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 빈첸시오 신부님(부산교구 괴정성당 주임) 118

"씨 뿌리는 사람이 씨를 뿌리러 나갔다."|정호 빈첸시오 신부님(부산교구 괴정성당 주임)

"씨 뿌리는 사람이 씨를 뿌리러 나갔다." 정호 빈첸시오 신부님(부산교구 괴정성당 주임) 예수님을 찾은 수많은 사람들. 그들은 모두 주님에 대한 소문을 듣고 왔을 겁니다. 그러나 그 때의 사람들이 모두 한가지 생각으로 주님을 찾은 것은 아니었습니다. 지금처럼 모두가 구세주로 믿고 찾아온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입니다. 심지어 그들 중에는 주님을 의심하고 고발하려 한 이들도 있었습니다. 그 많은 사람들에게서 일정한 거리를 두고 배에 계시는 예수님은 모두가 들을 수 있는 이야기 하나를 꺼내드십니다. '씨 뿌리는 사람의 비유'로 알려져 있는 이 비유는 사람들이 모두 알고 있는 농사법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그리고 그 때 벌어지는 현장의 모습을 사람들에게 이야기하는 것으로 들리기도 합니다. 우리와 다른 방식으로 농..

사제의 공간 2021.01.27

"너희는 온 세상에 가서 모든 피조물에게 복음을 선포하여라."|정호 빈첸시오 신부님(부산교구 괴정성당 주임)

"너희는 온 세상에 가서 모든 피조물에게 복음을 선포하여라." 정호 빈첸시오 신부님(부산교구 괴정성당 주임) 사도 바오로의 회심 축일입니다. 신약의 거의 대부분의 기록을 남긴 사도는 예수님이 뽑으신 열두 사도와는 구별되는 사도요 이방인들의 사도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바오로 사도는 누구보다 확고한 이스라엘 사람이었고 그 자부심과 자존심, 그리고 출신과 실력에 있어서도 가장 정점에 있었던 사람이었습니다. 회심이라고 말하는 오늘 바오로 사도의 변화는 우리가 말하는 '회개'의 의미를 가장 잘 드러내는 인물이기도 합니다. 모자랄 것 없는 출신과 배움을 지닌 사람이 같은 하느님을 믿으면서 자신의 삶을 완전히 바꾼다는 것은 엄청난 사건입니다. 그것도 자신을 지켜준 모든 것에서 내려 와 전혀 다른 사람인 듯 살아..

사제의 공간 2021.01.25

"그들은 입을 열지 않았다."|정호 빈첸시오 신부님(부산교구 괴정성당 주임)

"그들은 입을 열지 않았다." 정호 빈첸시오 신부님(부산교구 괴정성당 주임) 안식일에 대한 이야기가 오늘도 이어집니다. 안식일이 사람을 위해 생긴 것이라는 예수님의 말씀은 주일을 지키는 우리에게 같은 고민을 던져줍니다. 우리의 주일은 주님이 부활하신 또 다른 부활절로 지내지만 우리의 모습은 안식일법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당연히 십계명의 안식일을 거룩히 지내라는 말씀을 주일로 옮겨 함께 지내는 것이어서 당연하지만 그러나 가끔 우리가 예수님이 가르치셨던 안식일의 의미를 잃어버린 우리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불편함도 사실입니다. 오늘은 안식일에 허지짐을 면하기 위해 했던 사소한 행동이 아니라 의도적으로 예수님이 벌이신 논쟁이 벌어집니다. 예수님의 소문을 들은 이들은 이미 둘로 나눠져 있습니다. 한쪽은 예수님..

사제의 공간 2021.01.20

"그때에는 그들도 단식할 것이다."|정호 빈첸시오 신부님(부산교구 괴정성당 주임)

"그때에는 그들도 단식할 것이다." 정호 빈첸시오 신부님(부산교구 괴정성당 주임) 묵상 듣기 : youtu.be/zN6dUysa2cM 신앙생활을 하며 사람들은 여러가지 기도와 신앙에 관계된 내용들을 익히고 실천하며 삽니다. 그 중에는 매일 기도와 같이 규칙적으로 해야 하는 것과 또 사람들 사이에 효과좋은 것으로 알려진 기도가 있는가 하면 특별한 시기에 하게 되는 행동들과 습관들이 존재합니다. 이런 관습들이나 신앙행위는 오랜 시간에 걸쳐 형성되고 변화하곤 하는데, 그 중에는 아주 오래된 것들도 있습니다. 오늘 복음에 등장하는 단식이 그 중 하나입니다. 예수님이 오시기 이전에도 이스라엘의 신앙 생활 중 큰 몫을 차지하던 것이 단식이었고, 이는 바리사이들도 세례자 요한의 제자들도 함께 하는 모습이 등장합니다...

사제의 공간 2021.01.18

“얘야, 너는 죄를 용서받았다.”|정호 빈첸시오 신부님(부산교구 괴정성당 주임)

“얘야, 너는 죄를 용서받았다.” 정호 빈첸시오 신부님(부산교구 괴정성당 주임) 오늘 복음에는 예수님의 치유 사건 중 유명한 일화가 등장합니다. 바로 지붕을 벗겨내고 주님 앞에 내려진 중풍병자의 치유 이야기입니다. 이 이야기를 통해서도 우리는 예수님의 진심과 세상의 관심사를 살펴볼 수 있습니다. 사람들로 가득한 집에 중풍병자는 들어올 방법이 없었습니다. 게다가 걷지도 못하여 들것에 실려 온 처지였습니다. 그가 사람들의 도움을 받은 것은 그가 누리는 행복이었을 겁니다. 그는 예수님에게 도착하기 전 이미 그를 돕기 위해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 이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병에 시달리는 사람들, 장애를 겪거나 장애에 가까운 아픔을 지닌 이들에게 사람들은 몸이 성한 것을 기준으로 바라보곤 합니다. 그리고 그 불편함..

사제의 공간 2021.01.15

“다른 이웃 고을들을 찾아가자.”|정호 빈첸시오 신부님(부산교구 괴정성당 주임)

“다른 이웃 고을들을 찾아가자.” 정호 빈첸시오 신부님(부산교구 괴정성당 주임) 묵상 듣기 : youtu.be/jL6N-6T9iT4 복음 속 예수님의 하루를 봅니다. 날은 안식일이었습니다. 안식일에 예수님은 회당에서 사람들을 가르치셨습니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더러운 영을 쫓아내십니다. 그리고 당신의 첫제자였던 시몬과 안드레아의 집으로 가셔서 시몬의 장모를 낫게 하십니다. 그렇게 안식일이 지나자 저녁 그 집에 사람들이 찾아듭니다. "저녁이 되고 해가 지자"는 말은 안식일이 끝났다는 이야기입니다. 안식일이 끝나자 사람들은 도움을 청하기 위해 시몬의 집에 왔고 예수님은 그들을 거절하지 않으시고 모두 고쳐주십니다. 예수님이 가져온 변화가 보이는 이 장면은 사람들이 병든 이들과 마귀 들린 이들을 데려왔다는 것입..

사제의 공간 2021.01.13

“당신은 하느님의 거룩하신 분이십니다.”|정호 빈첸시오 신부님(부산교구 괴정성당 주임)

“당신은 하느님의 거룩하신 분이십니다.” 정호 빈첸시오 신부님(부산교구 괴정성당 주임) 주님을 바라보는 두 가지 시선에 대해 생각해봅시다. 사실 우리에겐 이 두 가지 시선이 무의미 합니다. 우리는 주님이 성자이신 하느님이시라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보는 예수님의 모든 것은 하느님의 뜻이 우리 안에서 일어난 것임을 알고 놓친 의미는 없는지 살피는데 집중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우리에게도 주님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두 가지 시선은 우리에게 쌓여있는 편견 하나를 지워내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주님을 바라보는 시선 중 하나는 사람들이 전혀 알리 없었던 예수님에 대한 시선이고, 또 하나는 하느님의 거룩하신 분으로 주님을 바라보는 시선입니다. 예수님의 정체를 알게 되는 것은 처음 몰랐던 ..

사제의 공간 2021.01.12

“용기를 내어라. 나다. 두려워하지 마라.”

“용기를 내어라. 나다. 두려워하지 마라.” 정호 빈첸시오 신부님(부산교구 괴정성당 주임) 주님 공현 대축일 후 수요일입니다. 우리 안에 계신 예수님을 생각하는 시간과 그 내용은 우리가 신앙이라는 말로 인해 세상을 피하거나 세상과 다른 것으로 하느님을 생각하는 잘못을 바로 잡아 줍니다. 오늘 기적은 사람들에게 '물 위를 걸으신 기적'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초자연적인 힘을 보여주신 주님의 모습으로 주님의 능력과 또 그렇게 제자들을 구해주신 주님의 마음을 생각하며 찬미와 감사드리는 우리입니다. 그런데 이 기적의 시작은 제자들이 주님의 말씀을 거절한 것에서부터 시작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제자들은 사람들을 생각하시는 예수님의 마음을 가로막았고 스스로 그 사람들에게 상관 없는 존재로 자신들을 만들어 버렸습..

사제의 공간 2021.01.06

“너희가 그들에게 먹을 것을 주어라.”|정호 빈첸시오 신부님(부산교구 괴정성당 주임)

“너희가 그들에게 먹을 것을 주어라.” 정호 빈첸시오 신부님(부산교구 괴정성당 주임) 우리에게 오신 주님의 모습을 살피는 주님 공현 대축일 후 화요일입니다. 우리에겐 친숙한 사건들 속에서 우리가 주님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는 그 내용에 따라 서로 다양한 모습으로 우리를 인도합니다. 우리에게 '빵'은 뗄 수 없는 단어입니다. 주님의 성체를 영하지 못하는 지금 우리에겐 좀 더 이 빵이라는 단어가 더 중요하게 다가오지만 이 빵의 근본은 주님이 우리에게 나눠주려 하셨던 당신의 마음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오천명을 먹이신 기적을 드러내는 많은 상징들이 있습니다. 남자만도 오천명이라는 수많은 백성의 숫자가 첫 상징이라면 그 재료가 된 빵 다섯개와 물고기 두 마리도 이 기적을 드러내는 상징입니다. 그러나 이 기적은..

사제의 공간 2021.01.05

"예루살렘의 속량을 기다리는 모든 이에게"|정호 빈첸시오 신부님(부산교구 괴정성당 주임)

"예루살렘의 속량을 기다리는 모든 이에게" 정호 빈첸시오 신부님(부산교구 괴정성당 주임) 묵상 듣기 : youtu.be/x7Ndo1UwVnQ 시메온에 이어 또 한명의 예언자 한나가 등장합니다. 평생을 성전에 머무르며 밤낮 없이 단식과 기도로 하느님 안에서 머문 사람입니다. 시메온과 마찬가지로 이 나이 많은 예언자 역시 이 아기를 만났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예루살렘의 속량이 이루어질 것임을 예언합니다. 성탄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은 성인이 되신 예수님의 놀라우신 능력과 가르침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을 보며 구원을 말한 시메온과 한나는 주님의 그런 모습을 본 적이 없는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그것을 보기 전 세상을 떠난 사람들입니다. 이들이 말한 구원은 먼 미래에 대한 예고였을 뿐이었을까요?..

사제의 공간 2020.12.30

“무엇을 말할까 걱정하지 마라.”

“무엇을 말할까 걱정하지 마라.” 정호 빈첸시오 신부님(부산교구 괴정성당 주임) 성탄의 다음날 그리스도교의 첫 순교자 스테파노의 축일을 맞이합니다. 순교자들에게 신앙은 '죽을 만큼인가?'의 공통 질문을 던졌습니다. 그리스도의 말씀과 가르침은 옳고 바른 것입니다. 누군가는 어리석다고 비웃을지언정 그것이 잘못이라고 말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그것에 목숨이 달렸다면 그것을 포기할 정도인가의 고민을 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지금의 세상이라면 내가 있어야 다른 것도 있다는 논리 앞에 가장 어리석은 행동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신념을 위해 목숨을 거는 것은 그리 효율적으로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교회가 젊은이들을 걱정하지만 우리는 그 젊은이들을 설득하기 위해 이 신앙이 자신들의 미래와 현실을 걸어도 좋을만한 가치라..

사제의 공간 2020.12.26

“이 아이가 대체 무엇이 될 것인가?”

“이 아이가 대체 무엇이 될 것인가?” 정호 빈첸시오 신부님(부산교구 괴정성당 주임) 세례자 요한이 태어났습니다. 주님의 앞에서 주님의 길을 준비할 사람인 요한은 온 이스라엘이 아는 하느님이 주신 아이였습니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평생 사람들의 존경을 받는 의인들이었고 그 평생의 공로를 인정해주시듯 아이를 낳지 못하던 늙은 어머니 엘리사벳에게 기적이 주어졌습니다. 말문을 닫아 버린 아버지와 임신한 아이를 두고 열 달을 지내온 엘리사벳은 이 아이의 이름을 짓는 자리에서 요한이라는 낯선 이름을 꺼내듭니다. 아버지의 이름을 따르게 하려던 사람들의 반대에 부딪힌 이 시도는 결국 그 이름의 주인에게 결정권이 돌아갑니다. 즈카르야는 귀하게 얻은 아들을 자신의 몫으로 하기를 포기합니다. 대신 하느님이 주신 요한이라는 ..

사제의 공간 2020.12.23

“당신의 자비를 기억하시어”

“당신의 자비를 기억하시어” 정호 빈첸시오 신부님(부산교구 괴정성당 주임) 묵상 듣기 : youtu.be/GT_xh0XUG48 엘리사벳의 인사를 받으신 성모님은 우리 귀에 익숙한 기도를 들려주십니다. 이 기도의 내용은 하느님 안에서 당신의 마음과 주님이 세상에 하실 일에 대한 소망입니다. 우리가 기다리는 성탄은 위대한 인물의 탄생의 가치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한 사람이 세상에 끼칠 영향에 관한 것을 포함합니다. 비천하고 부족한 자신을 선택하신 하느님의 놀라운 자비를 기억하고 감사하며 기뻐하는 성모님은 이 선택으로 모든 세대가 기억할 당신의 삶을 아십니다. 그리고 그런 하느님이 어떤 분이신지 고백합니다. 그 고백 속의 세상에 우리는 주목할 이유가 있습니다. 마음 속 교만한 자들이 흩어지고, 통치자들이 ..

사제의 공간 2020.12.22

“오실 분이 선생님이십니까?아니면 저희가 다른 분을 기다려야 합니까?”

“오실 분이 선생님이십니까? 아니면 저희가 다른 분을 기다려야 합니까?” 정호 빈첸시오 신부님(부산교구 괴정성당 주임) 대림절의 첫시기의 마지막날입니다. 우리가 기다리는 다시 오실 주님에 대해 세례자 요한의 이야기로 마무리합니다. 우리의 기다림은 언제나 한결같지만 우리에게 요한의 질문은 잊지 말아야 할 내용을 전해줍니다. 요한은 자신의 입으로 증언한 주님을 두고 일정한 거리를 보입니다. 그리고 제자 둘을 보내어 주님께 질문을 건넵니다. 스스로 고백한 분에게 따름이 당연하지만 그는 그렇게 하지 않았고 예의를 갖추되 그분의 증언을 확실히 듣기 위해 제자들을 보냅니다. “오실 분이 선생님이십니까? 아니면 저희가 다른 분을 기다려야 합니까?” 우리에게 오실 분에 대해 요한은 "신발끈을 풀어 드릴 자격도 없다"라..

사제의 공간 2020.12.16

“모르겠소.”

“모르겠소.” 정호 빈첸시오 신부님(부산교구 괴정성당 주임) 누구나 곤란한 질문을 받았을 때가 있습니다. 아예 질문을 이해할 수 없을 때도 있지만, 답을 알지만 대답을 못할 때, 어떻게 해도 답을 하지 못할 때가 그렇습니다. 세례자 요한에게 "당신은 누구요?"라고 거듭 질문을 하던 이들이 오늘 예수님께 묻습니다. "당신은 무슨 권한으로 이런 일을 하는 것이오?" 그들의 질문은 예수님에게 기대감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그들은 예수님을 무시하며 그분을 무너뜨리려 그분의 배경에 대해 궁금해합니다. 예수님은 사람들 사이에 계셨고 사람들이 생각하는 하느님의 자리에는 자신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들은 예수님을 처음부터 무시하고 있습니다. 그런 그들에게 예수님은 되물으십니다. "요한의 세례가 어디에서 온 ..

사제의 공간 2020.1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