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입을 열지 않았다."
정호 빈첸시오 신부님(부산교구 괴정성당 주임)
안식일에 대한 이야기가 오늘도 이어집니다. 안식일이 사람을 위해 생긴 것이라는 예수님의 말씀은 주일을 지키는 우리에게 같은 고민을 던져줍니다. 우리의 주일은 주님이 부활하신 또 다른 부활절로 지내지만 우리의 모습은 안식일법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당연히 십계명의 안식일을 거룩히 지내라는 말씀을 주일로 옮겨 함께 지내는 것이어서 당연하지만 그러나 가끔 우리가 예수님이 가르치셨던 안식일의 의미를 잃어버린 우리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불편함도 사실입니다.
오늘은 안식일에 허지짐을 면하기 위해 했던 사소한 행동이 아니라 의도적으로 예수님이 벌이신 논쟁이 벌어집니다. 예수님의 소문을 들은 이들은 이미 둘로 나눠져 있습니다. 한쪽은 예수님이 하느님 법을 어기는 죄인으로 여기는 사람들과 예수님을 하느님의 사람으로 믿는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안식일에 납득할 수 없는 장면이 펼쳐집니다. 그것은 한 사람을 상대로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위협적인 모습입니다.
"그분께서 안식일에 그 사람을 고쳐 주시는지 지켜보고 있었다."
안식일에 세상을 만드신 하느님을 찬양하고 하느님 말씀 안에서 그 날을 거룩히 지내며 쉬어야 한다는 말씀 안에 그들은 마음 속에서 엄청난 일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누군가 그 날 다른 이를 고쳐주는 일을 하기만 하면 범죄 내용을 고발하려는 것입니다. 그들에게 예수님의 일은 선악과 좋고 나쁨 따위는 아무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그냥 '하면 안되는 일'이라 생각하고 그분을 고발하고 없애버릴 구실로 삼으려 합니다. 실천할 수는 없지만 이미 준비가 끝난 마음으로 안식일 회당에 들어선 사람들입니다.
그 안에서 태연하게 손이 오그라든 사람을 불러내시는 예수님은 누군가의 이야기처럼 그날을 피해 그를 고쳐주실 수도 있었을 겁니다. 꼭 그날이 아니라면 문제도 없었을 것이고 당신은 오히려 더 명성을 얻었을지도 모릅니다. 백성을 무서워해야 하는 단 하나의 모습 '무리'를 자극하고 이끌 수 있는 기회니 말입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굳이 당신에게 불리한 날에 이 일을 하시려 하십니다. 지금 우리에겐 가르침이지만 그 때 사람들에게는 무모하고 어리석은 행동이었습니다.
손이 오그라든 사람은 그 날 손을 펴게 됩니다. 그러나 그의 펴진 손이 그와 그를 도와준 분을 죄인으로 만드는 이유가 됩니다. 그가 아픈 것이 죄가 아니듯 그가 병에서 벗어난 것도 죄일리 없습니다. 그럼에도 예수님과 함께 이 사람은 안식일에 벌어진 죄의 장본인이 됩니다.
예수님은 그를 앞에 두시고 사람들에게 물으십니다.
"안식일에 좋은 일을 하는 것이 합당하냐? 남을 해치는 일을 하는 것이 합당하냐? 목숨을 구하는 것이 합당하냐? 죽이는 것이 합당하냐?"
당연하고 거북하리만큼 답이 정해진 문제에 당신을 단죄하려던 이들은 이상한 행동을 보입니다. 아니 아무런 것도 하지 못합니다. 그들은 그것으로 자신들의 답을 했습니다. 그들에게 안식일은 멈춘 날, 죽은 날이었던 겁니다.
우리의 안식일, 곧 주일은 어떻습니까? 주님에게서 다시 쓰인 주일에 우리는 여전히 하루를 하느님 안에서 쉬도록 해야 합니다. 그러나 그 날의 쉼이란 사람을 위해 생긴 안식일의 의미를 지키고 허기진 사람과 아픈 이들을 위해 열려진 마음과 실천하는 사랑으로 채워져야 하는 날입니다. 그날은 좋은 일과 선한 일을 해야 합니다. 우리의 주일이 주님의 날이니 그 날의 주인이신 분을 본받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주일은 쉬는 날이지만 주님처럼 쉬는 날이어야 합니다. 사랑을 그치지 말아야 하고 적어도 일주일에 하루는 정말 하느님의 사람인 듯 살아야 하는 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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