨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성모님께서는 그렇게 은밀히 드리는 묵주기도도 받아들이신다는 사실에 수사는 무척 기뻤다. 아울러 여왕이신 성모님께서 오십 번의 성모송으로 영적 꽃다발을 만들어 드리는 행위를 많은 이들에게도 권했다.
교황 레오 13세는 1883년 9월 1일 회칙 수프레미 아포스톨라투스(Supremi Apostolatus)를 통해 시월을 묵주기도 성월(聖月)로 설정한 바 있다. 시월은 풍요와 결실의 계절이다. 성모님께 묵주기도를 바칠 때 우리의 영혼은 더욱 풍요해지고 기도는 더욱 많은 결실을 맺을 수 있음이다. 아울러 시월은 묵주기도와 연관된 사건이 비교적 많은 달이기도 하다. 해서 교황 레오 13세는 시월을 개인과 가정의 성화, 인류 구원과 세계 평화를 위하여 묵주기도를 바치는 달로 정해졌다.
시월은 전교의 달이자, 묵주기도성월(默珠祈禱聖月)이다. 우리 신자들이 가장 많이 바치는 기도 중 하나가 바로 묵주기도일 것이다. 들쑥날쑥하는 코로나 극성 탓에 하느님의 은총과 성모님의 특별한 전구(轉求)가 절박한 이즈음 백번을 익혀도 넘치지 않을 묵주기도에 대해 알아보기로 한다.
먼저 묵주는 로사리오(Rosario)라고도 하는데 이는 장미꽃다발, 혹은 장미 화환을 뜻한다. 묵주기도는 복음서의 요약이자 구원의 신비, 그리스도의 신비, 교회의 신비, 그리고 마리아의 신비를 요약 함축하고 있다. 해서 묵주기도를 바치면 성경에 나타난 구원에 관한 신비를 알게 되며 영원한 삶에 대한 신비를 깊이 묵상할 수 있다. 교황 비오 10세는 “묵주기도만큼 아름답고 은총을 많이 내리게 하는 기도는 없다.”면서 묵주기도를 매일 정성스럽게 바치라는 유언을 남기기도 하셨다.
시월에 묵주기도 성월을 지내는 것은 16세기 이슬람교도들이 로마를 정복하기 위해 침공했을 때 교황 비오 5세가 편성한 연합군이 1571년 10월 7일 레판토 전투에서 묵주기도를 바치며 싸워 승리한 데서 기인(基因)한다. 이후 교황 그레고리오 13세가 1573년에 매년 시월 첫 주일을 로사리오 성모 축일로 정했고, 교황 레오 13세가 시월을 묵주기도 성월로 정했다. 시월 묵주기도 성월을 지내며 내 손에 만져지는 묵주 알 하나하나에 하느님을 향한 사랑을 담아, 그리고 그분의 구원 계획에 동참하겠다는 다짐을 담아 영혼의 장미 송이를 바칠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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