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가 그들에게 먹을 것을 주어라.”
정호 빈첸시오 신부님(부산교구 괴정성당 주임)
우리에게 오신 주님의 모습을 살피는 주님 공현 대축일 후 화요일입니다. 우리에겐 친숙한 사건들 속에서 우리가 주님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는 그 내용에 따라 서로 다양한 모습으로 우리를 인도합니다. 우리에게 '빵'은 뗄 수 없는 단어입니다. 주님의 성체를 영하지 못하는 지금 우리에겐 좀 더 이 빵이라는 단어가 더 중요하게 다가오지만 이 빵의 근본은 주님이 우리에게 나눠주려 하셨던 당신의 마음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오천명을 먹이신 기적을 드러내는 많은 상징들이 있습니다. 남자만도 오천명이라는 수많은 백성의 숫자가 첫 상징이라면 그 재료가 된 빵 다섯개와 물고기 두 마리도 이 기적을 드러내는 상징입니다. 그러나 이 기적은 그 많은 사람들도, 이 작은 재료도 큰 의미나 상징이 있다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주님의 마음을 기준으로 이 기적을 본다면 주님의 사랑이 미치는 한계는 사람들의 숫자로 셀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또한 아무리 작고 적은 것이라도 주님의 사랑을 드러내는 데 부족한 것은 없습니다.
오천명의 반대편에는 열두 광주리가 있고 빵과 물고기의 반대편에도 마찬가지의 양이 있습니다. 그 자리에는 더 많은 이들이 있었더라도 더 적은 재료가 있었더라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이것이 주님의 놀라운 능력만을 이야기하려는 것도 아닙니다. 오히려 이 기적의 핵심을 저는 이 말씀으로 봅니다.
"너희가 그들에게 먹을 것을 주어라."
우리가 가진 것은 얼마되지 않습니다. 요즘이라면 이 사정은 더욱 딱해질 겁니다. 남들보다 사정이 조금 괜찮다 하는 사람조차 내일을 모른다는 불안감에 많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인생의 황혼기에 접어든 이들조차 자신이 가진 것을 다 쓰지 못함을 알면서도 부족하다 합니다. 거의 모든 사람들이 부족함을 말하고 그 기준에서 때로 참고 아끼고 산다고 말하거나 나 안쓰러움을 호소하기도 합니다.
여기에 예수님의 태도는 다릅니다. 날은 늦었고 사람들의 주머니에는 각자의 허기를 면할 돈이 있었을 겁니다. 당신이 초대한 것도 또한 그들에게 무슨 돈을 받으신 것도 아니기에 그들의 사정은 처음부터 그들의 것이었습니다. 오히려 문제가 된 것은 주님이 당신을 찾아온 이들에게 가엾은 마음을 느끼셨다는 것이고 그 자리에서 조금이라도 더 가르치시려 애를 쓰신 것이 문제가 되었을 겁니다.
그런데 주님은 그런 이들을 그냥 돌려보내지 못하십니다. 여기서 이 기적은 이미 시작되었던 셈입니다. 주님은 사람들을 먹이고 싶으셨습니다. 그냥 그러고 싶었던 겁니다. 그래서 제자들에게 당신의 마음을 알리시고 함께 하자 권하십니다. 제자들이 주님의 마음을 알았다면 거절보다 먼저 빵을 가져왔을 겁니다. 그리고 빵을 사러 갔을 겁니다.
불가능했던 것은 양이 아니라 마음이었고, 그 마음의 불안함과 허기는 여전히 우리의 숙제가 되고 있습니다. 이 기적의 이야기는 생명의 빵을 먼저 보여주는 예표로 알려지지만 한편으로는 세상에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려줍니다. 주님의 마음이 아니라 우리가 그 마음을 가지는 것이 주님의 가르침입니다. 세상에 구세주가 나셨고 우리 안에 계신다는 것은 우리가 구원이라 말하는 이 희박한 확률을 진정 원하시는 것은 하느님이시고 우리는 늘 그것에 손사래를 치고 있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지금 가진 빵이 몇개나 있습니까? 그것을 나누어야 합니다. 그러면 남는 것은? 당연히 없습니다. 주님이 갚아주시는 것도 아닙니다. 그저 걱정스러운 이웃에게 내가 가진 것을 나누어 먹으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어리석은 소리라 여기신다면 그 말은 주님께 하셔야 할 겁니다. 결과로 모든 것을 해석하려는 이들은 새겨야 할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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