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교구 161

말씀의 이삭 | 일상의 행복

일상의 행복 최근 기자분들과 제 ‘일상’에 대해 말할 기회가 있었습 니다. 한 번도 의식적으로 생각해 본 적 없던 저의 하루가 어떠한지 그려보려고, 전날과 그 전날, 또 그 전전날을 떠 올려 봤습니다. 저는 일주일에 네 번은 같은 시간에 운동 하고, 집안일을 하며, 촬영장을 오갑니다. 촬영장이 특별 해 보일 수 있겠지만, 배우인 제가 현장에 가는 건 회사원 이 사무실에 가는 것과 비슷하지 않을까요? 몇 년 사이 제 일상에 변화가 조금 있긴 합니다. 4년 전 부터 강아지 두 마리를 키우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저 는 강아지는 마당에서 키워야 한다고 생각하고, 침대 위 에 강아지들이 있는 게 이해가 안 되는 사람 중 하나였는 데, 바뀌었습니다. 반려동물들을 대하는 게 어떤 마음인 지 너무나 잘 알게 됐습니..

세대간 소통 2024.01.16

청소년특집 | 정말로 어른들이 생각하듯 청소년들은 신앙에 관심이 없을까요?

정말로 어른들이 생각하듯 청소년들은 신앙에 관심이 없을까요? 첫 본당 보좌신부 시절, 70여명의 중고등부 친구들 과 겨울 피정을 하던 중에 주일학교 학생들을 대상으 로 설문조사를 해서 가장 많은 수의 답변순으로 1위 부터 5위를 정하고, 그 중 1위와 2위를 맞추는 프로그 램을 진행했습니다. 여러 질문 중 기억에 남는 질문은 ‘나는 언제 하느님을 체험하는가?’였습니다. 이에 대한 답변은 둘 다 의외였는데, 2위는 ‘성체를 모실 때’였습 니다. 1위는 더 놀라웠습니다. 바로 ‘힘들고 고통스러 운 시간을 잘 이겨냈을 때’였습니다. 그리고 그날 밤, 조별로 기도와 나눔을 하는데 많은 친구가 가정에서 겪는 부모님과의 갈등들, 어린 시절 상처들, 현재 고 민을 조원들과 나누고, 눈물을 흘리며 성체 앞에서 기 도하..

세대간 소통 2024.01.13

하느님을 사랑하는 방법 : 자연법 | 박종우 야고보 신부님(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윤리신학 교수)

하느님을 사랑하는 방법 : 자연법 박종우 야고보 신부님(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윤리신학 교수) 본당에 나가 특강을 하다 보면 신자분들께 “신 부님, 이것은 죄인가요, 죄가 아닌가요?”라는 질 문을 받게 됩니다. 이러한 질문을 받게 되면 저는 마태오복음 19장 16절의 부자 청년의 질문이 떠 오릅니다. “스승님, 제가 영원한 생명을 얻으려면 무슨 선한 일을 해야 합니까?” 이는 모든 신앙인 이 품는 근본적인 질문입니다. 우리는 윤리적 선 이 우리의 삶을 완성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며 어 떻게 그것을 실천해야 할지 궁금해합니다. 하지만 다소 의아할 때도 있습니다. 그리스도교에서 이야 기하는 윤리는 때로는 엄격해 보이며 세상의 흐름 과 동떨어져 있는 듯 보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보니 종종 교회의 윤리적 가르침에..

사제의 공간 2024.01.13

말씀의 이삭 | 간절한 기도의 힘

간절한 기도의 힘 유난히도 추웠던 겨울 어느 날, 꼭 잡은 할머니의 손은 참 따뜻했습니다. 몇 살 때였는지, 어떤 옷을 입고 있었는 지, 그날 눈이 내렸는지는 기억이 잘 나진 않지만, 추위를 녹인 그 온기만큼은 또렷하게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할머니 허리에 닿을락 말락 한 키의 아이 눈에 비친 동 네 성당은 무척이나 크고 높았습니다. 무언가 강렬한 기운 에 압도된 소년은 별생각 없이 어머니를 따라 눈을 감은 뒤 두 손을 모았습니다. 그렇게 아주 자연스럽게 하느님과 만 났고, 주일마다 가는 성당은 일상의 일부분이 되었습니다. 얼마 전 스트리밍 된 영화 공개를 앞두고서도 성당을 찾아 하느님께 마음속 이야기를 털어놓았습니다. 비록 예 전처럼 그곳에서 자주 미사를 드리지는 못하지만, 기도 하고 하느님의 말씀을 ..

세대간 소통 2024.01.09

말씀의 이삭 | 가진 것을 다 팔아 하늘에 보화를 쌓은 사람

가진 것을 다 팔아 하늘에 보화를 쌓은 사람 아버지가 선종하시고 나서 깨닫게 된 것이 부친 토마스 아 퀴나스 님은 가진 것을 다 팔아 하느님 나라를 사려했던 분이 라는 사실입니다. 저희 집안은 전통적인 구교 집안도 아닌데 큰 아이는 수녀, 둘째 아이는 수사신부가 됐습니다. 막내는 약 10년을 사제 혹은 수도자 성소를 위해 최선을 다했던 아 이였습니다. 하지만 자기 계획과는 달리 결혼 성소를 이뤄 예 쁜 딸을 둘이나 키우는 행운을 얻었습니다. 아무리 하느님께 서 무상으로 주시는 분이라고 하지만 저는 사람의 노력이 아 주 조금이라도 들어가야 한다고 믿고 있기 때문에 다른 사람 은 몰라도 제가 수도자가 된 것은 좀 맥락이 안 잡히는 일이 었습니다. 제가 노력한 건 조금도 없으니 아버지가 벌인 일 에 하느님께서..

세대간 소통 2024.01.02

당신은 나에게 소중한 존재입니다 | 최우주 필립보 신부님(대신학교 지도신부)

당신은 나에게 소중한 존재입니다 최우주 필립보 신부님(대신학교 지도신부) 올해의 마지막인 오늘, 지난 한 해를 돌이켜봅니다. 다 사다난(多事多難)했던 시간이었지만 우리는 모두 자기 혼자 만의 힘으로 살지 않고, 주위의 도움과 사랑으로 살아왔음 을 느끼게 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사도 바오로의 콜로새서 말씀처럼 늘 “감사하는 사람”(제2독서)이 되었으면 좋겠습 니다. 영어로 헤어질 때 건네는 인사말인 ‘굿바이’(Good-bye)의 본래 의미는 “하느님께서 너와 함께 하신다.”(God be with you) 뜻을 담고 있습니다. 삶의 고비마다, 이해하기 어려운 고통 에 처할 때라도 “제 눈이 당신의 구원을" 보았다고 (루카 2,30) 고백할 수 있을만큼, 위로받을 때를 기다릴 수 있는 인내와 희망이 우리 안에..

사제의 공간 2023.12.31

말씀의 이삭 | 너는 혼자가 아니야

너는 혼자가 아니야 청년들의 고독사를 다룬 뉴스들이 종종 들려옵니다. 옛 날엔 막연히 ‘딱한 일이네. 얼마나 외로웠을까?’ 하며 알지 못하는 그 누군가를 위해 짧은 화살기도를 올렸습니다. 하 지만 자립준비청년들과 만나는 사목을 하면서부터는 그런 소식이 들려오면 심장이 덜컥 내려앉습니다. 퇴소한 청년 중 누군가가 죽었을지도 모른다는 근심이 몰려옵니다. 작년 초에 연락이 두절됐다가 5월의 끝자락에 홀로 주 검으로 발견된 요셉이 설마 설마 했던 근심을 현실로 대면 하게 했던 청년이었습니다. 키워주신 수녀님에게 찾아오 겠다는 전화만 해놓고 갑자기 연락이 두절된 터라 수녀님 은 너무 걱정된다고 하셨습니다. 저는 요셉과 친분이 있었 던 요셉의 후배와 함께 예전에 요셉이 자기 직장이라고 알 려줬던 충남 홍성의 축산 ..

세대간 소통 2023.12.26

고요한 밤 거룩한 밤(?) | 하성용 유스티노 신부님(사회사목국 부국장)

고요한 밤 거룩한 밤(?) 하성용 유스티노 신부님(사회사목국 부국장) 신앙이 없는 사람들에게 24일은 연휴의 한가운데입니 다. 신앙이 있는 사람들에게 오늘은 내일도 성당에 가야 하 는 날 중의 하나입니다. 본당에 있으면서 신자분들에게 이 런 질문을 종종 들었습니다. “신부님! 성탄 전야 미사 나왔 으면 성탄절 미사 안 나와도 됩니까?” 저는 그럴 때마다 한 결같이 대답해 드립니다. “어제 식사하셨으면 오늘 식사 안 하십니까?” 매일의 미사를 한 번만 빠져도 크게 괴로워하며 계속 고 해성사를 보는 신자분들이 있습니다. 반면에 미사 중에서 도 매우 중요한 미사 중 하나이고, 예수님의 구세사 시작인 성탄 미사를 앞두고 왜 이틀 연속 미사를 나와야 하는지를 반문하는 신자들을 보면서 속이 많이 상했습니다. 적어도..

사제의 공간 2023.12.24

말씀의 이삭 | 밥부터 먹고 보자

밥부터 먹고 보자 저는 은평구 응암역과 역촌역 사이에 위치한 ‘밥집알로’ 라는 식당에서 자립준비청년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자립준 비청년은 아동양육시설에서 퇴소한 청년들을 통칭하는 말 입니다. 이들이 저녁 한 끼를 든든히 먹으러 오는 밥집알로 는 말이 식당이지 가정집을 임대하여 청년들과 만나는 곳 입니다. 밥집알로에서 '알로'는 예수회 수도자로 살다가 어 린 나이에 하느님 곁으로 간 알로이시오 곤자가(1568~1591) 성인의 이름에서 왔습니다. 그가 청소년의 수호성인이라 의미 있었습니다. 게다가 응암역 근처에 이미 자립준비청 년들의 모임 공간 ‘까페알로’가 있었기에 이름이 서로 잘 어 울린다고 생각했습니다. 까페알로는 자립준비청년들의 사랑방 같은 기능을 염두 에 두고 생겼습니다. 하지만, 저희의 예상과는..

세대간 소통 2023.12.19

말씀의 이삭 | 신부님은 이웃사촌

신부님은 이웃사촌 저는 참 운이 좋습니다. 힘든 상황에서는 어김없이 도움 을 주는 이들이 나타났고, 실수와 잘못조차도 더 좋은 날을 위한 밑거름이 되었으니까요. 훗날 운이 좋았던 것이 아니 라 살아온 모든 시간에 주님이 함께하시며, 어리석고 악한 일까지 선으로 바꿔주셨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우연 이라 생각했던 모든 일이 저를 위한 하느님의 계획이었던 거죠. 신부님과 이웃사촌이 된 것도 그중 하나입니다. 이웃집 에 붙은 ‘천주교회’라는 현판을 보며 궁금증을 키워갈 때, ‘이냐시오 영신수련’이라고 적힌 대형 현수막이 새롭게 걸 렸습니다. 고민 끝에 전화를 걸었고 어머니와 함께 영신수 련을 시작했습니다. 학생은 어머니와 저, 둘뿐이었습니다. 신부님의 질문에 답을 할 수 없었으니, 어색하고 불편했습 니다...

세대간 소통 2023.11.14

말씀의 이삭 | 하느님의 사랑

하느님의 사랑 찬미 예수님! 행실로는 죄인이었으나 하느님의 은총으 로 주님의 자녀가 된 구경모 프란치스코 다미안 막시밀리 아노가 하느님의 사랑에 감사드리고 구원받은 자녀가 된 것에 기뻐하며 우리 주님 사랑의 기적을 전합니다. 저는 50이 넘도록 하느님의 사랑과 구원을 알았으나 믿지는 못하여 죄인이 되어 교도소 생활을 하였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생활도 하느님 구원 사업의 일환이었으며,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시고 저를 당신의 자녀로 삼기 위한 사랑이었음을 뒤늦게 깨닫고 믿게 되었습니다. 주님은 저 를 교도소로 보내시고도, 치매와 하반신 불수 그리고 언 어 장애가 있으신 저의 어머니와 생활 능력이 없으신 저 의 아버님도 저 모르게 기초생활수급자가 되는 사랑을 베 풀어 주셨습니다. 그리고 사회교정사목위원회를 통해..

세대간 소통 2023.10.24

말씀의 이삭 | 사랑하는 딸을 보내고

사랑하는 딸을 보내고 시누이가 다니는 본당의 수녀님께서 이끌어 주셔서 남 편과 딸, 가족 모두가 세례를 받았습니다. 가족 모두가 하 느님 말씀 안에서 살려고 노력하며 행복한 삶을 살아갔지 요. 그러나 누군가가 행복한 우리 가정을 시기라도 했던 것 같습니다. 사랑하던 딸이 죽었습니다. 그것도 6년 동안 사 귀던 남자 친구에게 살해되었습니다. 평온하고 행복했던 우리 가족의 일상은 그렇게 끝나버렸습니다. 말썽 한 번 피 우지 않았던 착하고 예쁜, 친구 같았던 무남독녀 외동딸이 그렇게 갔습니다. 이후의 삶은 온통 절망과 슬픔뿐이었습니다. 아니, 그 저 딸 곁으로 가고 싶다는 생각뿐이었습니다. 마음의 준비 와 작별 인사를 하고 떠나보냈어도 가슴이 미어질 듯 아팠 을 텐데, 한순간에 그렇게 가족 곁을 떠나갔기에 고..

세대간 소통 2023.10.17

뭐이 중헌디! | 허석훈 루카 신부님(한강성당 주임)

뭐이 중헌디! 허석훈 루카 신부님(한강성당 주임) 초대받은 것 자체가 영광일 때가 있습니다. 초대된 자리 가 너무 과분한 영광이고, 그 자리가 불편할지도 몰라 거절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내가 지극히 관심 있던 자리에 초대된 상황이라면, 거절은 쉽지 않습니다. 내가 정말 정말 좋아하는 가수의 공연이라 생각해 보십시오! 얼마나 큰 행 운이고 가슴 벅찬 초대입니까? 이런 우리의 심성을 고려해서 오늘 복음을 보면, 자기 아들의 혼인 잔치에 사람을 초대한 임금의 마음을 헤아려 볼 수 있습니다. 모든 준비를 마치고, 사람들을 초대했습니 다. 그런데 초대받은 사람들의 반응이 시큰둥합니다. 관심 이 없습니다. 좋아하지 않는 초대처럼 보입니다. 다시 재차 초대하자, 초대에 응하기는커녕, 짜증스럽게 반응하며 초 대하..

사제의 공간 2023.10.16

말씀의 이삭 | 이끄심에 대한 응답

이끄심에 대한 응답 찬미 예수님! 백번을 생각해 봐도 제가 지금껏 살아오면 서 유일하게 잘한 일을 꼽으라면 하느님의 아들로 살다 죽 기로 결심한 것입니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저의 선택 이라기보다는 ‘이끄심에 대한 응답’이었습니다. 인간이 가 혹한 운명 앞에서 완강한 저항을 멈추고, 기력을 완전히 소 진했을 때, 하느님의 숨은 계획이 드러난다고 하죠. 사형선 고를 받고 죽음을 기다리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절망적일 때였습니다. 어느 날 종교 담당 교도관님의 권유로 천주교 교정사목 위원회에서 봉사 활동을 하고 계신 어머님들을 만나기 위 해 천주교 상담실에 들어섰습니다. 오랫동안 사형수들을 만나오신 어머님들 세 분이 기다리고 계셨는데, 그중 한 분 이 고(故) 김자선 엘리사벳 어머니셨습니다...

세대간 소통 2023.10.10

말씀의 이삭 | 사명

저는 세례명이 ‘클라우디아’인 가톨릭 신앙인으로 살고 있습니다. 저를 부르는 호칭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중에 서 ‘클클샘’이라는 별명으로 가장 많이 불러주십니다. 예전 에 교구 문화홍보국과 가톨릭평화방송에서 제작한 유튜브 방송 ‘클라우디아의 클래식 뮤직’을 진행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 프로그램 제목을 줄여서 ‘클클뮤직’이라 불렀고 저는 ‘클클샘’이 되었답니다. 요즘은 교회 밖에서도 ‘클클샘’으로 종종 불립니다. 저도 이렇게 불리는 게 좋습니다. 그렇다면 제가 어떻게 주님의 자녀가 되었을까요? 교회 안 에서 나름으로 열심히 활동하고 있어서인지 “모태신앙입니 까?” 아니면 “어린 시절 세례를 받았습니까?”라는 질문을 자 주 받습니다. 그런데 모두 아닙니다. 저는 불교 신자였습니다.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입학하..

세대간 소통 2023.09.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