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교구 160

청소년 특집 | 하느님을 찾는 목마른 젊은이들

하느님을 찾는 목마른 젊은이들  교구 대학생사목부에서 사목하던 때, 한창 ‘여혐(여 성혐오)’, ‘남혐(남성혐오)’이라는 말이 유행하며 젠더 갈등 이 크게 터졌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까지도 20대 사이 에선 민감한 문제인데, 교회도 사회도 관심을 기울이 지 않는다면서 절규하던 학생들도 있었습니다. 그러 다가 2016년 5월, 30대 ‘여혐자’가 20대 여성을 화장 실까지 따라가 살인을 저질렀던, 이른바 ‘강남 화장실 묻지마 살인사건’이 일어났습니다. 그 후, 교회의 여 성 사제 허용 문제를 비롯하여 여성 문제에 대해 묻는 가톨릭학생회 차원의 문의가 여러 차례 잇달았습니 다. 저는 이 정도로 20대들에게 중요한 이슈라면 공적 으로 시간을 마련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하여 2016년 10월, 자리를..

세대간 소통 2024.11.14

말씀의 이삭 | 수능을 축하하는 이유

수능을 축하하는 이유  저는 수학을 사랑합니다! 제 고백을 들은 사람들의 반 응은 하나같습니다. “우와, 수학이요? 수학 사랑하는 사 람 처음 봐요. 전 수포자(수학은 포기한 자)였거든요.” 대부분 의 대한민국 국민이 학창 시절에 수포자가 되는 이유는 하나입니다. 수학 문제를 풀 때, ‘과정’이 아니라 ‘답’이라 는 결과에 집중했기 때문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나 라 분위기가 그렇습니다. 과정보다는 결과가 중요하고 답 을 맞혔는지, 틀렸는지, 그래서 몇 개를 맞혔는지에만 관 심을 두니까요. 그렇게 생각했다면 저도 수학을 사랑하지 못했을 겁니다. 하지만 다행히 저는 결과보다는 수학 문 제를 푸는 과정을 즐기는 편이었습니다. 하나의 수학 문제를 푸는 방법은 아주 다양합니다. 문 제집 해설서에 나오는 방법..

세대간 소통 2024.11.12

예수님의 화 | 문종원 베드로 신부님(주교좌 기도 사제)

예수님의 화                                                        문종원 베드로 신부님(주교좌 기도 사제)  종종 우리는 자신의 욕구나, 자신이 믿는 정의, 가치를 관철시키기 위해서, 혹은 자신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해서 등등 그럴만한 다양한 이유로 화를 내지만, 자칫 잘못 화 내는 습관을 들이면 분노 조절 장애자가 될 수 있습니다. 말하자면, 제대로 화를 내기란 쉽지 않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율법 학자들을 조심하라 고 말씀하십니다. 마태오복음에서는 율법 학자들과 바리 사이들을 꾸짖으시며 강하게 화를 내십니다. 예수님께서 는 그들을 ‘눈먼 인도자’, ‘윗자리를 좋아하는 자’, ‘겉과 속 이 다른 자’ 등 위선자라고 꾸짖으시고, ‘회칠한 무덤’, ‘독..

사제의 공간 2024.11.09

청소년 특집 | 내가 나일 수 있는 곳

내가 나일 수 있는 곳  학창 시절을 돌아보면 친구들과 함께했던 시간이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이건 너만 알고 있어.”라며 비밀 이야기를 털어놓던 공간의 그윽한 공기도 생각 납니다. 학교 음악실이나 농구장 벤치, 학원 강의실 맨 뒷자리를 우리만의 아지트라 찜해두었습니다. 호 기심 많고 예민한 십 대에게는 서로의 기쁨과 아픔을 나눌 수 있는 공간이 절실했으니까요. 김혜진 작가의 청소년 소설 《프루스트 클럽》의 주 인공 윤오와 나원이, 효은이는 각자 나름의 상처를 지니고 있습니다. 고등학생인 윤오는 이전 학교에서 생긴 어떤 사건 이후 새 학교에 전학을 왔지만 역시 이곳에서도 쉽게 아이들 속으로 물들지 못합니다. 나 원이는 영혼이 자유로운 학교 밖 청소년입니다. 한없 이 명랑해 보이지만 친구들에게 말하지 않..

세대간 소통 2024.11.07

말씀의 이삭 | 168분의 1

168분의 1  저는 어머니 덕분에 유아 세례를 받고 고등학교 2학년 때까지 주일 미사를 거르는 건 ‘죽을죄’와 맞먹는 일이라 여기며 지냈습니다. 하지만 고등학교 3학년이 되니 명분 이 생겼습니다. ‘대한민국 현실상 고3이 성당에 다니는 건 불가능한 거 아시죠? 이해 못 하시겠으면 대학에 떨어트 리시고 이해하시겠으면 대학에 붙여주세요.’ 지금 생각하 면 참 뻔뻔했다 싶지만, 당시에 저는 그렇게 주님을 당당 하게(!) 떠났습니다. 자비하신 주님께서는 저를 대학에 붙 여주셨지만 저는 은혜도 모르고 대학생이 된 1995년부터 2009년까지 주님을 찾지 않았습니다. 2009년은 저에게 참 힘든 해였습니다. 누군가 이 고통 에서 나를 끄집어내 주길 바랐지만 동시에 그 누구도 만 나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럴수록 더..

세대간 소통 2024.11.05

하느님께 나아가는 두 날개 | 박규흠 베네딕토 신부님(제14 동작지구장)

하느님께 나아가는 두 날개                                                           박규흠 베네딕토 신부님(제14 동작지구장)  우리는 꼭 하나를 선택해야 하고, 꼭 1등이 누구인지 정해야만 하는 세상을 살고 있습니다. 심지어는 엄마와 아빠 중에서도 누가 더 좋은지 선택을 강요받으며 커온 우리이기도 합니다. 아마도 이것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공통된 일인가 봅니다. 예수님 시대의 한 율법 학자도 예수님께 “모든 계명 가 운데에서 첫째가는 계명은 무엇입니까?”(마르 12,28) 하고 묻습니다. 어찌 보면, 우리도 하고 싶었던 질문을, 고맙게 도, 이 율법 학자가 대신해 준 것이기도 합니다. 이 율법 학자는 분명히 한 개의 정답을 바라고 질문했을 것입니 다. 정말..

사제의 공간 2024.11.03

말씀의 이삭 | 평온함을 청하는 기도

평온함을 청하는 기도  “하느님! 어쩔 수 없는 것을 받아들이는 평온함을 주시 고, 어쩔 수 있는 것은 바꾸는 용기를 주소서. 그리고 이 두 가지를 구별하는 지혜도 주소서.” 저희 병원의 카프이용센터 입구에는 회복자가 보석 십 자수로 만든 라인홀드 니부어의 ‘평온함을 청하는 기도’ 액 자가 놓여있습니다. 중독 치료를 받고 계신 분들이 참 좋 아하는 기도문입니다. 그래서 상담을 종결할 때 이 기도문 을 캘리그라피로 적어넣은 엽서를 종종 선물로 드립니다. 상담을 통해서 들려주시는 그분들의 이야기는 하나같 이 마음을 무척 아프게 합니다. 중독에 이르게 된 사연은 너무도 다양한데 그것에서 벗어나기 힘든 아픔은 또 얼마 나 한결같은지 모릅니다. 많은 분이 깊은 죄책감 속에서 살 아갑니다. 술에 취해 잃어버린 소중..

세대간 소통 2024.10.29

저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 이근상 시몬 신부님(예수회)

저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이근상 시몬 신부님(예수회)  자비를 베풀어 달라고 하자니, 살면서 피하고픈 참 아쉬 운 말입니다. 우리는 애달픈 자비보다는 당당한 거래, 다른 이의 처분에 매달리는 비루한 삶 대신, 줄 것 주고 받을 것 받는 떳떳한 삶을 살고자 합니다. 남의 처분이 아니라, 내 요청이 힘을 얻는 삶을 사는 와중에 들이닥치는 가난은 곤 란합니다. 오늘 복음 속 바르티매오처럼 내놓을 게 없는 가 난은 끔찍하기까지 합니다. 그는 자비에 기대어 외칠 뿐입 니다. 천덕꾸러기. 사람들은 눈치를 줍니다. 세상이 이런 이들에게 기대하는 미덕이란 잠자코 사는 것. 소..

사제의 공간 2024.10.26

말씀의 이삭 | 매듭을 푸시는 어머니로부터

매듭을 푸시는 어머니로부터   어린 시절, 동네 성당 마당에서 놀던 기억이 전부였던 제게, 처음으로 미사에 참례한 날은 제 삶의 큰 전환점이 었습니다. 그날 신부님의 강론이 무엇이었는지는 기억나 지 않지만, 이유를 알 수 없는 눈물이 끊임없이 흘렀고 저 는 거의 울부짖음에 가까운 상태가 되었습니다. 주변 사 람들은 제가 축복받은 것이라고 했지만 그 눈물의 의미를 당시에는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그 눈물은 저를 새로운 삶으로 이끌었고, 그 덕분에 새로운 이름과 삶을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저는 오랜 시간 중독자의 삶을 살았고, 지금도 회복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이 회복의 여정은 저 자신을 돌보는 힘을 기르기 위한 과정이었고, 제 아이에게 더 나은 부모 가 되기 위해 필요한 시간이었습니다. 그러나 중..

세대간 소통 2024.10.22

음악과 춤 그리고 포옹 | 이한석 사도요한 신부님(가톨릭대학교 종교학과)

음악과 춤 그리고 포옹                                                                     이한석 사도요한 신부님(가톨릭대학교 종교학과)  저는 서울 외곽에 살기에 명동성당 가는 길이 기쁩니다. 삶을 누리는 화사한 이들 틈에서 걷다 보면 저도 덩달아 마 음이 부풉니다. 그런데 가끔 거리의 음악 소리를 뚫고 들려 오는 소리를 듣게 됩니다. 웃음을 머금고 걷는 이들 사이에 서 그들의 환희를 책망하듯, 심판과 지옥을 부르짖는 외침 입니다. 제가 아는 하느님은 그런 분이 아니신데 그들이 외 치는 익숙한 단어들이 낯설게 느껴집니다. 그분은 거리를 걷는 평범한 이들의 기쁨에 함께하시고, 이들의 실수에 아 파하시며, 화려함 뒤에 숨은 공허함도 안아주시는 분일 텐 ..

사제의 공간 2024.10.19

대림성탄-크리스마스 폴카

대림성탄-크리스마스 폴카(클릭):https://www.youtube.com/watch?v=6-OXfKitt2A    서울대교구 청소년국 초등부 대림성탄 레크 / 레크와 함께 기도해요!노래: 크리스마스폴카박수녕 베드로, 한가람 유스티나, 박찬 바오로, 원경아 소피아, 곽형준 마르코, 유지민 로사, 김균태 라자로, 손은지 데레사홈페이지 https://www.chota.or.kr/인스타그램   / chota.1980

동심과 성경 2024.10.18

말씀의 이삭 | 주님! 저를 도구로 써 주셔서 찬미와 감사를 올리나이다

주님! 저를 도구로 써 주셔서  찬미와 감사를 올리나이다  2016년, 저는 카프에서 전례 봉사자를 모집하는 포스 터를 보고 깊이 고민하지 않은 채 지원서를 작성했습니 다. 당시에는 미사 중 독서나 해설 정도만 하면 된다고 생 각해 중독 병원이라는 장소에 거부감이 없었습니다. 그러 나 사무총장 신부님과 면담하면서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신부님께서는 병동의 오랜 냉담자들에게 짧은 교리와 영 적 독서를 통해 나눔을 진행해 보면 어떻겠냐고 제안하 셨습니다. 저는 두려워 “아는 것이 없어서 감히 할 수 없 다.”고 말하고 싶었으나, 신부님께서는 “그들은 신앙 면 에서 유치원 아이들처럼 순수하니 걱정 말라.”고 격려하 셨습니다. 그 순간 주님께서 “내가 곁에 있으니 두려워 말 라.”고 위로해 주시는 것 같았습니다...

세대간 소통 2024.1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