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들을 통하여 제가 영광스럽게 되었습니다."
정호 빈첸시오 신부님(부산교구 괴정성당 주임)
주님 승천이 있고 우리에겐 시간이 주어졌습니다. 주님 없이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과 더불어 주님이 우리에게 어떤 분이셨는지를 헤아려야 할 시간입니다. 그래야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도 따라 결정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 우리가 들은 복음의 이야기는 예수님이 아버지께 가기 전 드리신 기도입니다. 그리고 그 기도의 내용은 이 세상에서 이루어진 일들에 대한 예수님의 요약이자 아버지께 대한 감사의 기도였습니다. 아버지 안에 머무시는 예수님은 이 세상에서 아버지의 뜻을 이루고 이제 다시 돌아가실 것이라 하십니다.
그런데 세상과 당신의 사람들을 구분하시는 예수님의 말씀은 눈여겨 볼 필요가 있습니다. 예수님의 생애가 세상에 구원의 길을 열어 놓은 것은 사실이지만 실제 세상이 변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우리의 말은 늘 인류 구원을 말하지만 사실 예수님은 십자가의 죽음을 당하셨고 끝까지 당신의 모든 것을 깨닫고 따랐다고 자신 있게 말할 제자들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세상은 변화했다고 말하기 어렵고 예수님도 누군가의 기억 속에 자리할 한 분으로 그칠 수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당신이 하실 일을 다 이루었다고 이야기하십니다. 그리고 당신이 함께 하시며 하느님 아버지의 뜻을 알려주신 그들에게 모든 것이 다 넘겨졌다고 이야기하십니다.
만약 예수님의 말씀을 사실이라고 생각한다면 인류 구원은 여전히 희망일 수 있고, 그 도구는 너무나 평범했던 당신의 제자들. 그래서 세상을 바꿀 힘이 없어 보이는 이들에게 주어졌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예수님의 기도는 분명하고 당신의 선택도 승천으로 확실함을 보여줍니다.
우리는 예수님을 알고 믿는 그리스도인들입니다. 우리가 대단한 사람이어서 이 신앙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우리는 그저 우리의 삶에서 어떤 태도를 지니고 무엇을 실천해야 할지만 압니다. 그것이 주님이 가르쳐주신 것이니 말입니다. 서로를 사랑하는 것, 벗을 위해 목숨을 내 놓을 수 있는 전적인 사랑으로 사람을 아끼고 이 근본이 하느님에게서 왔다는 것을 아는 사람으로 사는 것이 그것입니다.
그런 사람이 지도자가 되고, 선생님이 되고, 아버지와 어머니가 되는 것입니다. 또 이것을 아는 자녀로 사는 것이 우리가 그리스도를 믿어서 할 수 있는 일입니다. 사람이 바뀌는 것이 세상을 구하는 이치입니다. 어떤 일을 해서가 아니라 그가 어떤 사람인가가 중요합니다. 그래서 예수님이 일이 아닌 사람에 집중하셨고, 당신 역시 어떤 사람으로 사신 것입니다.
우리가 지금 어떤 역할을 하고 자리가 어디인가는 별로 중요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어떤 사람인가가 중요합니다. 역사는 꼭 승자의 것만은 아닙니다. 2천년을 이어온 예수님의 가르침에 우리가 벗어나지 못함에서 그 힘과 사랑을 느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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