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의 공간

‘내가 바라는 것은 희생 제물이 아니라 자비다.’

松竹/김철이 2020. 7. 17. 17:07

‘내가 바라는 것은 희생 제물이 아니라 자비다.’

 

                                                                    정호 빈첸시오 신부님(부산교구 괴정성당 주임) 

 

                                                            

                   말씀 듣기 : youtu.be/uFen6ye9mos

 

 

결코 무난하지 않으신 예수님 때문에 또 한 번 안식일이 떠들썩합니다. 그냥 넘어갈 수 있고 아무일도 아닌데 예수님이 나타나시면 조용하게 넘어가는 일이 별로 없습니다. 사람들의 시선으로 보면 몰상식하다고 여길만한 일들도 있습니다. 오늘 일어난 일이 그것입니다.

 

우리는 평일에 이 복음을 대하지만 안식일에 해서는 안되는 일을 두고 예수님은 우리의 평일에는 아무렇지 않은 일에 관해 안식일의 의미를 밝히려 하십니다. 

 

제자들이 한 일은 배고픈 이들에게 허용되었던 밀 이삭을 훑어 먹는 것이었습니다. 그날이 평일이었으면 잘못도 아닌 일, 오히려 하느님 덕분에 사람이 기쁨과 행복을 얻을 수 있는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날 제자들은 해서는 안되는 일을 했다 합니다. 배고픈 중에 벌인 일이 죄가 되고 죄인이 되는 결과로 이어집니다. 그리고 그 스승을 욕보이는 직경에 이르렀을 때 예수님은 당신과 제자들을 지적하는 이들에 정면으로 부딪히십니다.

 

그것도 그들의 절대적인 조상 다윗의 이야기를 꺼내면서 말입니다. 그 이야기에서 가장 중요한 말은 다윗이라는 가치가 아니라 그와 그 일행이 '배고팠을 때'가 가장 중요한 말이 됩니다. 

 

사람이 허기졌을 때, 다윗도 또한 성전에 일하는 사제들도 안식일 법을 분명히 어기는 일에도 단죄되지 않는다는 예수님의 이야기는 사람의 허기를 면하는 일과 성전에서 일하는 이들에게 하느님의 법이란 예외가 아니라 오히려 안식일에 합당할 수 있음을 이야기하십니다. 그것이 하느님이 우리에게 쉼의 날을 정하신 이유를 더 잘 밝혀주는 것이란 이야기입니다. 금지된 빵에 손을 댄 다윗은 그들 조상이고 거룩한 사람이라서 예외가 되는 것이 아니라 허기짐으로 인해 모두가 하느님의 자비를 입었음을 말합니다. 또한 성전에서 안식일을 어기는 사제 역시 하느님 안에서의 삶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합니다. 

 

하느님을 생각하고 하느님의 말씀을 지키는 것은 상황에 따라 이렇게도 저렇게도 할 수 있다는 말이 아닙니다. 그 근본을 밝혀 지키는 것은 하느님이 우리를 보시고 대하시듯 우리도 모든 날을 그렇게 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평일은 우리가 일하며 자신을 위해 가족을 위해 정신 없이 살아가는 날입니다. 그 날에 허용되는 사랑의 행위와 정신이 안식일에 막혀 버린다면 하느님도 그분의 모든 것도 사람보다 못한 것이 되고 맙니다. 안식일을 만드신 하느님이 과연 그런 의미로 이 날을 세상이 멈춘 날로 만드셨을까요? 

 

우리에게 지금 안식일이나 주일은 여전히 '쉬는 날'입니다. 그런데 이미 우리에게 이 날이 '의무'를 다하는 날로만 여겨지는 모습은 2천년 전 이 지독한 편견의 안식일보다 훨씬 못한 날이 된듯 여겨집니다. 우리는 이날 쉬기 위해 모든 것을 허용하고 사랑도 자신부터 시작하는 날로 보내니 말입니다. 하느님 보다 독한 사람이 이미 주일과 안식일을 왜곡시켰음에 한숨이 절로 나옵니다. 

 

365일 모든 날이 하느님 안식일의 의미가 살아있는 날들이면 좋겠습니다. 언제나 배고픈 이들의 허기는 채워질 수 있는 기회와 위로와 기쁨의 날이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