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을 주는 삶
김철이 비안네
시골의 한 아내가 시장에 가려고 집을 나섰는데, 어린 아들이 따라가겠다고 칭얼거리며 보챘다.
"얘야! 따라오지 말고, 집에 있으면. 엄마가 시장에 다녀와 돼지를 잡아 삶아주마"
엄마는 아들을 달래놓곤 시장으로 향했다. 얼마 후 시장에서 돌아와 보니 남편이 돼지를 잡으려 하는 게 아닌가, 아내가 깜짝 놀라 남편에게 물었다.
"왜 밥 잘 먹고 똥 잘 싸는 돼지를 잡으려고 해요?"
아내의 물음에 남편이 대답했다.
"당신이 아이와 약속하지 않았어?"
아내는 가슴을 치며 빽 하고 소리쳤다.
"어휴, 당신도! 단지 저는 아이를 달래기 위해서 했던 말일 뿐인데, 정말 돼지를 잡으려 들면 어떡해요?"
이내 남편이 정색하며 말했다.
"어린아이에게 실없는 말을 해서는 안 되지. 아이들은 무엇이든 부모의 흉내를 내고 배우기 마련인데, 당신은 어머니로서 아들을 속이려 하다니. 아들이 어머니를 믿지 못하게 된다면 앞으로 아이를 어떻게 가르칠 수 있단 말이지?."
남편은 아내를 대신해 어린 아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돼지를 잡았고, 아들은 고기를 실컷 먹을 수 있었다. 약속이 온전히 지켜질 때 신뢰도 쌓이는 법, 아무리 작고 보잘것없는 약속이라도 무시하면 신뢰감을 줄 수 없다. 약속은 크든 작든 최선을 다해 지키는 삶을 살자.
보육원에서 자란 남매가 장성해 아버지를 만나지만 화상으로 일그러진 모습에 질색하고 두 번 다시는 찾지 않았다. 몇 년 뒤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남매는 마지못해 장례식에 참석했다. 남매는 장례식장에서 화장만은 하지 말아 달라는 아버지의 유언을 전해 들었지만 듣지 않았다. 남매는 화장을 끝낸 다음 아버지의 유품을 정리하고 쓸모없는 물건들을 태우려다 우연히 한 권의 일기장을 발견했다. 그 일기장에는 아버지가 집 화재 때 남매를 구출한 내용이 담겨 있었다.
남매가 어렸던 시절 살던 집에 큰불이 났고 아버지는 소방대원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불 속으로 뛰어들어 어린 남매를 구하고 아내를 여의고 말았던 것이었다. 남매에게 남기는 당부의 글도 있었다.
"보고 싶은 내 아이들아, 미안하구나. 한 가지 부탁이 있다. 내가 죽거든 절대 화장은 하지 말아다오. 난 불이 싫단다. 불에 타는 무서운 꿈에 시달리며 삼십 년을 넘게 살았구나."
남매는 뒤늦은 후회를 하며 통곡했지만, 아버지는 이미 한 줌의 재가 된 뒤였다.
제2차 세계대전 중 독일 런던 대공습 기간에 있었던 일이다. 한 아버지가 어린 딸의 손을 잡고 폭탄 맞은 건물에서 달려 나왔다. 마당 앞에는 며칠 전 투하된 포탄 때문에 커다란 구덩이가 생겨 있었다. 가능한 한 속히 은신처를 구해야 한다는 생각에 아버지는 그 구덩이 속으로 뛰어 들어가서 손을 들고 딸에게 따라 들어오라는 신호를 보냈다.
주위의 폭발에 겁을 먹은 데다 어두운 구덩이로 들어간 아버지가 보이지 않자, 소녀는
"아빠! 아빠가 안 보여!"
라고 부르짖었다. 하늘은 백색 예광탄 불빛으로 환했고 불타는 건물 때문에 사방이 온통 붉게 물들어 있었다. 고개를 든 아버지는 구덩이 바로 앞에 선 딸의 윤곽을 향해 이렇게 소리쳤다.
"하지만, 아빠는 네가 보여. 그러니까 뛰어!"
소녀는 펄쩍 뛰었다. 아버지의 모습이 보여서가 아니었다. 아버지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과 자신을 위해 최선의 결정을 내린 것이라는 사실을 믿었기 때문이다.
깜깜하고 절망스러운 상황에서 주님 말씀을 받아들인 아브라함과 요셉을 통해 하느님께서는 놀라운 일을 하셨다. 아브라함은 약속대로 무수한 후손들에게 조상이 되었다. 그리고 요셉은 주님의 천사가 전한 말을 받아들였기 때문에 하느님께서 펼치시는 구원 사업에서 중요한 인물로서 복음에 등장하게 된다.
우리 자신들도 신앙생활을 해 나아가면서 주님 말씀을 받아들이기 힘들 때가 많다. ‘판단하지 말라,’ ‘너를 박해하는 이를 위해 기도하여라.’라는 말씀들은 너무 지나친 요구로 들리지만, 아무 즐거움도 없고 깜깜한 상황 속에서 말씀을 받아들이고 주님께서 걸으신 길을 묵상하고 따른다면, 주님께선 분명 우리가 행하는 작은 노력을 통해 큰일을 보여주시리라 믿는다. 요셉 성인의 순명 덕분에 구세주이신 어린 예수 그리스도님을 지킬 수 있었듯이 우리의 삶도 주님께서 믿어주실 수 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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