松竹묵상글

변화된 신앙 | 2025년 1월 묵상글

松竹/김철이 2025. 1. 7. 09:10

변화된 신앙

 

                                                      김철이 비안네


로마 시대 때 고양이 한 마리가 외모가 출중한 한 청년을 상대로 사랑에 빠졌다. 고양이는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에게 자신을 미모가 뛰어난 여자로 만들어 달라고 간청했다. 고양이의 딱한 사정을 가엾이 여긴 여신은 고양이를 아름다운 처녀로 만들어 주었고, 청년은 첫눈에 그녀에게 마음이 사로잡혔다.

청년과 고양이로 변신한 처녀는 결혼하기에 이르렀다. 아프로디테 신은 고양이가 내면은 변화 없이 외모만 사람의 탈을 쓴 것인지를 시험해 보려고 이들의 첫날밤에 신방에 쥐 한 마리를 넣어 보았다. 쥐가 방안 이곳저곳을 살살거리며 돌아다니자, 처녀가 된 고양이는 자신이 누구인지 어디에 있는지를 까맣게 잊은 채 침대에서 뛰어내려 쥐를 잡기 위해 쥐의 뒤를 쫓았다. 이 광경을 지켜본 여신은 화가 나서 처녀를 본래의 모습인 고양이로 되돌려 버렸다.

숲속에 사는 여우 한 마리가 길을 걸을 때마다 돌부리에 차여 발이 성한 날이 없었다. 그래서 어느 날 여우는 토끼를 잡아 그 가죽을 도로에 깔아야겠다고 생각하고 토끼 한 마리를 잡아 자기 생각을 전했다. 사정을 들은 토끼는 펄쩍 뛰면서 말했다.

“여우님!, 저희 토끼들을 잡아서 언제 도로를 다 포장하려고 하십니까. 그냥 제 꼬리를 잘라 가죽신을 만들어 신고 다니면 될 텐데요.”

갑과 을이라는 두 사람의 굴뚝 소제부가 높다란 굴뚝 위에서의 작업을 마치고 지상에 내려와 있었다. 갑의 얼굴엔 온통 재가 묻어 있고 을은 대체로 깨끗했다. 이 두 사람 중에 한 사람이 급히 세수하러 갔다. 과연 그가 누구일까? 그야 당연히 재가 많이 묻은 갑이라 여기겠지만, 얼굴이 재로 더럽혀진 갑이 아니고 을이었다.

자기 얼굴이 재로 더럽혀졌을 거라고 지레짐작했던 사람은 갑을 쳐다본 을이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상대를 통하여 자기 자신의, 모습을 본 것이다. 갑이 을 거울의 효용가치 역할을 해준 것이다.

한 여학교 기숙사에 강도가 들어왔다. 

“꼼짝 마라!. 너희들이 가지고 있는 중요한 물건들을 다 내놔라.” 

위협한 강도는 그 방에 값나갈 것을 죄다 챙겨 넣고 나가려는데 한 여학생이 

“아저씨. 중요한 것은 다 가져간다면서 가장 중요한 저 책은 왜 가져가지 않나요?”

라고 하며 한 낡은 책을 가리켰다. 도둑은 그 책도 집어넣었다. 도둑은 훔친 물건들을 파는데 그 책만은 아무도 사려 하지 않았다. 

“도대체 아무도 사지도 않는 이 책이 무슨 책이기에 그 여학생이 가장 귀한 책이라고 했을까.” 

도둑은 궁시렁대며 그 책을 읽어 보았으나 도무지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되질 않았다.

그러나 그 여학생이 한 말이 계속 귓전에서 사라지지 않아서 읽고 또 읽는 동안 그만 변화되고 말았다. 도둑은 자신의 잘못을 회개하고 그 여학생을 찾아가 책을 돌려준 후 자수하여 새 삶을 찾았다고 하는데 그 여학교에서 강탈했던 책은 성경이었고 그 여학생이 가장 소중하게 여겼다는 것이다. 그 후 도둑과 여학생은 백년가약을 맺었는데 강도를 당했을 때 떨고만 있었던 것이 아니라 성경을 가장 값지고 소중한 물건이라며 건네주곤 강도를 위하여 계속 기도했다는 것이다.

한 전쟁고아가 어느 날 부잣집 양자가 되었다. 더 이상 허기진 배를 움켜쥐고 어디서 오늘 밤을 지새울지 고민하지 않아도 되었다. 멋진 옷과 맛있는 음식이 지천으로 널려 있고 꿈에도 보지 못한 고급 장난감이 가득했다. 꿈과 같은 나날이 지나갔다.

그런데 날이 갈수록 뭔가 불편함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냄새나고 지저분한 거리가 아무 곳에서나 먹고 자던 옛날이 그리워진 것이다. 그래서 깨끗하고 화려한 침대를 빠져나와 허름한 창고에 누워 잠을 청했다. 지저분한 환경과 악취가 오히려 익숙했다. 이렇듯 우리의 신앙도 외면의 변화보다 내면의 변화를 추구해 나아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