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의 공간

“다른 이웃 고을들을 찾아가자.”|정호 빈첸시오 신부님(부산교구 괴정성당 주임)

松竹/김철이 2021. 1. 13. 08:48

“다른 이웃 고을들을 찾아가자.”     

 

                                         정호 빈첸시오 신부님(부산교구 괴정성당 주임)

 

묵상 듣기 : youtu.be/jL6N-6T9iT4

  

 

복음 속 예수님의 하루를 봅니다. 날은 안식일이었습니다. 안식일에 예수님은 회당에서 사람들을 가르치셨습니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더러운 영을 쫓아내십니다. 그리고 당신의 첫제자였던 시몬과 안드레아의 집으로 가셔서 시몬의 장모를 낫게 하십니다. 그렇게 안식일이 지나자 저녁 그 집에 사람들이 찾아듭니다. 

 

"저녁이 되고 해가 지자"는 말은 안식일이 끝났다는 이야기입니다. 안식일이 끝나자 사람들은 도움을 청하기 위해 시몬의 집에 왔고 예수님은 그들을 거절하지 않으시고 모두 고쳐주십니다. 예수님이 가져온 변화가 보이는 이 장면은 사람들이 병든 이들과 마귀 들린 이들을 데려왔다는 것입니다. 이들은 모두 사회의 죄인으로 분류되던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서로 어울려 함께 살고 있었음도 더불어 알게 됩니다. 

 

하느님에 대한 생각 중 '성한 것'에 대한 집착은 지금도 마찬가지이지만 하느님의 은총을 받은 이는 많은 사람들 중 특별하고 무엇인가 다른 존재로 여기는 경향은 세상의 평범조차 선택받지 못한 삶으로 만들고 평균의 삶을 살기 어려운 사람들은 죄인이 되고 마는 상황을 만들어 냅니다.

 

하느님은 사랑이시다라고 줄곧 말하면서 가난하고 몸이 불편한 이들은 선행의 대상이거나 하느님께 대한 정성을 나타내는 증거일 뿐 함께 살아가는 대등한 존재로 인정받기 힘든 이상한 분위기는 지금도 여전합니다. 우리 안에 계셨던 주님은 이를 가리지 않으셨고 이것이 우리가 하느님과 함께 살고 있음을 알게 되는 계기로 만드셨습니다. 버림 받거나 저주를 받은 것이 아니라 그들과 함께 하는 이들이 있는 한 우리는 같은 인생을 사는 존재라는 것을 느끼게 하셨습니다. 이것이 하느님의 뜻이라고 말입니다. 

 

 

그리고 하루가 지납니다. 그리고 하루의 가장 이른 시간에 주님은 깨어 계셨습니다. 외딴 곳으로 향하시고 거기서 기도하셨습니다. 예수님을 만났던 사람들은 다시 예수님을 청했지만 예수님은 되돌아가지 않으셨습니다. 그리고 주님의 걸음은 다른 곳을 향하십니다. 당신을 찾는 이가 아닌 당신이 필요한 이들에게 가시는 주님의 모습입니다. 그것이 하느님의 뜻이라는 것을 분명하게 말씀하십니다. 

 

 

"다른 이웃 고을들을 찾아가자. 그곳에도 내가 복음을 선포해야 한다. 사실 나는 그 일을 하려고 떠나온 것이다."

 

 

주님의 하루는 우리 안에서 이루어졌습니다. 하느님은 우리 안에 계셨습니다. 우리가 찾아간 곳, 또 우리가 청하는 곳이 아니라 하느님이 필요한 곳에 주님은 어김 없이 함께 하셨고, 그 곳에 누가 있을지 우리는 예수님을 통해 알 수 있게 됩니다. 세상은 여전히 혼란스럽습니다. 누군가는 하느님에 대해 아주 많은 지식을 가진 듯 이야기하고 또 그 영향으로 많은 것들을 만들어냅니다. 하지만 우리가 아는 예수님이 바뀌지 않으셨다면 이 뜻이 바뀔리는 없습니다. 

 

예수님의 시간은 바쁜 듯, 또 무심한 듯 흘러갑니다. 그리고 그분은 물처럼 그분이 지나가는 모든 곳에 생명이 넘쳐납니다. 그러니 그분 곁에 있지 못하다고 걱정하는 이들은 안심하십시오. 주님은 언제나처럼 우리를 향해 지금도 걷고 계시니 말입니다. 주님의 사람들 역시 그렇게 우리는 세상에 생명으로 지금 살고 있다는 사실을 명심했으면 합니다. 우리가 있는 곳이 생명의 물이 흐르는 곳이니 그 물에 생명이 필요한 이들이 목마름을 덜고 시름을 잊을 수 있게 해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