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의 공간

"제가 세상에 속하지 않은 것처럼 이들도 세상에 속하지 않습니다."

松竹/김철이 2020. 5. 27. 00:22

"제가 세상에 속하지 않은 것처럼 이들도 세상에 속하지 않습니다."

 

 

                                                 정호 빈첸시오 신부님(부산교구 괴정성당 주임)

 

 

우리는 세상 속에 존재합니다. 세상 안에서 살며 사람들과 어울려 사회를 이루고 문화를 만들고 누리며 사는 중입니다. 그런데 주님은 아버지께 우리가 세상에 속하지 않는다고 말씀하십니다. 그것도 '당신처럼'이라는 표현을 쓰시면서 말입니다.

 

분명 함께 하지만 다른 존재가 되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생각해봅니다. 세상은 언젠가부터 늘 규칙을 정하고 그 틀 안에서 살아갑니다. 그리고 그 틀을 누가 정하는가에 따라 여러 형태를 지녀왔습니다. 많은 경우 '지도자'의 자리를 차지하는 사람의 힘과 권력의 내용에 따라서 정해져 왔기에 우리는 특정한 사람에 의해 좌우되는 세상을 살았습니다. 그리고 지금 모든 사람들이 존귀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음에도 여전히 우리는 비슷한 특성을 보이고 살아갑니다.

 

예수님이 말씀하신 세상도 그 때 이스라엘의 상황을 이야기합니다. 성전을 중심으로 살아간다고 하지만 외세의 지배를 받고 자신들 안에서는 하느님의 말씀을 자신들을 위한 수단으로 만들어 버린 이들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사람들은 죄인된 처지에서 살았습니다. 예수님이 태어나면서 겪으신 모든 것이 세상이었다면 예수님은 분명 세상에 어울리지 않는 인생을 사셨습니다.

 

단지 한 사람인데 사회에서 소외된 이들 틈에 태어나서 자라고 누구도 기억하지 않는 존재로 사는 것. 그리고 그런 이들을 모아 하느님을 가르쳤습니다. 그 가르침 속에는 세상이 말하는 사람됨의 가치가 아닌 태어남으로부터 소중한 사람, 하느님에게 외면받을리 없는 사람의 가치가 있었고 어떤 처지에서든 서로 함께 살아가는 인생이 들어 있었습니다.

 

예수님에게 사람들은 구분되어 가려짐 없이 모두 한 밥상에 앉았고 어떤 이유로든 차별받지 않았습니다. 삶에서 마주치는 사람들도 땅도 가려지지 않았고 그들 모두가 한 하느님 안에 있음을 알려주셨습니다. 결국 하느님의 뜻은 사람을 가리지 않고 모두에게 드러나야 한다는 예수님의 말씀과 삶은 세상의 기준과는 전혀 다른 것이었습니다.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은 예수님의 가르침을 따른 이들이 만든 영향 속에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전히 물질 위주와 힘과 권력에 따라 살아가는 세상의 이기적인 흐름을 따르고 있지만 그 속에서 물들지 않는 예수님의 가치는 여전히 섞이지 않는 가치로 살아있습니다. 그리고 그 존재는 다름아닌 예수님을 알고 하느님의 뜻을 지키는 이들에게서 살아있습니다.

 

우리는 세상을 살지만 세상 안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기억해야 할 이유입니다. 하느님의 가르침은 특별하기 때문이 아니라 근본이기에 세상과 다릅니다. 그리고 그 다름을 아는 이들이 세상을 구합니다. 그 다름과 그 가치로 모든 이를 안아 줄 수 있는 우리가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