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의 공간

“얘야, 너는 죄를 용서받았다.”|정호 빈첸시오 신부님(부산교구 괴정성당 주임)

松竹/김철이 2021. 1. 15. 08:10

“얘야, 너는 죄를 용서받았다.”

                                           

                                              정호 빈첸시오 신부님(부산교구 괴정성당 주임) 

 

 

오늘 복음에는 예수님의 치유 사건 중 유명한 일화가 등장합니다. 바로 지붕을 벗겨내고 주님 앞에 내려진 중풍병자의 치유 이야기입니다. 이 이야기를 통해서도 우리는 예수님의 진심과 세상의 관심사를 살펴볼 수 있습니다. 사람들로 가득한 집에 중풍병자는 들어올 방법이 없었습니다. 게다가 걷지도 못하여 들것에 실려 온 처지였습니다. 

 

그가 사람들의 도움을 받은 것은 그가 누리는 행복이었을 겁니다. 그는 예수님에게 도착하기 전 이미 그를 돕기 위해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 이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병에 시달리는 사람들, 장애를 겪거나 장애에 가까운 아픔을 지닌 이들에게 사람들은 몸이 성한 것을 기준으로 바라보곤 합니다. 그리고 그 불편함으로 사람의 삶을 불행하고 불편한 것으로 해석해버리는 일도 많습니다. 당연히 이 불편함과 아픔은 매일이 그렇고 매 순간 느끼게 되는 절망적인 것이지만 그럼에도 그런 생활 중에도 기쁨과 행복한 삶은 분명 존재합니다. 삶의 모습이 달라졌고 불가능하게 되어 버린 것은 있지만 그 역시 인생이기 때문입니다. 

 

 

주님께 내려진 그는 분명 행복한 모습으로 주님 앞에 내려왔을 겁니다. 그래서 그에게 주님은 말씀하셨습니다. 

 

“얘야, 너는 죄를 용서받았다.”

 

우리가 기대하는 기적과 치유대신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이에게 주님이 주신 선언이었습니다. 그러나 세상이 이 상황을 목격하는 태도는 달랐습니다. 그들에게 예수님의 이 선언은 불쾌했고 그들은 주님이 하신 말씀을 거북해합니다. 아무리 보아도 불행하고 저주 받은 듯 보이는 병자에게 그들의 시선은 차갑기만 합니다. 그리고 그를 사랑하시는 주님도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그런 그들을 멈출 수 있는 것은 그들이 하지 못하는 것 뿐이었습니다. 우리는 이 중풍 병자가 일어나 자신이 누워있던 침상을 걷어 집으로 가던 장면을 기억합니다. 기적은 일어났고 사람들은 모두 놀랐습니다. 그러나 정작 그에게 주어진 것은 이미 주님이 그에게 하신 말씀이셨습니다. 

 

이 기적은 예수님에게는 사람들을 꾸짖고 당신의 용서를 증명하는 수단이 됩니다. 우리는 여전히 기적에 놀라지만 예수님은 당신의 용서를 확실히 하셨고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바라시는 것은 그를 위해 수고한 사람들과 그의 기쁨이라는 것을 알려주신 것입니다. 

 

 

주님의 사랑은 그렇게 자주 쉽게 잊혀집니다. 큰 사건과 놀라운 기적으로 우리는 주님에 대한 신뢰와 신앙을 이야기하지만 사실 우리가 믿어야 할 주님은 용서와 사랑의 주님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많은 사건과 조건 속에서 어렵게 살면서도 서로 사랑하며 함께 살아가는 이 삶에 하느님이 함께 하심을 잊지 않아야 할 겁니다. 우리가 상황이 좋든 좋지 않든 함께 하며 인생을 사는 것은 아름다우며 아무리 힘들고 아픈 속에도 사람의 행복한 삶은 있다는 것도 함께 기억하면 좋겠습니다. 

 

 

그의 침상을 함께 들었던 이들의 기쁨은 사람들의 환호에 잊혀졌지만 우리는 주님과 함께 그들과 중풍 병자 모두를 축복하는 이들이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