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내 아버지의 이름으로 하는 일들이 나를 증언한다."
정호 빈첸시오 신부님(부산교구 괴정성당 주임)
아이들은 아직 미완성의 단계에 있는 사람입니다. 아직 배워야 하고 갖추어야 할 것이 많은 그리고 세상의 이치에 대해서도 배움을 넘어 실제의 것에 대한 경험을 해보지 못한 사람들입니다. 그 아이들에게 이기는 법을 가르치고 최고라는 가치를 억지로 심어 한시도 마음놓고 즐겁고 행복한 무채색의 시간을 지낼 수 없게 하는 어른들의 모습은 위험하기 그지 없습니다.
언젠가부터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자신들보다 더 뛰어난 사람이 되기를 요구하고 자신 조차 해 보지 않은 시간과 공간, 그리고 경험으로 아이들을 어릴 때부터 강제하며 몰아세웁니다. 만약 그 아이들이 부모와 전혀 다른 사람이 된다면 누구도 경험해보지 못한 곳에서 스스로 모든 판단과 행동을 해야 합니다. 그런데 그렇게 되어 마음대로 방종하는 것이 행복이라고 가르치고 그것이 힘이라고 말한다면 그 아이의 기준은 세상을 비뚤어진 채 바라볼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면서 자신이 올바르다고 생각하게 마련입니다.
지금 우리는 많은 것이 뒤틀려진 세상에서 부분적인 올바름을 말하며 조화롭지도 이해되지도 않는 훌륭한 사람이 되라고 이야기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오늘 복음 속 예루살렘 사람들의 태도가 그러합니다. 그들은 예수님에게 애태우며 묻습니다. 예수님이 진짜 메시아가 맞는지 말입니다. 그런데 그들은 모두 이미 예수님을 경험한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분의 말씀을 들었고 그분에게서 일어나는 일들을 보았습니다. 주님은 말과 행동 그 모두에서 하느님을 증언하셨고 하느님의 뜻을 가르치셨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예수님이 '내가 메시아다'라는 선언을 하시기를 기다립니다. 그렇지만 예수님은 당신은 이미 말씀하셨다고 말합니다. 더 이상 보여줄 것이 없다는 이야기인데 사람들은 예수님이 드러내고 메시아로 행동하시기를 기다리는 듯 합니다.
사람들에게 메시아는 예수님이 보여주신 것이 변죽을 울리는 것처럼 밖에 보이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예수님의 모습은 자신들과 다를바가 없었고 더 이상 무엇인가, 자신들이 생각하는 힘도 권력도 명예도 보여주지 않으셨기 때문입니다. 그들 눈에 예수님은 발톱을 숨긴 채 살아가는 영웅과 같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사람들은 어떤 메시아를 기대했던 것일까요? 예수님의 그 모습으로도 하느님을 받아들이지 못했던 사람들의 기대와 요구는 사실 허상과 같았습니다. 그들은 한 번도 해 보지 못했고 보지도 못했던 것을 어느날부터인가 기대하고 바라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자신들의 처지와 상황 모든 것에서 하느님을 잃은 듯한 사람들처럼 살았기에 예수님에게 다른 것을 요구하게 된 것입니다. 마치 우리가 아이들에게 우리도 보지 못한 세상의 위인이 되라고 기대하고 재촉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하지만 어린아이들의 상태는 그 어느때보다 하느님의 자녀의 모습에 가깝고 그 모습에서 드러나는 순수함을 바탕으로 하느님은 더 정확히 설명됩니다. 달리 말하면 그 때처럼 세상의 행복을 만끽할 때가 없는 나이이고 그 때의 그 행복이 결국 그 아이의 미래의 모습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예수님은 우리에게 하느님께서 언제나 함께 하심을 알려주셨고 우리는 느꼈습니다. 그 순간이 바로 복음이고 행복이며 신앙의 모습이고 영원한 생명의 가치라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므로 그 이상의 것을 요구하거나 생각한다고 말하며 지금을 불만족스럽게 여기고 늘 쫓기듯 살아가는 것은 무모하고 어리석은 일입니다.
모두가 '첫마음'을 이야기하는 세상입니다. 원하기는 지금보다 더 발전하기를 원하고 여전히 발전 중이면서도 첫마음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의 심리는 이미 모든 것을 가졌던 자신에 대한 아쉬움일지도 모릅니다. 이미 말했는데도 믿지 않는 이들 앞에서 요지부동 당신의 할 일만 하시는 예수님. 그분에게 만족하지 못하면 도대체 무엇으로 하느님을 말할 수 있겠습니까?
축복의 날을 예언의 날로 만들어 아이들을 힘겹게 하는 우리가 아니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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