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교구 94

고요한 밤 거룩한 밤(?) | 하성용 유스티노 신부님(사회사목국 부국장)

고요한 밤 거룩한 밤(?) 하성용 유스티노 신부님(사회사목국 부국장) 신앙이 없는 사람들에게 24일은 연휴의 한가운데입니 다. 신앙이 있는 사람들에게 오늘은 내일도 성당에 가야 하 는 날 중의 하나입니다. 본당에 있으면서 신자분들에게 이 런 질문을 종종 들었습니다. “신부님! 성탄 전야 미사 나왔 으면 성탄절 미사 안 나와도 됩니까?” 저는 그럴 때마다 한 결같이 대답해 드립니다. “어제 식사하셨으면 오늘 식사 안 하십니까?” 매일의 미사를 한 번만 빠져도 크게 괴로워하며 계속 고 해성사를 보는 신자분들이 있습니다. 반면에 미사 중에서 도 매우 중요한 미사 중 하나이고, 예수님의 구세사 시작인 성탄 미사를 앞두고 왜 이틀 연속 미사를 나와야 하는지를 반문하는 신자들을 보면서 속이 많이 상했습니다. 적어도..

사제의 공간 2023.12.24

말씀의 이삭 | 밥부터 먹고 보자

밥부터 먹고 보자 저는 은평구 응암역과 역촌역 사이에 위치한 ‘밥집알로’ 라는 식당에서 자립준비청년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자립준 비청년은 아동양육시설에서 퇴소한 청년들을 통칭하는 말 입니다. 이들이 저녁 한 끼를 든든히 먹으러 오는 밥집알로 는 말이 식당이지 가정집을 임대하여 청년들과 만나는 곳 입니다. 밥집알로에서 '알로'는 예수회 수도자로 살다가 어 린 나이에 하느님 곁으로 간 알로이시오 곤자가(1568~1591) 성인의 이름에서 왔습니다. 그가 청소년의 수호성인이라 의미 있었습니다. 게다가 응암역 근처에 이미 자립준비청 년들의 모임 공간 ‘까페알로’가 있었기에 이름이 서로 잘 어 울린다고 생각했습니다. 까페알로는 자립준비청년들의 사랑방 같은 기능을 염두 에 두고 생겼습니다. 하지만, 저희의 예상과는..

세대간 소통 2023.12.19

말씀의 이삭 | 신부님은 이웃사촌

신부님은 이웃사촌 저는 참 운이 좋습니다. 힘든 상황에서는 어김없이 도움 을 주는 이들이 나타났고, 실수와 잘못조차도 더 좋은 날을 위한 밑거름이 되었으니까요. 훗날 운이 좋았던 것이 아니 라 살아온 모든 시간에 주님이 함께하시며, 어리석고 악한 일까지 선으로 바꿔주셨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우연 이라 생각했던 모든 일이 저를 위한 하느님의 계획이었던 거죠. 신부님과 이웃사촌이 된 것도 그중 하나입니다. 이웃집 에 붙은 ‘천주교회’라는 현판을 보며 궁금증을 키워갈 때, ‘이냐시오 영신수련’이라고 적힌 대형 현수막이 새롭게 걸 렸습니다. 고민 끝에 전화를 걸었고 어머니와 함께 영신수 련을 시작했습니다. 학생은 어머니와 저, 둘뿐이었습니다. 신부님의 질문에 답을 할 수 없었으니, 어색하고 불편했습 니다...

세대간 소통 2023.11.14

말씀의 이삭 | 하느님의 사랑

하느님의 사랑 찬미 예수님! 행실로는 죄인이었으나 하느님의 은총으 로 주님의 자녀가 된 구경모 프란치스코 다미안 막시밀리 아노가 하느님의 사랑에 감사드리고 구원받은 자녀가 된 것에 기뻐하며 우리 주님 사랑의 기적을 전합니다. 저는 50이 넘도록 하느님의 사랑과 구원을 알았으나 믿지는 못하여 죄인이 되어 교도소 생활을 하였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생활도 하느님 구원 사업의 일환이었으며,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시고 저를 당신의 자녀로 삼기 위한 사랑이었음을 뒤늦게 깨닫고 믿게 되었습니다. 주님은 저 를 교도소로 보내시고도, 치매와 하반신 불수 그리고 언 어 장애가 있으신 저의 어머니와 생활 능력이 없으신 저 의 아버님도 저 모르게 기초생활수급자가 되는 사랑을 베 풀어 주셨습니다. 그리고 사회교정사목위원회를 통해..

세대간 소통 2023.10.24

말씀의 이삭 | 사랑하는 딸을 보내고

사랑하는 딸을 보내고 시누이가 다니는 본당의 수녀님께서 이끌어 주셔서 남 편과 딸, 가족 모두가 세례를 받았습니다. 가족 모두가 하 느님 말씀 안에서 살려고 노력하며 행복한 삶을 살아갔지 요. 그러나 누군가가 행복한 우리 가정을 시기라도 했던 것 같습니다. 사랑하던 딸이 죽었습니다. 그것도 6년 동안 사 귀던 남자 친구에게 살해되었습니다. 평온하고 행복했던 우리 가족의 일상은 그렇게 끝나버렸습니다. 말썽 한 번 피 우지 않았던 착하고 예쁜, 친구 같았던 무남독녀 외동딸이 그렇게 갔습니다. 이후의 삶은 온통 절망과 슬픔뿐이었습니다. 아니, 그 저 딸 곁으로 가고 싶다는 생각뿐이었습니다. 마음의 준비 와 작별 인사를 하고 떠나보냈어도 가슴이 미어질 듯 아팠 을 텐데, 한순간에 그렇게 가족 곁을 떠나갔기에 고..

세대간 소통 2023.10.17

뭐이 중헌디! | 허석훈 루카 신부님(한강성당 주임)

뭐이 중헌디! 허석훈 루카 신부님(한강성당 주임) 초대받은 것 자체가 영광일 때가 있습니다. 초대된 자리 가 너무 과분한 영광이고, 그 자리가 불편할지도 몰라 거절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내가 지극히 관심 있던 자리에 초대된 상황이라면, 거절은 쉽지 않습니다. 내가 정말 정말 좋아하는 가수의 공연이라 생각해 보십시오! 얼마나 큰 행 운이고 가슴 벅찬 초대입니까? 이런 우리의 심성을 고려해서 오늘 복음을 보면, 자기 아들의 혼인 잔치에 사람을 초대한 임금의 마음을 헤아려 볼 수 있습니다. 모든 준비를 마치고, 사람들을 초대했습니 다. 그런데 초대받은 사람들의 반응이 시큰둥합니다. 관심 이 없습니다. 좋아하지 않는 초대처럼 보입니다. 다시 재차 초대하자, 초대에 응하기는커녕, 짜증스럽게 반응하며 초 대하..

사제의 공간 2023.10.16

말씀의 이삭 | 이끄심에 대한 응답

이끄심에 대한 응답 찬미 예수님! 백번을 생각해 봐도 제가 지금껏 살아오면 서 유일하게 잘한 일을 꼽으라면 하느님의 아들로 살다 죽 기로 결심한 것입니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저의 선택 이라기보다는 ‘이끄심에 대한 응답’이었습니다. 인간이 가 혹한 운명 앞에서 완강한 저항을 멈추고, 기력을 완전히 소 진했을 때, 하느님의 숨은 계획이 드러난다고 하죠. 사형선 고를 받고 죽음을 기다리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절망적일 때였습니다. 어느 날 종교 담당 교도관님의 권유로 천주교 교정사목 위원회에서 봉사 활동을 하고 계신 어머님들을 만나기 위 해 천주교 상담실에 들어섰습니다. 오랫동안 사형수들을 만나오신 어머님들 세 분이 기다리고 계셨는데, 그중 한 분 이 고(故) 김자선 엘리사벳 어머니셨습니다...

세대간 소통 2023.10.10

말씀의 이삭 | 사명

저는 세례명이 ‘클라우디아’인 가톨릭 신앙인으로 살고 있습니다. 저를 부르는 호칭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중에 서 ‘클클샘’이라는 별명으로 가장 많이 불러주십니다. 예전 에 교구 문화홍보국과 가톨릭평화방송에서 제작한 유튜브 방송 ‘클라우디아의 클래식 뮤직’을 진행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 프로그램 제목을 줄여서 ‘클클뮤직’이라 불렀고 저는 ‘클클샘’이 되었답니다. 요즘은 교회 밖에서도 ‘클클샘’으로 종종 불립니다. 저도 이렇게 불리는 게 좋습니다. 그렇다면 제가 어떻게 주님의 자녀가 되었을까요? 교회 안 에서 나름으로 열심히 활동하고 있어서인지 “모태신앙입니 까?” 아니면 “어린 시절 세례를 받았습니까?”라는 질문을 자 주 받습니다. 그런데 모두 아닙니다. 저는 불교 신자였습니다.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입학하..

세대간 소통 2023.09.19

말씀의 이삭 | 가문비나무의 울림

가문비나무의 울림 바이올린 연주가의 삶을 살고 있는 저에게는 지금껏 함 께 해왔고, 앞으로도 함께 할 소울메이트가 있습니다. 바로 저의 짝꿍, 바이올린입니다. 바이올린이라는 악기는 나무를 깎아서 울림통을 만들 고, 그 위에 현(string)을 묶어 활(bow)로 마찰을 일으켜 소리 를 내는 현악기입니다. 바이올린을 만드는데 가장 중요한 부분은 울림통에 사용되는 나무인데요, 바로 ‘가문비나무’ 입니다. 가문비나무는 아주 높은 고지대에서 자랍니다. 그런데 일반적인 나무와 달리 위쪽 부분에만 가지가 자라는 조금 은 신기하게 생긴 나무입니다. 고지대의 어둡고 컴컴한 산 속에서 자라는 나무이기 때문에, 살아남기 위해서 윗부분 의 가지들만 햇빛을 향해 뻗어나가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빛을 전혀 보지 못하는 아래쪽 가..

세대간 소통 2023.09.12

2023 레크 뽐내기 (WITH 양천성당 주일학교) | 순교성인들

2023 레크 뽐내기 (WITH 양천성당 주일학교) | 순교성인들 (클릭);https://www.youtube.com/watch?v=oFbq1zjMot4 레크 뽐내기, 우리도 잘 할 수 있어요! 양천성당 선생님과 어린이들이 함께 했습니다! 노래 : 순교 성인들 레크 : 양천성당 초등부 주일학교 교사 & 어린이 유치부_이유진 안젤라, 이서진 안젤로, 신시온 스콜라티스카, 이재인 플로라 교사_최주영 안드레아 홈페이지 https://www.chota.or.kr/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chota.1980/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chotastars

동심과 성경 2023.09.10

2023 레크 뽐내기 (WITH 양천성당 주일학교) | 나의 사랑 예수님

2023 레크 뽐내기 (WITH 양천성당 주일학교) | 나의 사랑 예수님 (클릭):https://www.youtube.com/watch?v=k8MHxoyd0ic 레크 뽐내기, 우리도 잘 할 수 있어요! 양천성당 선생님과 어린이들이 함께 했습니다! 노래 : 나의 사랑 예수님 레크 : 양천성당 초등부 주일학교 교사 & 어린이 1학년_김미소 글라라 / 4학년_박지아 엘리사벳, 최현채 마리스텔라 교사_최혁 바오로, 이영재 안드레아 홈페이지 https://www.chota.or.kr/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chota.1980/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chotastars

동심과 성경 2023.09.09

예수님의 몸, 하나된 우리 | 2023 레크 뽐내기 (WITH 양천성당 초등부주일학교)

2023 레크 뽐내기 (WITH 양천성당 초등부주일학교) | 예수님의 몸, 하나된 우리 (클릭):https://www.youtube.com/watch?v=68fvEtq6cIE 레크 뽐내기, 우리도 잘 할 수 있어요! 양천성당 선생님과 어린이들이 함께 했습니다! 노래 : 예수님의 몸, 하나된 우리 레크 : 양천성당 초등부 주일학교 어린이 5학년_이윤슬 안젤라, 안채아 아네스, 김도영 스텔라 홈페이지 https://www.chota.or.kr/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chota.1980/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chotastars

동심과 성경 2023.09.08

포장된 유혹 | 민범식 안토니오 신부님(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홍보국장)

포장된 유혹 민범식 안토니오 신부님(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홍보국장) 앞서, 영적인 삶을 잘 살아가기 위해 내가 지금 어 디 있는지를 잘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씀드렸습니 다. 목적지가 분명하더라도, 지금 있는 곳이 어디냐에 따라서 가는 길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지금 나의 상태가 어떠한지(지금 내가 있는 곳) 를 성찰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왜 그럴까요? 여러 이 유가 있지만, 주요한 이유 중 하나는 지금 나의 상태 가 이렇다는 것, 이게 지금 내 모습이라는 것을 받아 들이기 힘들어서입니다. 자기 모습이나 처한 상황에 대해 만족할 때도 있지 만, 그보다는 마음에 들지 않을 때가 더 많습니다. 내 가 한 말이나 행동 또 자주 반복하는 습관을 금세 판단 하고 평가하게 됩니다. ‘아, 이렇게 했으면 더 ..

사제의 공간 2023.08.27

마리아는 일어나 서둘러 길을 떠났다. (루카 1,39) | 정순택 베드로 대주교님( 천주교 서울대교구장•평양교구장 서리)

마리아는 일어나 서둘러 길을 떠났다. (루카 1,39) 정순택 베드로 대주교님( 천주교 서울대교구장•평양교구장 서리)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하느님의 은총과 평화가 여러분 모두에게 내리길 기원합니다. 오늘은 우리가 일제로부터 해방된 날인 광복절이 며, 우리의 어머니이신 성모 마리아께서 하느님께 들어 올림 받으신 것을 기념하는 성모 승천 대축일입 니다. 성모 마리아께서는 항상 주님의 뜻에 일치하 시며 우리를 위해 늘 하느님께 전구하고 계십니다. 오늘 우리가 기념하는 성모님의 승천은 우리도 성 모님처럼 그리스도의 완전한 영광에 참여하도록 부 름 받고 있다는 희망의 표지입니다. 성모 마리아는 하느님의 말씀을 마음에 담으시고 그 뜻에 따라 성실 하게 사셨기에 우리들의 모범이 되십니다. 자녀들이 그 어머니를 ..

사제의 공간 2023.08.15

말씀의 이삭 | 좋은 문장으로

좋은 문장으로 저의 스무 살 초중반 시절의 키워드는 ‘자괴감’이었습니 다. 배우의 길을 위해 노력할 의지는 부족했지만, 욕심이 너무 많았습니다. 노력으로 해소되지 못한 욕심은 어느새 완벽주의로 제 안에 자리를 잡았고, 그 완벽주의는 자기 질 책으로 점점 모습을 바꾸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저 자신을 건강하지 못한 방법으로 낮추며 제가 가진 모든 것들을 다 쓸모없는 것으로 보았습니다. 하느님께서 주신 달란트도, 제 안의 사랑도, 그 무엇도 남아있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 렇게 졸업할 때까지 몇 년을 자책만 하며 살던 어느 날, 어 머니와 이런 대화를 나누게 되었습니다. “엄마, 나는 못난 사람인 것 같아.” 어머니가 대답하시길 “왜 그렇게 생각해? 네가 가진 단 점이 뭔데? 있으면 세 개만 말해봐.” “나는 ..

세대간 소통 2023.08.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