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간 소통

말씀의 이삭 | 너는 혼자가 아니야

松竹/김철이 2023. 12. 26. 11:56

너는 혼자가 아니야

 

 

청년들의 고독사를 다룬 뉴스들이 종종 들려옵니다. 옛 날엔 막연히 ‘딱한 일이네. 얼마나 외로웠을까?’ 하며 알지 못하는 그 누군가를 위해 짧은 화살기도를 올렸습니다. 하 지만 자립준비청년들과 만나는 사목을 하면서부터는 그런 소식이 들려오면 심장이 덜컥 내려앉습니다. 퇴소한 청년 중 누군가가 죽었을지도 모른다는 근심이 몰려옵니다.

 

작년 초에 연락이 두절됐다가 5월의 끝자락에 홀로 주 검으로 발견된 요셉이 설마 설마 했던 근심을 현실로 대면 하게 했던 청년이었습니다. 키워주신 수녀님에게 찾아오 겠다는 전화만 해놓고 갑자기 연락이 두절된 터라 수녀님 은 너무 걱정된다고 하셨습니다. 저는 요셉과 친분이 있었 던 요셉의 후배와 함께 예전에 요셉이 자기 직장이라고 알 려줬던 충남 홍성의 축산 농장까지 찾아갔습니다. 그런데 직원 기숙사에서는 요셉이 연초에 벌써 말없이 회사를 떠 났다고 했습니다. 한 달에 한 번씩 자기를 키워주신 수녀님 을 만나러 왔던 순한 요셉의 평소 모습과는 사뭇 달라 너무 낯설었습니다. 전에 요셉이 제게 자기 장래에 대해 이야기 했을 때는 비교적 진지하고 성실한 친구일 거라고 생각했 습니다만, 저는 요셉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했던 것입니다. 도대체 그는 무슨 생각을 하며 살고 있었는지 이제는 물어 볼 수도 없게 됐습니다. 뭐가 그리 힘들었는지…. 평소에 솔직하게 나누지 못한 이야기가 아쉽습니다.

 

요셉의 죽음에 대해 경찰서에서 연락이 오지 않았다면, 요셉은 소식도 없이 무연고자의 장례 절차에 맞춰 화장되 었을 것이고, 그의 유해는 정해진 장소에 흩뿌리는 식으로 산골 처리되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다행히도 그가 자란 양 육시설 ‘꿈나무마을’로 연락이 왔고, 경찰은 시신을 인도받 을 것인지 의사를 물었습니다. 인수 의사가 없으면 시신은 무연고 장례로 처리될 상황이었습니다. 요셉을 키운 선생님들은 그의 시신을 인도받기로 했습니다. 양육시설에서 함께 자란 친구들도 요셉이 그렇게 사라지는 것이 너무나 허무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장례식장을 하 나 빌렸고, 빈소에 올 손님들에게 대접할 음식을 주문했습 니다. 장례는 시신을 인도받은 날부터 삼일장으로 치렀습 니다.

 

많은 친구들이 다녀갔습니다. 장례식장에 20대 초중반 의 젊은이들이 그렇게 많이 모여오는 것은 정말이지 진풍 경이었습니다. 요셉의 장례식장을 찾은 청년들은 작은 정 성을 모았고, 후원자분들도 요셉의 장례를 위해 많은 도움 을 주셨습니다. 꿈나무마을에 파견된 예수회원들도 요셉을 정성껏 떠나보내고자 노력했고, 특히 장례미사와 화장, 유 해 봉안까지 전 일정을 청년들과 함께했습니다.

 

요셉을 보내며 느낀 것이 있습니다. 청년들은 요셉에게 외롭게 떠났지만 ‘너는 혼자가 아니었다.’라고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들 자신도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확 인하고 있었습니다. 여기에 주님께서 우리와 함께 계셨습 니다