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심이란
김철이 비안네
일제강점기 말 천황숭배(天皇崇拜)를 거부했던 한 평신도(平信徒)의 이야기다. 그는 일제 말기에 일제의 황민화정책(皇民化政策)의 일원으로 광적인 강요를 받던 신사참배(神社參拜), 동방요배(東方遙拜), 정오묵도(正午默禱), 창씨개명(創氏改名) 등에 단 한 번도 응하지 않고 8·15 광복을 맞을 수 있었다. 그가 그렇게 할 수 있었던 데는 이런 예화가 있었다. 그도 역시 신사참배와 국민의례 거부로 여러 차례 경찰서에 불려 가 발길로 채고 얻어맞았다. 다시 양주경찰서 고등계 차석이던 홍모와 이 문제로 시비하던 끝에, 그는 다시 일본인 고등계 주임에게 끌려갔다. 한바탕 곤욕을 치른 후, 국민의례를 다른 사람들은 다 하는데 유독 그만 황민화정책(皇民化政策)을 따르지 않는 이유를 대라고 다그쳤다. 그러자 그는 솔직히 이렇게 대답하였다.
“다른 사람들은 다들 한다고 하지만 그것은 억지로 하는 것에 불과한 것이오. 조선 사람이 일본인이 될 수 없는 것처럼 반대로 일본인이 조선인이 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요. 그러니 억지로 마지못해서 따르는 것뿐인데, 그렇게 하는 것은 차라리 하지 않는 것만도 못한 것 아니오. 가령 묵념하면서 속으로 천황폐하를 욕하는지 칭찬하는지 누가 알겠소? 사람의 마음속을 측정하는 기계가 있다면 모르지만, 그러니 차라리 하지 않으면 천황폐하도 욕을 먹지 않고 내가 믿고 있는 하느님도 욕되게 하지 않는 것이니 서로가 좋은 것 아니요?”
그러자 그 형사도
“네 말이 옳다.”
라고 하면서 그런 따위로 하는 국민의례라면 당연히 그만두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 형사는 자기 입장이 곤란하게 되니까 다른 교우들에겐 그런 말을 하지 말고 황민화정책을 따르기 싫으면 따르지 않아도 좋다고 하였다. 그 후 해방될 때까지 다시는 그 평신도가 적을 둔 본당에 황민화정책을 강요하지 않았다.
중국엔 짝퉁이 많다. 중국산 식품에 대한 불신이 팽배해지고 있는 가운데 중국 베이징시의 한 노점에서 골판지로 속을 채운 만두가 적발돼 큰 파문이 일었다. 보도에 따르면 판매업자들은 수산화나트륨을 이용, 골판지의 색깔을 바꾼 뒤 다진 고기와 혼합해 약 10분간 삶았다고 한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서 만들어진 만두는 정상적인 만두와 거의 구별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이 보도조차도 가짜였다니, 모든 음식이 사람에게 유익한 것은 아니듯 종교도 마찬가지다.
“아무 종교나 진실이 믿으면 되잖아.”
이 말처럼 위험한 발상은 없다. 이러한 생각은 마치
“아무런 음식이나 먹고 배만 부르면 되잖아.”
라는 말과 같다. 인간을 당신 모상(模相)대로 빗어내시어 생명을 불어넣어 주신 종교는 하느님께서 직접 세우신 가톨릭교회뿐이다.
사막을 여행하는 사람들에게 가끔 나타나는 신기루 현상은 열 또는 찬 기운 때문에 대기 밀도의 급변으로 빛이 이상하게 꺾이어, 공중이나 땅 위에 무엇이 있는 것처럼 보이는 일종의 대기 현상 중 하나이다. 그러나 이 신기루는 그 형체를 간직하고 있는 사물의 반대편에 나타남으로 신기루를 좇아가다간 점차 그 실체와는 멀어지게 된다. 그래서 옛날 사막을 여행하던 대상들에게 있어 신기루의 존재는 그리 달갑지 않은 존재였다. 하지만 당장 필요에 급급한 사람들은 그것이 진짜인지 가짜인지를 판별할 겨를이 없이 단지 눈앞에 보이는 신기루만을 좇다가 점차 진짜 오아시스와는 거리가 멀어져 결국 물도 없는 사막에서 말라 죽게 되는 것이다. 위장된 진실이 난무하는 세상에서 신기루만을 좇는 사람들은 결국은 사막의 신기루를 따른 사람과 같이 비참한 최후를 맞는 것이다. 그렇다. 세상에 있는 것은 결국 신기루를 좇는 것이다. 우리도 옛날에는 그러한 세상의 허상을 따라 살았으나 이제는 그리스도 안에서 진실을 발견한 이들이기에 더는 세상의 허상을 따라 살아서는 안 될 것이다.
한 독실한 천주교인(天主敎人)이 설렁탕집을 인수하여 경영하게 되었다. 그는 설렁탕집을 열면서 기도하였다.
“하느님! 이 집을 찾는 손님들을 예수님 대접하는 것처럼 모시겠습니다”
그런데 주방장이 이전에 하던 대로 커피에 넣는 크림으로 종일 팔 만큼의 설렁탕 국물을 미리 만들어 놓았다. 뼈다귀를 오래 우린 진국같이 보이도록 만든 것이다. 그는 그날 음식점 문을 닫고 문에 글을 써 붙였다.
“오늘 하루 쉽니다”
그리고 기도하였다.
“하느님! 우리 집에 오시는 손님을 예수님처럼 모시기로 하였는데 어떻게 예수님을 크림 국물을 설렁탕 국물로 속여서 대접하겠습니까? 도저히 그럴 수 없습니다”
그리고 그 설렁탕 국물을 모두 쏟아버렸다. 그 후 그는 양심적이고 신앙적으로 음식점을 경영하였다. 이 소문이 주위에 퍼졌다. 이 음식점은 지금도 대단히 번창하고 있다는 점에 유념해야 할 것이다. 하느님은 정직하고 진실한 사람을 축복하심을 증명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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