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은 주인보다 높지 않고, 파견된 이는 파견한 이보다 높지 않다."
정호 빈첸시오 신부님(부산교구 괴정성당 주임)
신앙인들은 자기 성찰에 익숙한 사람들입니다. 자신을 살피고 자신에게 부족한 점과 잘못한 일을 파악하는데 익숙합니다. 거의 모든 행사나 전례에 있어서 먼저 성찰하는 시간이 필수이기도 합니다. 이것은 어떤 일을 하기 전 자신을 살피는 것은 거울을 들여다 보는 것과 비슷합니다. 그러나 거울을 처음볼 때와 이후 거울을 볼 때 사람은 같은 마음일 수 없습니다. 처음은 자신을 정돈하고 부족함을 찾아내지만 다음은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더 반듯하게 보이고 멋지고 예쁘게 보이기 위해 노력합니다. 한 번은 겸손의 모습이지만 또 한 번은 자기애에 가까운 모습을 보입니다. 오늘 복음을 시작하는 예수님의 말씀은 그런 우리의 모습을 생각하게 합니다. 제자들의 발을 씻겨주신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당신의 본을 보라고 하시면서 명심할 이야기 하나를 전하십니다. "종은 주인보다 높지 않고, 파견된 이는 파견한 이보다 높지 않다." 언젠가 제자들이 사람들 앞에 서야 하고 그들에게 하느님을 전해야 할 때 사람들의 눈에 들어오는 것은 제자들이 전부일겁니다. 제자들은 모두 주님이 주신 사명과 능력으로 사람들에게 다가가지만 그들의 근본을 잊게 되면 그들은 자신이 하느님의 자리, 또 스승인 그리스도가 된 듯 행동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누구도 그들을 제지할 수 없는 처지에서는 생각하나만 바뀌면 자신이 전부이자 최고가 되고 맙니다. 예수님은 서로의 발을 씻어주라 하시며 스승으로부터 이 모든 것이 시작되었음을 잊지 말라고 하십니다. 내 스승이 그랬던 것처럼, 곧 하느님이 우리를 사랑하신 것처럼 우리도 사랑해야 한다는 것이 근본이라는 것입니다. 거울 속 나의 모습을 보고 단장을 하는 것이면 충분하고 그것으로 사람들 앞에 두려움 없이 서면 되는데 거기서 자신을 내세우기 위해 거울을 떠나지 못하는 사람, 또 계속 거울만보는 사람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당신의 제자들이 이 말을 잊을 수 있음을 알고 계십니다. 그럼에도 당신의 발씻김이 예외없이 이루어졌듯 당신 역시 아버지처럼 제자들을 파견하십니다. 당신이 파견하신 이를 맞아들이는 것이 당신을 맞아들이는 것과 같다고 이 사랑의 역사를 계속하시려 제자들을 축복하십니다. 성소주일로부터 시작된 거룩한 부르심의 의미에서 응답이 아닌 스스로의 말을 만들어 내는 지경에 이르는 이유는 근본을 잊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첫마음을 이야기하는 이유도 그것 때문입니다. 사실 첫마음일 때의 모습들은 모두 서툴고 부족한 모습들입니다. 경험이 없는 이들의 노력은 실력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그때의 마음이 우리에게 필요한 이유는 그것을 잊으면 사람은 자신을 위해 모든 것을 망각하고 망쳐버리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시작과 모든 순간이 하느님의 사랑으로 이루어지고 채워졌음을 이해한다면 우리는 주인처럼 사랑할 수 있고, 파견하신 분의 뜻이 이루어진다는 것에 대한 기쁨과 행복으로 모든 것에 만족할 수 있어야 합니다. 자신을 위한 신앙, 자신의 행복이 판단의 기준이 되는 지도자는 결국 모든 것을 망쳐버리고 스스로 스승과 가장 먼 곳에 서게 마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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