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한마디
김철이 비안네
성탄절을 맞아 본당 주일학교에서 교우들을 대상으로 성극 발표회를 갖기로 했는데 요한이는 기분이 좋지 않았다. 다른 친구들은 죄다 좋은 배역을 맡은 것 같은데 자기만 말도 한마디 없는 캄캄한 밤하늘 별의 역할을 맡았기 때문이었다. 요한은 연습할 때도 기운이 없었지만 정작 발표회 하는 날에는 성당에도 가지 않았고 성극은 엉망이 되었다.
성극이 막을 내린 어느 날 주일학교 선생님께서 요한을 불렀다.
"요한아!, 예수님께서 태어나시던 날, 별 하나가 동방박사 세 사람을 예수님께로 안내했었지. 만일 그 별이 없었다면 동방박사들은 예수님을 만나지 못했을 거야. 하지만 그 별은 자신의 이름 하나 남기지 않고 사라져 버렸지."
고개를 푹 숙인 요한에게 선생님은 한마디를 덧붙였다.
"하지만 그 별의 이야기는 성경 속에서 영원히 살아 있단다."
어느 고을에 두 아들을 둔 아버지가 연만하여 살날이 오래지 않음을 알고 재산을 상속하기에 이르렀다. 똑같이 분배받을 두 아들에게서 각각 다른 현상이 나타났는데 첫째 아들은 눈물로 앓는 소리 슬픈 소리를 내었고 둘째 아들은 웃음으로 기쁜 소리 감사의 소리를 연발하였다.
이상히 여긴 아버지가 두 아들을 불러서 이유를 물은즉 맏아들의 말은 아버지가 주신 재산을 자기가 활용하다가 실패하게 되면 거지가 될 것이니 어찌 슬픈 일이 아니겠느냐는 말을 하였고 둘째의 말은 전에는 좋은 계획이 있었어도 자본이 없어서 어찌할 도리가 없었는데 이제 아버지께서 제 몫을 주셨으니 장사하여 이를 남기고 또 남기면 부자가 될 것 같다며 어찌 기뻐하지 않겠느냐는 대답이었다. 똑같은 여건에서 한 사람은 망할 것을 먼저 생각했고 다른 한 사람은 흥할 것을 생각했으니 우리 입에서 나오는 한마디 한마디를 주님께서 듣고 계시기에 생각하고 말하는 대로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6.25 한국전쟁 때 미군이 한 사람의 머리에 총을 겨눈 채 놓고 옆 사람에게 영어로 물었다.
"이 사람이 공산당 빨갱이가 맞냐?"
라고 이 말을 들은 옆 사람이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도 못하면서 오케이라고 답했다. 그 터무니없는 대답이 끝나기도 전 미군이 방아쇠에 걸친 검지를 당겼다. 사실은 같은 마을 이웃사촌으로 아무런 죄가 없는 사람인데 영어도 모르는 사람의 오케이 한 마디가 사람을 죽인 것이다.
개구리가 뱀에게 발각돼 잡아먹히는 것은 시끄러운 울음소리 때문이다. 꿩의 울음소리는 사냥꾼의 표적이 되고 물고기는 입으로 낚인다. 잘못 쏟아진 말은 항상 재앙을 부른다. 목소리가 큰 사람은 허풍과 과장이 많고 애매모호하게 말하는 사람은 거짓이 많다. 수다를 떠는 사람은 진실성이 약하고. 과격하게 말하는 사람은 억지가 많다.
작은 시골 천주교 주일 미사에서 대사제를 돕던 복사 한 소년이 순간적 실수로 제단의 성찬으로 사용할 포도주 성작을 떨어뜨렸다. 신부는 즉시 소년의 뺨을 치며 소리를 질렀다.
"썩 물러가지 못해! 다신 제단 앞엔 얼씬도 하지 마!."
모름지기 축복의 장이 되어야 할 성전에서 폭언과 폭력을 얻어먹은 이 소년은 장성하여 공산주의의 대 지도자인 유고슬라비아의 티토 대통령이 되었다.
어느 대 도시의 천주교 주일 미사 때 사제를 돕던 복사 한 소년이 실수로 역시 성찬용 포도주 성작을 떨어뜨렸다. 신부는 곧 이해와 동정이 어린 사랑의 눈으로 소년을 바라보며 조용히 속삭여 주었다.
"괜찮아 실수할 수도 있지 흠!, 네가 앞으로 훌륭한 신부가 되겠는걸."
성전에서 격려와 칭찬을 얻어먹은 이 소년은 자라나서 유명한 대주교 훌톤 쉰이 된 것이다.
티토 소년은 그 말대로 제단 앞에서 물러가 하느님을 비웃는 공산주의의 지도자가 되었고, 쉰 소년은 그 말대로 하느님의 귀하고 충실한 일꾼이 된 것이다. 평상시 우리 입에서는 어떤 말들이 흘러나오고 있을까? 그 단어들은 축복과 믿음의 긍정적인 말들일까! 아니면 의심과 저주의 부정적인 말들일까? 되돌려 묵상해 보자. 한마디 격려는 기적을 낳고 한마디 비난은 적개심과 불행을 낳는다는 진리와 더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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