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 빈첸시오 신부님(부산교구 괴정성당 주임) 118

"이들이 내 어머니고 내 형제들이다."

"이들이 내 어머니고 내 형제들이다." 정호 빈첸시오 신부님(부산교구 괴정성당 주임) 묵상 듣기 : youtu.be/Er3HnZSuq1Y 사제인 저에게도 가족이 있습니다. 그래서 저에게는 어머니와 누이가 있습니다. 사제가 되기 위해 신학교에 들어갈 때 세상과 단절된다는 느낌으로 교문을 들어섰지만 막상 신학생 시절과 사제 때의 생활에서 가족이 남이 되거나 남보다 못한 관계가 되는 일은 없었습니다. 오히려 언급할 때마다 혹은 어떤 일이 있을 때 가족이라도 오게 되면 모든 일에 가장 앞선 관계로 회복되는 것이 보통이었습니다. 예수님이 계신 곳 어머니와 가족들이 당신을 찾아왔을 때도 그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예수님을 대하는 이들에게 예수님의 가족들은 자신들보다 우선하는 관계였고 그래서 그들은 예수님의 말..

사제의 공간 2020.07.21

스승님, 스승님이 일으키시는 표징을 보고 싶습니다

“스승님, 스승님이 일으키시는 표징을 보고 싶습니다.” 정호 빈첸시오 신부님(부산교구 괴정성당 주임) 묵상 듣기 : youtu.be/pyiHxuhUQbo 예수님을 찾아온 사람들. 그들은 예수님께 표징을 요구합니다. 그런데 그들이 율법학자와 바리사이였습니다. 그들은 하느님의 말씀을 전하고 가르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들이 표징을 요구하는 것은 사람들이 기대하는 것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그들은 이미 하느님에 대한 믿음과 신앙의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그들이 예수님에 대한 확신이 필요해서 순수한 마음으로 청했을수도 있고, 예수님을 떠보기 위한 시험일수도 있었겠지만 이 둘 다 그들이 지닌 신분에는 전혀 맞지 않는 요구였습니다. 하느님을 믿고 따름은 모든 신자에게 공통적인 부분입니다. 기적이나 능력으로 사람을 구..

사제의 공간 2020.07.20

"수확 때까지 둘 다 함께 자라도록 내버려 두어라."

"수확 때까지 둘 다 함께 자라도록 내버려 두어라." 정호 빈첸시오 신부님(부산교구 괴정성당 주임) 묵상 듣기 : youtu.be/pKsfZjPX3Wo 초등학교의 이름이 국민학교 였을 때 우리나라의 곡창지대에 대해 배웠습니다. 그리고 가까운 김해에 김해평야가 있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부산에서 가장 높다는 금정산 고당봉에 올라 뒷편으로 펼쳐진 김해평야를 보았을 때 설명이 필요없는 광경을 보았습니다. 낙동강 뒤로 펼쳐진 끝도 없는 논들의 모습은 평지에 펼쳐진 광활한 잔디밭과 같았습니다. 이제 고당봉에 올라보면 많이 줄어든 논과 함께 희뿌연 아파트들이 들어서 있습니다. 평야에 아파트가 들어서고 생명의 곡식은 점점 사라져갑니다. 오늘은 농민주일입니다. 땀흘려 일하며 세상에 생명을 일구는 이들 모두를 '농민'이..

사제의 공간 2020.07.19

‘내가 바라는 것은 희생 제물이 아니라 자비다.’

‘내가 바라는 것은 희생 제물이 아니라 자비다.’ 정호 빈첸시오 신부님(부산교구 괴정성당 주임) 말씀 듣기 : youtu.be/uFen6ye9mos 결코 무난하지 않으신 예수님 때문에 또 한 번 안식일이 떠들썩합니다. 그냥 넘어갈 수 있고 아무일도 아닌데 예수님이 나타나시면 조용하게 넘어가는 일이 별로 없습니다. 사람들의 시선으로 보면 몰상식하다고 여길만한 일들도 있습니다. 오늘 일어난 일이 그것입니다. 우리는 평일에 이 복음을 대하지만 안식일에 해서는 안되는 일을 두고 예수님은 우리의 평일에는 아무렇지 않은 일에 관해 안식일의 의미를 밝히려 하십니다. 제자들이 한 일은 배고픈 이들에게 허용되었던 밀 이삭을 훑어 먹는 것이었습니다. 그날이 평일이었으면 잘못도 아닌 일, 오히려 하느님 덕분에 사람이 기쁨과..

사제의 공간 2020.07.17

“여인이시여, 이 사람이 어머니의 아들입니다.”

“여인이시여, 이 사람이 어머니의 아들입니다.” 정호 빈첸시오 신부님(부산교구 괴정성당 주임) 성령 강림 대축일이 지난 월요일. 곧 교회의 생일에 이어지는 날이 교회의 어머니 복되신 동정 마리아께 봉헌되고 그 복음에서 우리가 기억하는 것은 십자가 아래에서 이루어진 예수님의 특별한 유언입니다. 그것은 어머니를 제자에게 맡기시고, 또 제자 역시 어머니께 맡기신 것입니다. 그것을 교회가 어머니에게 맡겨진 것으로 우리는 생각합니다. 지금이야 오랜 역사를 무시하고 성모님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이야기가 많지만 그리스도교는 처음부터 이 어머니를 어머니로 여기고 있었습니다. 그 시작이 복음에서부터 시작하고 있고 그 내용은 바로 그리스도의 어머니로서의 성모님의 인생의 연장으로 볼 수 있습니다. 교회를 어머니께 맡겼다는 ..

사제의 공간 2020.06.01

“주님, 이 사람은 어떻게 되겠습니까?”

“주님, 이 사람은 어떻게 되겠습니까?” 정호 빈첸시오 신부님(부산교구 괴정성당 주임) 묵상 듣기 : https://youtu.be/dVkXZwGc3PU 주님의 사랑 받는 제자에게 관심이 쏠립니다. 주님이 사랑하신 것이 분명하신 저 사람은 어떻게 될까에 대한 궁금증은 그가 죽지 않는다는 소문으로 확산됩니다. 그리고 우리가 읽은 복음이 바로 그 제자의 손에서 적힌 글이라는 설명이 추가 됩니다. 예수님의 제자. 또는 예수님의 사람들인 그리스도인들이 저마다 다르다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입니다. 그런데 그 다름이 이유가 되어 주님께 더 사랑받고 덜 사랑 받는 사람으로 구분되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예수님의 사랑은 같은 햇살처럼 퍼지는데 우리가 볼 때 그 느낌의 정도가 다르다고 해서 우리가 그것을 특별함..

사제의 공간 2020.05.30

"이 세상에서 자기 목숨을 미워하는 사람은영원한 생명에 이르도록 목숨을 간직할 것이다."

"이 세상에서 자기 목숨을 미워하는 사람은 영원한 생명에 이르도록 목숨을 간직할 것이다." 정호 빈첸시오 신부님(부산교구 괴정성당 주임) 묵상 듣기 : https://youtu.be/LT1-9oPCk1o 신학교 때 "밀알"이란 이름의 동아리에 들었습니다. 얼마전부터 다시 시작했지만 시간이 너무 지나버린 듯 어색함도 많았습니다. 동아리의 소식지를 처음으로 내던 날. 밀알이라는 이름에 대해 이 비슷한 정의를 내렸던 것을 기억합니다. "죽음, 그 한마디의 모든 것"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죽지 않으면으로 시작되는 예수님의 가르침은 사실 우리에게 가장 아픈 구석입니다. 우리가 하느님을 믿는 모습을 보면 죽지 않으려 애를 쓰는 모습을 보이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을 사랑한다 고백하고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지만 주님이..

사제의 공간 2020.05.29

"아버지께서 저를 사랑하신 그 사랑이 그들 안에 있고저도 그들 안에 있게 하려는 것입니다."

"아버지께서 저를 사랑하신 그 사랑이 그들 안에 있고 저도 그들 안에 있게 하려는 것입니다." 정호 빈첸시오 신부님(부산교구 괴정성당 주임) 묵상 듣기 : https://youtu.be/nOAAOLgr3uc 우리가 사용하는 단어 중 "일치"라는 말이 있습니다. 모두가 한 마음을 지니고 함께 하는 것에서 우리는 일치라는 단어를 발견하고 또 서로에게 강조합니다. 태어날 때부터 전혀 다른 존재일수밖에 없는 우리가 일치를 이루는 일은 차이의 크기와 종류만큼 힘이 듭니다. 한 하느님을 믿으며 사는 우리도 일치라는 말을 많이 사용하지만 사제들 조차도 모든 이의 생각이 같을 수는 없다고 말하며 '반대 받을 용기'를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자신이 옳다면 결국 이해할 것이라는 정도가 최대한 양보한 마음입니다. 하지..

사제의 공간 2020.05.28

"제가 세상에 속하지 않은 것처럼 이들도 세상에 속하지 않습니다."

"제가 세상에 속하지 않은 것처럼 이들도 세상에 속하지 않습니다." 정호 빈첸시오 신부님(부산교구 괴정성당 주임) 우리는 세상 속에 존재합니다. 세상 안에서 살며 사람들과 어울려 사회를 이루고 문화를 만들고 누리며 사는 중입니다. 그런데 주님은 아버지께 우리가 세상에 속하지 않는다고 말씀하십니다. 그것도 '당신처럼'이라는 표현을 쓰시면서 말입니다. 분명 함께 하지만 다른 존재가 되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생각해봅니다. 세상은 언젠가부터 늘 규칙을 정하고 그 틀 안에서 살아갑니다. 그리고 그 틀을 누가 정하는가에 따라 여러 형태를 지녀왔습니다. 많은 경우 '지도자'의 자리를 차지하는 사람의 힘과 권력의 내용에 따라서 정해져 왔기에 우리는 특정한 사람에 의해 좌우되는 세상을 살았습니다. 그리고 지금 모든..

사제의 공간 2020.05.27

"너희는 세상에서 고난을 겪을 것이다. 그러나 용기를 내어라. 내가 세상을 이겼다."

"너희는 세상에서 고난을 겪을 것이다. 그러나 용기를 내어라. 내가 세상을 이겼다." 정호 빈첸시오 신부님(부산교구 괴정성당 주임) 묵상 듣기 : https://youtu.be/oEIKnWdPR14 보좌시절 크게 아팠던 끝에 통풍이라는 골치아픈 친구를 만났습니다. 30대 초반 통풍이 드물던 때라 전혀 경험하지 못한 아픔을 가지고 며칠을 앓았습니다. 풍선처럼 부어오르는 발을 어쩌지 못하고 울기만 하다 병원에서 통풍이라는 진단을 받았을 때 다른 병과 이름이 헛갈려 다들 당황했던 기억이 납니다. 통풍의 아픔은 어느 정도라고 말하기 힘들고 그냥 아프고 눈물나도록 고통스럽습니다. 10년도 훨씬 지났지만 여전히 한 번 시작하면 각오하고 보내야 합니다. 고통의 정도는 신기하게 전혀 줄어들지 않습니다. 하지만 익숙함은..

사제의 공간 2020.05.25

"그날에는 너희가 나에게 아무것도 묻지 않을 것이다."

"그날에는 너희가 나에게 아무것도 묻지 않을 것이다." 정호 빈첸시오 신부님(부산교구 괴정성당 주임) 묵상 듣기 : https://youtu.be/0yE8KxVPAZg 예수님을 잃어버린 제자들의 당혹스러움과 충격을 미리 내다보시는 예수님의 말씀은 그들이 결국 마주하게 될 세상과 자신들의 삶을 미리 알게 하십니다. 그리고 곧 그 상황을 이해하고 알게 되리라는 말씀을 하십니다. 주님을 다시 만나게 되리라는 예수님의 말씀은 우선 부활의 체험을 말하고 있지만 더 나아가면 승천하신 주님 대신 세상을 살아야 하는 제자들을 알려주는 말씀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그들이 주님을 우리에게 알려주고 함께 예수님의 말씀을 살았던 2천년의 역사 끝에 서 있습니다. 제자들은 주님이 떠나시고 성령 안에서 생활하며 지금까지 살았던 변..

사제의 공간 2020.05.22

“조금 있으면 너희는 나를 더 이상 보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다시 조금 더 있으면 나를 보게 될 것이다.”

“조금 있으면 너희는 나를 더 이상 보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다시 조금 더 있으면 나를 보게 될 것이다.” 정호 빈첸시오 신부님(부산교구 괴정성당 주임) 부활 제6주간 목요일. 시간으로 치면 오늘이 주님 승천 대축일입니다. 주님이 우리를 떠나심을 준비하며 말씀을 들었던 시간 속에서 지금 홀로 있는 듯한 우리의 매일 매시간이 주님이 준비한 시간이라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는 시간이었습니다. 또한 그렇게 주님의 부활을 느낄 수도 있음을 고백합니다. 수난과 죽음 후 부활하신 주님에 대해 어떤 이들은 육신의 부활이라하고 또 어떤 이들은 육신의 부활이 아닐 수 있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그들 모두가 말하는 부활은 제자들은 그리고 주님의 부활을 체험한 모든 이들은 주님의 인격적인 부활, 곧 이전의 예수님을 다시 만나..

사제의 공간 2020.05.21

"종은 주인보다 높지 않고, 파견된 이는 파견한 이보다 높지 않다."

"종은 주인보다 높지 않고, 파견된 이는 파견한 이보다 높지 않다." 정호 빈첸시오 신부님(부산교구 괴정성당 주임) 신앙인들은 자기 성찰에 익숙한 사람들입니다. 자신을 살피고 자신에게 부족한 점과 잘못한 일을 파악하는데 익숙합니다. 거의 모든 행사나 전례에 있어서 먼저 성찰하는 시간이 필수이기도 합니다. 이것은 어떤 일을 하기 전 자신을 살피는 것은 거울을 들여다 보는 것과 비슷합니다. 그러나 거울을 처음볼 때와 이후 거울을 볼 때 사람은 같은 마음일 수 없습니다. 처음은 자신을 정돈하고 부족함을 찾아내지만 다음은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더 반듯하게 보이고 멋지고 예쁘게 보이기 위해 노력합니다. 한 번은 겸손의 모습이지만 또 한 번은 자기애에 가까운 모습을 보입니다. 오늘 복음을 시작하는 예수님의 말씀은 ..

사제의 공간 2020.05.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