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의 이삭 | 다 계획이 있으시군요?

다 계획이 있으시군요? 어린 시절, 다른 집과 경제적인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 던 우리 가정 형편 안에서 엄마는 먹성 좋은 저희를 먹이 고 가르치시느라 애를 쓰셨던 것 같습니다. 허리띠를 졸 라 매면 공부를 곧잘 하는 둘째인 저를 조금이라도 더 가 르칠 수 있겠다는 엄마의 생각을 저는 잘 읽을 수 있었습 니다. 그렇게 저는 부모님의 지원을 전폭적으로 받으며 학창 시절을 보냈고 대학도 원하는 곳으로 입학했습니다. 성인이 된 지금 돌이켜보니 ‘이 모든 것은 주님의 큰 그림 이다!’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유를 말씀드리기 전에 다시 한 번 어린 시절로 가보려고 합니다. 둘째인 저는 발달이 늦된 오빠를 대신해 첫째여야 하는 날들이 많았습니다. 오빠 손 을 붙잡고 엄마가 한 글자 한 글자 써가며 한참 한글을 가르 ..

세대간 소통 2024.04.23

말씀의 이삭 | MBTI가 뭐예요?

MBTI가 뭐예요? 지난 한 해, 많은 사람들이 MBTI에 열광했습니다. MBTI란, 간단히 말해 사람을 16개의 유형의 성격으로 구 분하는 성격유형 검사입니다. 저도 처음 들었을 때는 ‘흥! 나를 16가지 중 하나로 규정짓는다고? 안 해! 내가 나지 뭐!’ 하며 검사를 미루었습니다. 그런데 이 유행 같은 바 람은 쉽게 잦아들지 않았습니다. 결국엔 저 역시 동참하 여 서로의 MBTI를 공유하던 친구들의 단톡방에 제 성 격유형을 올렸습니다. 반응은 다양했습니다.“어! 윤지는 INFP구나! 역시 그럴 줄 알았어. 아니 근데 J가 아니라 P 야?” “다시 해봐. 너 솔직하게 했어?” 등등 말이죠. 친구 들은 신이 났습니다. 서로 비교도 해보고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에 올라와 있는 성격 궁합까지 들먹이며..

세대간 소통 2024.04.16

말씀의 이삭 | 너에게 주는 선물

너에게 주는 선물 첫 글이니 인사를 먼저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안녕하세 요? 배우라는 직업을 가지고 두 딸을 키우며 살아가는 이윤 지 마리아라고 합니다. 몇 달 전, 4주에 걸쳐 저의 이야기를 주보에 실어보자는 제안을 들었을 때 보통 부담이 되는 게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주님께서 주시는 올해의 새로운 미 션으로 여기고 해봐야겠다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저는 유아세례를 받고 가족들과 주일마다 성당을 다닌 전 형적인 모태 신앙 신자입니다. 성당에 대한 저의 기억은, 미 사 시간에 유아방에서 뒹굴었던 단편적 기억을 제외하곤 첫 영성체 교리를 받던 초등학교 3학년 시절부터 시작합니다. 집안끼리 지금도 가깝게 지내는 초등학교 동창 친구 한 명 과 저 그리고 제 오빠와 함께 첫영성체를 하였고, 예식이 있 던 날 ..

세대간 소통 2024.04.09

말씀의 이삭 | 하느님의 은총으로 지금의 내가 되었습니다

하느님의 은총으로 지금의 내가 되었습니다 어느 날, 토요일 저녁부터 주일 새벽까지 청년들과 함께하 는 밤샘 음악 피정을 맡아 달라는 의뢰가 들어왔습니다. 피 정의 주제를 찾기 위해 성경을 보던 중 바오로 사도의 말씀 이 ‘아!’ 할 정도로 마음에 와 닿아 머물렀던 기억이 납니다. 저에게 허락된 삶 그리고 지금껏 저 막시모를 이끌어 주신 모든 것에 대하여 제가 올려 드릴 수 있는 최고의 고 백은 바로 코린토 1서 15장 10절에 나오는 “하느님의 은 총으로 지금의 내가 되었습니다.”라는 말씀이었습니다. 이 말씀을 만나 제 고백으로 삼을 수 있게 되면서 제 마음 속에 많은 기쁨의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피정 후 후배들과 식사를 하며 각자의 신앙에 대해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눌 때였습니다. 한 후배가 저에..

세대간 소통 2024.04.02

아직 깨닫지 못한 이의 달리기 | 최광희 마태오 신부님(문화홍보국장)

아직 깨닫지 못한 이의 달리기 최광희 마태오 신부님(문화홍보국장) 이 글을 읽고 계실 우리 교우분들 중에는, 서로 ‘부활 을 축하한다.’며 나누고 있을 인사가 이질적으로 느껴지 는 분들이 계실지도 모르겠습니다. 평소와 그다지 다르지 않은 평범한 감정들을 스스로 지켜보며, ‘사순 시기를 제 대로 보내야 부활을 기쁘게 맞이한다고들 하던데, 그러지 못한 내 탓인가.’ 하며 씁쓸해하실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부활은 신앙의 완성을 선포하는 순간이 아닙니다. 그 대 신, 달려갈 목표를 분명히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는 희망 을 선사합니다. 우리는 오늘 복음에서 제자들의 모습을 통해 그것을 다시금 되새깁니다. 오늘 복음에서 베드로와 요한은 무덤이 비었다는 소식 을 들었습니다. 그러나 빈 무덤을 보고 믿게 되었다는 말 ..

사제의 공간 2024.03.30

말씀의 이삭 | 저도 사랑이 되겠습니다

저도 사랑이 되겠습니다 ‘참 하느님이신 예수님께서 왜 인간이 되어 십자가를 지고 가셨을까.’ 그런 고민이 들 때마다 저는 ‘우리의 죄 때문’이라고 생각을 정리하곤 했습니다. 그러나 이번 사 순 시기에는, 우리를 향한 하느님의 사랑 때문이며 그 사 랑이 제 죄보다 우선한다는 묵상을 해 보았습니다. 스스로 질문해 봅니다. ‘나는 하느님을 사랑하고 있을 까? 그렇다면 나 자신은? 왜 이토록 나 자신을 있는 그대 로 사랑하기 힘들까? 이미 내 안에 사랑의 하느님께서 계 시는데….’ 그렇게 생각하니 이런 성경 구절이 떠오릅니 다. “하느님은 사랑이십니다. 사랑 안에 머무르는 사람은 하느님 안에 머무르고 하느님께서도 그 사람 안에 머무르 십니다.”(1요한 4,16) 저도 하느님께 사랑을 받았고 그분의 숨으로 태어난..

세대간 소통 2024.03.26

말씀의 이삭 | 얘야, 두려워하지 마라

얘야, 두려워하지 마라 누군가에게 힘과 기쁨이 되는 길을 걸어갈 수 있다는 것 은 너무나 행복한 일입니다. 저는 찬양을 통해 주님의 사랑 을 나눌 수 있기에 행복합니다. 하지만 성가 가수로서 그 길 을 걸어가기란 결코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좌절할 때도 많 았고, 상처를 받아 누군가에게 기대어 울고 싶을 때도 많 았습니다. 그 무렵, 청년들을 위해 특별히 기획했다는 어 느 피정에 참석해 보라는 초대를 받았지만 저는 마음에 여 유가 없어 몇 차례 계속 미루기만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바로 지금’이라는 생각이 들어 2014년쯤 해당 피 정에 참가하게 되었는데 그때의 체험을 나눠볼까 합니다. 성체조배 때였습니다. 기도를 드리던 중 마음속 깊이 숨겨두었던 걱정, 두려움들이 떠오르기 시작했습니다. ‘내..

세대간 소통 2024.03.19

말씀의 이삭 | 주님 사랑이 우리를 부르십니다

주님 사랑이 우리를 부르십니다 ‘늘 사랑으로 초대해 주시는 주님의 부르심은 언제 시 작됐을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그것은 아마 세례성사 를 통하여 그분의 자녀로 새로 태어났을 때가 아닐까 싶 습니다. 주님의 부르심으로 성당에서 거의 살다시피 하고 교회 의 울타리 안에서 생활했던 저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변 하고 말았던 것 같습니다. 그리하여 하고 싶은 일들과 지 향하는 목표가 생기자 그 울타리의 따뜻했던 기억을 한쪽 으로 밀쳐놓고 저 자신을 정당화화면서 제가 원하는 일과 만 쫓아가기에 급급했던 적이 더러 있었습니다. 그렇게 당장 눈앞에 놓여있는 길에만 흥미와 재미를 느껴, 활동하면서 공허함에 흔들리고 걸려 넘어져 갈 길 을 잃고 주저앉을 때가 있었습니다. 심지어 다시 돌아가 려는 용기가 없어 쉽게..

세대간 소통 2024.03.12

말씀의 이삭 | 저는 찬양 사도입니다

저는 찬양 사도입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2010년은 제게 참 특별하고 소중한 것들을 많이 허락해 주신 해였던 것 같습니다. 늦은 나이 에 전역해서 ‘어떻게 다시 활동을 시작할 수 있을까? 무엇 을 해야 하지?’라는 의문으로 가득 차 두렵기만 하던 때, 육군 훈련소에 근무하시던 신부님께서 저를 매주 있던 세 례식과 주일 미사의 찬양 봉사자로 불러 주셨습니다. 지 금 생각해 보면, 그때가 찬양 사도로서 저를 있게 한 출 발점이었던 것 같습니다. ‘남자들만 있는 곳에 내가 가면 좋아할까?’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제게 맡겨진 일에 최선 을 다하며 열심히 찬양했습니다. 1000여 명이 넘는 훈련 병들 앞에서 남자인 제가 혼자 성가 연습을 시키고 묵상 곡을 나눈다는 것. 지금 생각해 봐도 떨리는 시작이었습 니다. ..

세대간 소통 2024.03.05

청소년특집 | 멋지게 자라는 중

멋지게 자라는 중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어떤 생각이 자꾸만 떠올라 불안함을 느껴본 경험이 있으실 겁니다. 대다수의 사 람은 잠깐 불안해하다가도 곧 그 생각이 사라져 다시 불안하지 않은 일상으로 돌아갑니다. 그러나 어떤 사 람들은 불안을 유발하는 생각이나 이미지, 충동이 머 릿속을 떠나지 않아 괴로워합니다. 본인의 의지와 상 관없이 특정 생각이 반복적으로 떠오르는 ‘강박적 사 고’와 불안을 없애기 위해 특정 행동을 반복하는 ‘강 박 행동’을 특징으로 하는 정신 질환을 강박증이라고 합니다. 강박증은 평생 유병률이 약 2~3% 정도 되는 흔한 병으로, 소아와 청소년에게도 드물지 않게 나타 납니다.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대부분 정상적으로 활 동할 수 있게 되지만, 치료 과정이 결코 녹록한 것은 아닙니다. 잘 모..

세대간 소통 2024.02.27

변모, 말이 없는 말, 자랑이 없는 참빛 | 이근상 시몬 신부님(예수회)

변모, 말이 없는 말, 자랑이 없는 참빛 이근상 시몬 신부님(예수회) 주님의 변모, ‘새하얀 빛’이 우리를 사로잡습니다. 그러 나 그 빛은 당신의 거룩함을 드러내는 힘자랑도, 홀로 우 뚝 선 마법도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그 반대, 변모 사건의 위치는 언제나 당혹스런 수난 예고에 이어진 뒷자리였습 니다. 변모는 이를테면 밤을 낮으로 뒤바꾸는 강렬한 태 양이 아니라 ‘수난’이라는 밤길에 내민 손, 흔들리는 믿음 을 붙잡는 따뜻한 빛이었습니다. 십자가와 죽음, 메시아 와 양립할 수 없는 실패의 예고로 제자들이 길을 잃었을 때, 변모는 빛으로 함께하리라는 약속이었습니다. 저도 길을 잃어 빛이 필요한 날이 있었습니다. 아버지 의 죽음이었습니다. 그해 정초 아침, 안부차 드린 전화 너 머 아버지의 목소리가 이상하게..

사제의 공간 2024.02.25

청소년특집 | 모든 청소년들은 자신들의 삶을 실현하고 싶어합니다

모든 청소년들은 자신들의 삶을 실현하고 싶어합니다 재훈(가명)이는 근처의 00센터에서 의뢰받았습니다. 맨 처음 그를 담당했던 상담 선생님은 무엇 때문인지 ‘무섭다’며 상담을 포기하셨답니다. 처음 만났을 때 헤 어밴드로 올백하고 마스크를 쓰고 있던 재훈이는 눈 빛이 강렬하며 카리스마가 있고 아주 잘생긴 친구였 습니다. 전에 만나신 선생님은 무엇이 무서우셨을까 생각하면서 저도 조금은 조심스레 만났는데요, “사람 들을 죽이거나 가해한 이들의 마음이 이해된다. 오히 려 피해자들보다 가해자들의 마음이 내 마음과 더 비 슷한 것 같다.”라고 하거나 묻는 말에 간혹 눈을 감고 한참을 생각하다가 말하는 경향이 있었는데 젊은 여 자 선생님의 경우, 이런 친구를 만나면 섬뜩하고 무서 울 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하지만 이..

세대간 소통 2024.02.13

말씀의 이삭 | 작은 변화

작은 변화 저는 가끔 노래의 멜로디는 기억하는데 가사가 통 기 억이 나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면 그냥 제멋대로 가사를 바꾸어 노래 부르곤 합니다. “안녕 귀여운 내 친구 야 멀리 뱃고동이 울리면 네가 안아 주렴. 아무도 모르게 혼자서 멀리 멀리 왔다고.” 가수 김창완님의 노래 가사입 니다. 얼핏 보면 맞는 것 같지만 원래의 가사와는 많이 다 릅니다. “아무도 모르게 모두가 잠든 밤에 혼자서, 울면서 멀리 멀리 갔다고.”로 표현된 원래의 가사는 슬픈 이별과 떠나 감을 이야기하지만, 몇 개의 바뀐 단어 때문에 따듯한 포 옹으로, 멀리서 온 친구를 맞이하는 전혀 다른 이야기로 변합니다. 제가 오늘 여러분들과 함께할 이야기는 이렇게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작은 변화에 관한 것입니다. 저는 글씨를 종이에..

세대간 소통 2024.02.06

주저앉아 있지 말고 허리를 동여매고 일어납시다! | 신희준루도비코 신부님(양천성당 주임신부 겸 제18양천지구장)

주저앉아 있지 말고 허리를 동여매고 일어납시다! 신희준루도비코 신부님(양천성당 주임신부 겸 제18양천지구장) “너는 다 계획이 있구나.”라는 영화 의 명대사 혹 시 기억하시나요? 이 대사를 떠올릴 때마다 참 모든 게 계획 대로 순조롭게 되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아쉬운 생각이 듭니 다. 우리 삶에는 언제나 생각지 못한 일들이 일어나기 마련 이니까요. 누가 알았겠습니까? 지난 몇 년간 코로나 때문에 미사가 중단되고 성당 문이 닫힐 줄을 말이죠? 좋아하는 부 모 형제와 자녀들을 몇 년이나 만나지 못하고, 사랑하는 이들 의 임종을 지키지 못하게 될 줄을요. 또 사랑하는 이들이 투 병 중에 있는데도 찾아가지 못하게 될 줄 누가 미리 알았겠 습니까? 그리고 혼자 있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오는 외로움 과 무력감에서 벗..

사제의 공간 2024.0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