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의 공간

"너희는 온 세상에 가서 모든 피조물에게 복음을 선포하여라."|정호 빈첸시오 신부님(부산교구 괴정성당 주임)

松竹/김철이 2021. 1. 25. 08:08

"너희는 온 세상에 가서 모든 피조물에게 복음을 선포하여라." 

                                       

                                                                        정호 빈첸시오 신부님(부산교구 괴정성당 주임)

 

 

사도 바오로의 회심 축일입니다. 신약의 거의 대부분의 기록을 남긴 사도는 예수님이 뽑으신 열두 사도와는 구별되는 사도요 이방인들의 사도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바오로 사도는 누구보다 확고한 이스라엘 사람이었고 그 자부심과 자존심, 그리고 출신과 실력에 있어서도 가장 정점에 있었던 사람이었습니다. 

 

회심이라고 말하는 오늘 바오로 사도의 변화는 우리가 말하는 '회개'의 의미를 가장 잘 드러내는 인물이기도 합니다. 모자랄 것 없는 출신과 배움을 지닌 사람이 같은 하느님을 믿으면서 자신의 삶을 완전히 바꾼다는 것은 엄청난 사건입니다. 그것도 자신을 지켜준 모든 것에서 내려 와 전혀 다른 사람인 듯 살아가야 하기 때문입니다. 

 

버린 것이 쓸모 없는 것이라고 여기는 바오로. 그러나 그 어느 하나도 세상에서 버리기 쉬운 것이 없었습니다. 그는 자신이 사람들이 경험하지 못하는 좋고 높은 미래가 약속된 사람이었음을 압니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을 통해 하느님을 사랑하며 사람들을 박해했던 자신을 생각하며 자신이 박해했던 이들 속에 들어가 가장 보잘 것 없는 사람이 되기로 합니다. 그것은 죄책감과 진리에 대한 발견이 뒤섞인 이유 때문이었을 겁니다. 

 

하느님을 누구보다 사랑하는 사람이었지만 그럼에도 정말 하느님의 뜻을 몰랐고 그가 배웠던 하느님의 율법으로 사람을 죄인으로 내몰고 살았음을 무죄하신 예수 그리스도와 그분을 따르는 사람들을 박해하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그는 열심히 일했고 사명감으로 가득했으나 그것이 선악을 구분하지 않고 악함 조차 하느님의 영광을 위한 일이라고 여겼던 그의 잘못을 보게 됩니다. 

 

그렇게 자신의 모든 것에서 되돌아 서서 박해를 하던 사람들에게 가르침을 받고 자신이 권세를 누렸던 곳을 떠나 이방인들에게 하느님을 전하게 되는 낯선 경험으로 새롭게 신앙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사람의 인생 중 우리가 지워낼 수 있는 것은 없습니다. 모든 것은 그 사람의 인생에 따라 다니게 마련입니다. 그래서 때로 가장 좋았던 시간이 과연 옳은 삶인지 어떤 지점에서는 다시 생각해야 하는 때가 올 때 과감하게 결단을 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선한 사람 스테파노가 박해를 받아 죽어갈 때 사명감에 불탔던 청년 사울이 이방인에게 자신이 박해하던 예수 그리스도를 전하는 사도의 길을 걷게 된 그 회개의 삶을 기억하며 우리에겐 그리스도가 어떤 삶의 전환점이 되었는지 생각해 보았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