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의 공간

"그날에는 너희가 나에게 아무것도 묻지 않을 것이다."

松竹/김철이 2020. 5. 22. 10:20

"그날에는 너희가 나에게 아무것도 묻지 않을 것이다."

 

                                         정호 빈첸시오 신부님(부산교구 괴정성당 주임)

 

 

묵상 듣기 : https://youtu.be/0yE8KxVPAZg

 

 

예수님을 잃어버린 제자들의 당혹스러움과 충격을 미리 내다보시는 예수님의 말씀은 그들이 결국 마주하게 될 세상과 자신들의 삶을 미리 알게 하십니다. 그리고 곧 그 상황을 이해하고 알게 되리라는 말씀을 하십니다. 주님을 다시 만나게 되리라는 예수님의 말씀은 우선 부활의 체험을 말하고 있지만 더 나아가면 승천하신 주님 대신 세상을 살아야 하는 제자들을 알려주는 말씀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그들이 주님을 우리에게 알려주고 함께 예수님의 말씀을 살았던 2천년의 역사 끝에 서 있습니다. 제자들은 주님이 떠나시고 성령 안에서 생활하며 지금까지 살았던 변함없는 세상 안에서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며 주님을 전하고 사람들이 주님의 길을 따르도록 가르치고 스스로도 실천하며 살았습니다.

 

예수님은 그런 제자들의 삶이 마치 산통 끝에 아이를 낳은 어머니의 마음과 같으리라 이야기하십니다. 근심과 걱정, 그리고 생사를 넘나드는 고통의 순간을 마주하지만 그 모든 것은 아이와 함께 눈 녹듯 사라지고 기쁨으로 가득한 것처럼 그리되리라고 말입니다.

 

그리고 그것이 주님이 우리 안에서의 마음이었을 것입니다. 주님은 우리와 함께 사시며 우리 안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통해 아버지의 뜻을 찾으셨습니다. 곧 우리가 세상의 유혹 안에서 일어서 진실을 따라 진리로 나아갈 때 예상되는 모든 부분 앞에서 두렵기도 하겠지만 그것을 넘어서고 참 기쁨과 행복을 누리며 하느님의 뜻을 깨닫고 더욱 단단하게 하늘나라의 일을 하게 되리라는 것을 믿어야 합니다.

 

실제 세상은 그것이 옳다는 것을 몰라서 사는 이들과 알면서도 고의로 그것을 어기며 이익을 취하는 이들로 가득차있습니다. 그 속에서 하느님의 진리를 찾고 따르는 것은 다투고 싸워 이기는 것이 아니라 사랑으로 지키고 버티는 일이 될 것입니다. 오랜 시간동안 세상은 죄라는 허울 밖에서 더 가지고 남들보다 더 나은 삶을 사는 것을 행복으로 만들어 사람들을 유혹하고 있으니 그 유혹의 강한 힘은 우리가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그 속에서 하느님의 사랑은 힘을 잃고 외면당할 수밖에 없는 듯 보입니다. 단지 희망이 있다면 이것이 틀렸다고 말하지 못하는 주님의 말씀과 기록이 세상에 변하지 않는 가치로 남은 것 뿐입니다. 우리가 믿고 살아야 하는 것은 그 흔들리지 않는 기준 하나입니다. 살면 알게 되고 깨닫게 되는 이 가치 앞에 제자들도 지금 우리도 함께 서 있습니다.

 

그러므로 포기하지 말고 이 길에 당당히 서야 합니다. 이길 수 없을 정도로 힘이 세진 유혹의 세상이지만 실망하지 않고 알고 버티며 사랑을 지키면 믿을 수 없이 빠른 시간에 주님의 기쁨을 알게 될 것입니다. 그것이 처음부터 존재한 진리의 힘입니다. 그러므로 알면서도 사랑을 선택할 수 있는 어리석은 우리가 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