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사람은 목수의 아들이 아닌가?"
정호 빈첸시오 신부님(부산교구 괴정성당 주임)
2020년 5월 1일. 성모님의 달을 시작하는 날입니다. 또한 가정의 달이기도 한 신록이 우거진 봄의 가장 깊은 계절이 시작되었습니다.
오늘 그 시작의 날에는 우리에게 여러 의미가 겹쳐 있습니다. 두 달 동안 함께 모이지 못했던 교우들이 함께 모여 다시 미사를 시작하는 기쁜 날이고, 성당 가족들이 함께 새로운 시작을 하는 날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 시작점에 다시 한 번 우리는 요셉 성인을 생각합니다.
오늘은 '근로자의 날'이고, 이 미사는 노동자 성 요셉을 기억하는 미사로 봉헌합니다. 예수님의 아버지요 성모님의 남편으로서가 아니라 땀흘려 일하며 가족을 돌보았던 '일하는 사람'으로서의 요셉을 기억하며 그렇게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이들의 짊어진 가치를 생각하는 날입니다.
그래서 이 미사를 통해 성모님께 이 시대의 위기와 아픔을 어루만져 주시기를 청하며 또한 삶의 가장 근본이 되는 땀의 가치를 모두가 생각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우리가 '근로'라는 단어로 표현하는 사람의 모습은 사람이 세상을 사는데 하느님이 새겨주신 근본, 곧 땀흘려 일해서 삶을 영위해야 하는 축복된 삶을 뜻합니다. 땀은 흙을 적신 물을 다시 세상으로 돌려내는 생명을 바치는 행위이자, 그것으로 정당한 댓가를 얻어 살게 되는 사람됨의 근본입니다.
세상은 땀흘려 일하는 가치를 언젠가 부터 '벌'이라고 불러오고 있습니다. 이 시대는 좀 더 땀흘리지 않고 일하고, 그럴수록 돈을 많이 벌고 높은 사람이 되는 삶을 바라며 살아갑니다. 그것으로 세상의 모든 가치를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자식들에게 '너희는 우리처럼 살지 말라'고 말하며 노동을 부끄럽게 여기도록 만들어 버린 미래를 현실로 경험하고 있습니다.
예수님을 맞이한 고향 사람들이 그분께 실망하고 지레 의심을 한 이유는 그분이 목수의 아들, 기껏해야 목수였기 때문입니다. 목수의 가치를 논하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일하는 이에게 하느님을 기대할 수 없다고 생각한 이들은 예수님을 따르던 제자들의 대부분의 모습과 다르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사는 삶은 하느님의 축복에는 열외이거나 떨어지는 은전 정도를 기대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 겁니다.
하지만 예수님도 그분의 제자들도 일을 통해 하느님을 알았고 믿었습니다. 예수님은 우리가 땀흘려 일하는 생명의 삶에서 하느님 나라를 가르치셨습니다. 그렇게 사람은 자신의 부족한 것을 채울 때 정당한 방식으로 최선을 다해 일하여야 한다는 것을 알게 하셨습니다. 곧 우리의 땀의 자리는 하느님이 가르쳐주신 정당한 삶의 자리이고, 그것은 결코 사람을 추하게 만들거나 초라하게 만드는 것이 아닙니다. 세상을 우리가 지탱하는 방식이고 가족을 지키는 일이며, 행복하게 사는 내용 중 하나입니다.
우리 모두가 일하며 서로를 채워주고 사랑합니다. 그렇게 우리가 이 땀의 가치를 알아야 세상은 바른 균형을 잡습니다. 일하는 사람은 땀을 흘려 자신의 생명을 세상에 내어 놓음으로 세상을 다스립니다. 그것이 유일한 우리의 삶의 방식이어야 합니다. 하느님이 계속 일하시는 것. 우리가 그분을 닮는 것임을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
다시 만난 가족들이 모두를 위해 서로 힘을 쏟고 사랑을 쏟기를 바랍니다. 5월 아름다운 화관을 성모님께 드리며 그분의 성실한 자녀였던 그리스도를 우리가 닮겠노라 다짐도 봉헌했으면 합니다. 예수님은 결코 부끄러운 아버지 요셉의 아들이 아니었으니 가족을 지켰던 지아비 요셉의 모범을 따라서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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