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삯꾼은 목자가 아니고 양도 자기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리가 오는 것을 보면 양들을 버리고 달아난다."
정호 빈첸시오 신부님(부산교구 괴정성당 주임)
성소주일로 시작한 한 주간, 오늘 복음에는 착한 목자이신 주님을 만납니다. 목자는 양들과의 관계를 통해 이야기됩니다. 같은 땅, 같은 울타리 안에 놓여 있는 양들에게 다가가는 이가 목자인지 삮꾼인지 양들이 구분하기란 그리 쉽지 않습니다. 이리떼가 나타나기 전에는 똑같은 일상이 반복됩니다. 시간이 되면 울타리를 열어 풀밭으로 데려가고 시간이 되면 모두 한 곳에 모여 문을 닫고 하루가 끝이 납니다. 그런데 위기에 목자와 삯꾼이 구분됩니다. 목자는 양들 앞에서서 양들을 지키고 삭꾼은 도망가기 바쁩니다. 양들에 대한 태도가 처음부터 달랐다는 것은 그 때 드러납니다. 착한 목자 예수님은 그 양들을 잃지 않습니다. 끝까지 양들을 지키려 합니다. 양은 소유가 아닌 사랑하는 이들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삯꾼은 자신이 먹고 살 수 있을 때 안에만 양입니다. 위기에 선택해야 하는 것은 자기 자신입니다. 지금의 시대라면 이 구분은 더욱 쉽습니다. 자기를 사랑하고 자기를 위해 소명을 생각하면 그는 삯꾼입니다. 아무리 열심히 하고 열정이 넘치는 듯 해도 그 목적이 자신을 위한 것이라면 그는 삯꾼입니다. 자신은 아랑곳하지 않고 양들 앞에 서 있는 이는 목자입니다. 그래서 글로 읽는 목자가 아닌 살아있는 목자는 이 표현하나에 모든 것을 알 수 있는 듯한 감동이 전해집니다. "나는 착한 목자다." 세상은 이기적인 사람이 사람의 근본이라고 조용히 가르칩니다. 그러나 착한 목자는 양들을 위해 목숨을 겁니다.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양들을 위해 목숨을 거는 어리석음이 이 착한 목자의 모습입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그에게는 양들이 더 소중하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사랑하는 목자이기에 양들은 목자를 압니다. 양들에게 관심이 많고 결국 끝까지 지켜내려는 이 순진한 사람이 되는 것이 하느님의 뜻을 따르는 이들에게 필요한 덕목입니다. 자신의 행복을 물어가며 자신의 방향과 선택을 하는 것은 삯꾼의 가치입니다. 하느님의 소명을 삯꾼의 가치로 받아들이지 않아야 하지만 세상은 목자의 자리에 있는 사람들에게도 계속 묻습니다. "그래서 행복한가?" 목자의 기쁨은 양이지 자신이 아닙니다. 착한 목자를 따라가는 것이 우리가 하는 일입니다. 그분처럼 양들 걱정에 모든 것이 정해지는 삶을 사는 것이 목자의 기쁨이고 행복입니다. 그 근본을 잃지 않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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