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기를 내어라. 나다. 두려워하지 마라.”
정호 빈첸시오 신부님(부산교구 괴정성당 주임)
주님 공현 대축일 후 수요일입니다. 우리 안에 계신 예수님을 생각하는 시간과 그 내용은 우리가 신앙이라는 말로 인해 세상을 피하거나 세상과 다른 것으로 하느님을 생각하는 잘못을 바로 잡아 줍니다. 오늘 기적은 사람들에게 '물 위를 걸으신 기적'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초자연적인 힘을 보여주신 주님의 모습으로 주님의 능력과 또 그렇게 제자들을 구해주신 주님의 마음을 생각하며 찬미와 감사드리는 우리입니다.
그런데 이 기적의 시작은 제자들이 주님의 말씀을 거절한 것에서부터 시작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제자들은 사람들을 생각하시는 예수님의 마음을 가로막았고 스스로 그 사람들에게 상관 없는 존재로 자신들을 만들어 버렸습니다. 스승을 따름은 흉내가 아니라 함께 한다는 것이지만 그들은 자신들이 지닌 것으로 그 뜻을 실천하려 하지 않았습니다.
새벽녘에 기적을 보여주려 물 위를 걷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것이 목적이었다면 한 낮에 풍랑 속에서 주님은 걸으셨을 겁니다. 그 칠흙같은 밤에 제자들을 보신 것이 더 놀라운 능력이겠지요. 오직 주님만 중요하고 주님만 대단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눈에는 글로 적혀 있는 장면을 영화보듯 할 수 있겠지만 그 밤, 그 새벽 제자들이 유령인듯 놀란 것이 오히려 더 사실에 가깝다고 여겨야 할 것입니다.
제자들은 사람들의 무리에서 가장 먼저 멀어졌습니다. 그렇게 주님 없이 떠난 길에 풍랑은 자신들을 구해줄 어느 누구도 없다는 상실감과 좌절감을 주었습니다. 그 때 그들이 만난 주님은 기적을 베푸시는 분이 아니라 자신들을 잊지 않으신 분. 사랑이신 주님이었습니다.
우리에게 오신 주님, 그리고 다시 오실 주님을 어떻게 생각하고 계신가요? 구름을 타고 가장 높은 곳에서 우리 중 누군가를 골라내시려 오시는 분. 그래서 그분의 마음에 들기 위해 애를 써야 한다고 아직도 생각하고 있다면 주님을 잘 모르는 것이 분명합니다. 주님이 바라신 것은 사람에게 필요한 사람이 되는 것. 세상에 필요한 것을 헤아릴 수 있고 그것으로 모두를 살리려 애를 쓰는 사람입니다.
불 속에 뛰어든 사람은 어리석은 사람입니다. 그러나 그는 불 속에 뛰어든 것이 아니라 사람을 향해 뛰어들었다는 사실에 우리는 모두 감동합니다. 그리고 죽음과 삶을 넘어 그 행위를 기적이라 합니다. 그 밤 주님의 발 밑에 있었던 물에 놀라는 사람들의 눈요기는 새벽의 어둠에 가려집니다. 오직 그 밤엔 생명의 가치를 지켜주시는 주님의 눈과 마음, 그리고 발걸음이 여태 우리를 지키고 계셨습니다. 그런 주님을 알아보는 것이 공현의 가르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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