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의 공간

선택 | 김찬선 레오나르도 신부님(작은 형제회_프란치스코회)

松竹/김철이 2024. 8. 27. 21:22

선택

 

                                                김찬선 레오나르도 신부님(작은 형제회_프란치스코회)

 

 

“누구를 섬길 것인지 오늘 선택하여라.”(여호 24,15)

여호수아가 이스라엘 백성에게 한 말입니다. 살아가면서 우리는 수없이 선택을 요구 받습니다. 그 요구는 실타래, 연 필, 활, 쌀, 돈 등을 놓고 치르는 어린 시절 돌잡이에서부터 시작합니다. 그리고 아이 때부터 시작된 우리의 힘든 선택 은 인생 전체를 아우르며 계속됩니다. 어느 학교에 들어가 야 할지, 어느 직업을 택해야 할지, 어느 배우자를 선택해야 할지, 심지어 매일 같이 먹어야 하는데 무얼 먹어야 할지….

 

다시 돌잡이 얘기로 돌아가 지금 그 가운데 하나를 집 어야 한다면 여러분은 무엇을 고르시겠습니까? 돌잡이에 놓이는 물건들 가운데 나쁜 것은 없고 살아가는 데 꼭 필 요한 좋은 것들만 있는데, 그중 무엇을 골라야 하겠습니 까? 나쁜 것과 좋은 것 가운데 하나를 고르라면 어려움이 덜하겠지만 다 좋은 것들 가운데서 하나를 고르기는 참으 로 어렵습니다.

 

우리는 모든 것을 다 소유할 수 없고, 그 가운데 하나 를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 오늘 연중 제21주일에 봉독된 말씀의 주제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무언가를 선택해야 하 는데 어떤 기준으로 어떻게 선택해야겠습니까?

 

우리가 현명하게 선택을 잘하려면 우선 욕심을 버려 야 합니다. 좋은 것을 다 소유하려는 욕심 말입니다. 제가 선택의 기로에 있을 때 저의 형이 해준 충고가 있습니다. ‘최고’를 나타내는 손 모양에 관한 얘기입니다. 최고가 되 기 위해선 엄지만 세우고 나머지는 다 접어야 합니다. 검 지, 중지, 약지 할 것 없이 모두 중요하다며 굽히지 않으 면 엄지는 최고가 될 수 없습니다. 이렇듯 포기를 잘하지 못할 때 선택은 너무 어렵게 되고 결과적으로 죽도 밥도 안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세상을 잘 살기 위해 선택을 잘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그 가운데에서도 특별히 영원을 살기 위한 선택을 잘해야 합니다. 그런데 참으로 아쉬운 점은 이런 선택을 위해 고민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서, 우리 신자들이 하는 돌잡이 중에도 성경책은 없습니다. 신자 아닌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하느님을 전혀 의식치 않은 표시인지, 아니면 하느님 나라와 이 세상을 같은 차원에서 비교할 수 없기 에 아예 같이 놓지 않는 것인지 고민이 됩니다.

 

실제로 수도 생활을 하는 사람들의 선택 과정을 보면 여 러 단계가 있습니다. 다른 세상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하느 님 나라는 모르고 오직 이 세상의 성공만 생각하는 단계, 하 늘 나라와 세상, 또는 하느님과 애인을 놓고 무얼 선택할까 고민하는 단계, 하늘 나라와 세상이 같은 비교의 대상이 될 수 없기에 하느님 나라를 선택하는 단계가 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주님은 영원한 생명을 주는 말씀이신 주님과 세상 중에 누구를 선택할 것인지 우리에게도 선택 을 요구하고 계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