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이가 대체 무엇이 될 것인가?”
정호 빈첸시오 신부님(부산교구 괴정성당 주임)
세례자 요한이 태어났습니다. 주님의 앞에서 주님의 길을 준비할 사람인 요한은 온 이스라엘이 아는 하느님이 주신 아이였습니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평생 사람들의 존경을 받는 의인들이었고 그 평생의 공로를 인정해주시듯 아이를 낳지 못하던 늙은 어머니 엘리사벳에게 기적이 주어졌습니다.
말문을 닫아 버린 아버지와 임신한 아이를 두고 열 달을 지내온 엘리사벳은 이 아이의 이름을 짓는 자리에서 요한이라는 낯선 이름을 꺼내듭니다. 아버지의 이름을 따르게 하려던 사람들의 반대에 부딪힌 이 시도는 결국 그 이름의 주인에게 결정권이 돌아갑니다.
즈카르야는 귀하게 얻은 아들을 자신의 몫으로 하기를 포기합니다. 대신 하느님이 주신 요한이라는 이름으로 하느님의 은혜를 세상에 선포하게 됩니다. 그가 말 없이 적은 요한이 이 아이를 부모에게서 독립시키고 이스라엘의 인물로 성장시킵니다. 그는 존재 자체로 하느님의 은혜로운 인물이었던 셈입니다.
사람들은 이 아이에게 당연한 관심을 가집니다. 그리고 기대를 겁니다. 어떤 기준에서 보아도 사람들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인물이 분명했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의 탄생이 소리 없이 준비될 때 요한의 탄생은 사람들의 관심 속에 영광스런 탄생의 길을 걷습니다. 사람들의 시선을 끄는 것은 여전히 이런 인물과 사건들입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이 주인공의 뒤를 궁금해하며 더 큰 인물을 바라고 기다렸습니다. 지금도 마찬가지 입니다. 세상은 인물을 기다리고 또 그런 인물을 만들기 위해 애를 쓰지만 우리가 경험한 성탄의 사건은 우리에게 아주 중요한 것 하나를 알려줍니다.
세상이 구원의 빛을 받은 것은 위대한 인물이 아닌 소리 없이 태어나고 평범하게 자라난 우리의 인생 속에 그 비밀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사람들을 놀라게 하고 멈추게 한 것은 분명 하느님의 크신 준비 중 하나였습니다. 우리는 이 두가지의 진실을 아는 사람들이니 우리의 관심사와 하느님의 진리 모두를 소중히 여기는 삶을 살아야 하겠습니다.
좋은 것은 좋은 것입니다. 그러나 그것이 전부는 아니며 더 소중하고 중요한 것은 사실 우리 안에 이미 주어져 있습니다. 성탄의 사실을 바꾸지 못한다면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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